음악실의 유령
CoC 2022-03-28 클라라,조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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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지하여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실은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던 그 날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를 것 하나 없던 오전이었음이라고.
그러니까…
환기를 위해 열어두었던 베란다 창문 너머로,
통상 '여름 냄새'로 취급되곤 하는 오존 냄새가
조금 짙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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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A반 조안나
3학년 C반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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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실의 유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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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아컴시에서 시작된 유행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등교 준비의 무료함을 덜기 위해 틀어두었던 뉴스의 주제가 전환됩니다.
TV를 바라보면 아나운서의 표정은 짐짓 심각합니다.
편성된 채널의 인트로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본격적인 보도가 시작됩니다.
GM:그러고보니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
문득, 어제 TV의 볼륨을 낮춰두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조안나:(백색소음처럼 켜둔 TV인지라 관심 두지 않은 채로 있다가, 놓아둔 TV 리모컨 앞을 지나쳐 갈때 잠시 멈춰 볼륨을 올리고 다시 책장으로 향한다.)
GM:리모콘을 꾹꾹... 조안나의 손짓에 따라 TV 볼륨이 올라갑니다.
잘 들리지 않던 뉴스 내용이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네요!
WHO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입자가 기이하게도 단백질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유전체 또한 실재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입자는 특이하게도 환자의 체내에서 오존 분자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것을 과연 바이러스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 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미지의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한편,
해당 질병은 감염성이 매우 뛰어나지만
생물에게서 생물에게로, 또는 공기나 물을 통해서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어
당국을 포함한 WHO에서는 계속해서 질병의 감염 경로를 연구중에 있습니다.
조안나:(넥타이를 매다가 TV의 볼륨을 더 높인다. 신기한 이야기라 잠시 집중한다.) 단백질 껍질...
정형화된 톤의 아나운서 멘트가 마무리 되면,
화면이 뒤바뀌며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은 각기 다른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서서히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하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조안나:오존 분자랑 비슷한 거면 실상 유형은 꽤 다를텐데... (멍하니 화면을 보다 넥타이를 매던 손이 멈췄음을 깨닫고 다시 움직인다.)
GM:퍽 흥미로운 주제인지라, 넥타이를 고쳐메는 동안에도 머릿속에 전염병에 대한 생각이 맴돕니다.
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무언가 생각나는게 있는것도 같은데요…
조안나:고열? ... 이 계절엔 티나는 전염병이겠네. (중얼대며 넥타이를 마저 매고 흘긋 돌아 시간을 확인한다.)
GM:조안나, 지능 판정 해주세요.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항간에서는 유행성 독감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던데…
환자들은 해열제 섭취시 일시적인 호전세를 보인뒤,
다시 펄펄 끓는 열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잠시 전염병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아, 시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GM:너무 여유를 부린걸까요? 지금 당장 출발하지 않으면 지각하겠어요!
조안나:아, 이런. (너무 오래 생각했다! 화학 선생님한테 묻고싶은데 이거, 이름도 없고... 생각이 끊이지 않은 채로 챙겨둔 가방을 집어들고 나선다.)
GM:가방을 집어들고, 서둘로 신발을 신고 늘 그랬던 것 처럼 거울을 확인하면...
조안나, 외모 판정해주세요!
조안나:
외모
기준치: 45/22/9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GM:어라, 거울속의 내 모습이 뭔가 기묘... ...
한가 싶었는데, 가슴팍에 달려있는 교복 명찰의 집게 부분이 헐렁해져 간신히 달려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안나:(엥...)
GM:항상 깔끔한 차림새인 조안나인데 말이죠. 이거, 곧 떨어지겠는데요...
조안나:앗.( 달랑...한 명찰을 눌러봤다가.. 덜렁...한 거 몇 번 건드려본다. 이대로면 오늘 가다 떨어지겠는걸..)
시원찮네... (명찰을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보수할 시간은 없으니까!)
GM:달랑달랑 흔들리던 명찰을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녀석 주머니에서라도 얌전히 있어라~
서둘러 집을 나와 발걸음을 재촉해봅니다.
이 속도라면 지각은 면할 수 있을것 같아요!
조안나:(잃어버리지만 않게... 조심하면 되겠지.)
명찰에 주의를 기울이며 열심히 걷던 찰나,
귓가에 잔잔한 풍의 피아노 협주곡이 스칩니다.
GM:정신력 판정 입니다.
조안나: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맑은 하늘에 가벼운 공기.
아침 공기에 잠시나마 붕 떠있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 건반에 손을 댄 적은 없어도,
곡을 듣는 것 까지 거북했던 적은 없는데…
조안나:하... (길고 낮게 한숨을 내쉰다. 오늘 날씨 탓? 컨디션이 별로인가? 이렇게까지.. 기분이 나빠질 건 없는데...)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마음이 전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적개심일까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멘트 길을 따라,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등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씁쓸한 입맛을 돋굽니다.
이제 정말 여름인가봐요.
조안나:oO(올해도... 찌듯 더우려나. 더위를 많이 타진 않지만 불쾌하게 더운 건 별로인데. 이번 여름엔 뭐 하지. 역시 공부를 해야하나, 이젠 나도 다른 애들이랑 별 다를 바 없이 진학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공기를 만끽하며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추어 교문을 통과합니다.
GM:어서 반으로 가자구요! 조안나는 3학년 A반이었죠.
조안나:(망설임없이 걸어간다. 같은 반 아이들이 인사를 하기도 하고, 작년, 제작년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도 멀리서 인사한다. 걸음이 빨라 뛰어들어가는 이들 외에는 저를 앞서나가는 이가 없지만...)
(더러는 행렬을 거슬러 매점이나 문구점, 동아리실 같은 곳에도 가겠지만... 조안나는 학교 안에서, 등굣길에 들를 곳 따위 없다. 교실로 직행한다.)
가벼워진 옷차림의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느때처럼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례 직전 출석이 막 진행되려던 참입니다.
C반 선생님:빨리빨리 앉아라.
그리고 C반 선생님의 불같은 호령이…
조안나:(저벅저벅 걸어가 착석. 옆자리 친구들에게 간단히 인사한다.)
GM:어쩐지 교실 분위기가 평소와 조금 다르지 않나요?
지능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잠깐, 잠깐. 관성처럼 제 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은 조안나지만...
교탁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은 C반 선생님입니다. C반 선생님이요! 여기는 A반인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자리 배치도 어제와 묘하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조안나:(엄?)
(주위를 둘러본다.)
(클래스메이트들은!?)
(A반 애들 맞아?)
GM:교실을 둘러보면...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유행성 질병으로 인해 텅텅 비어있던 열댓 개의 책걸상이 모르는 아이들의 머리통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조안나:어... 어라.
GM:비어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복도에서 한 번 쯤 보았던 얼굴이네요.
이어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보면... A반 학생, 조안나의 반 친구가 맞습니다.
모르는 새에 반 구성원이 섞이기라도 한걸까요?
조안나:(어리둥절한 얼굴로 옆 사람에게 소근댄다.) 뭐야? 반 섞기로 했어? 왜 C반 선생님이랑 애들이...
GM:조안나가 당황한 낯으로 소근대면 친구가 입을 엽니다.
친구:응, 요즘 애들 전부 열난다고 병결 장난 아니잖아. 결석생 많은 반은 오늘부터 이렇게 묶어서 수업 할 건가봐.
아무리 끼리끼리 감염 안 되는 병이라지만 이 시국에 학교를 나오라니... 너무하지 않냐?
조안나:아. (긴장이 풀려 굳었던 어깨가 툭 떨어진다.) 깜짝이야.. 꿈이라도 꾼 줄 알았어. 공지는 제대로 하지, 이게 뭐람...
... 좀 별로긴 하다. 전염경로도 확실치 않은 것 같던데..
친구:그치, 그치. 아~ 이 김에 학교 좀 뺴먹나 했는데.
조안나:고3이 무슨.. (농담처럼 살짝 흘겨보곤 가방을 정리한다.)
GM:항상 오는 교실이지만 어쩐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조안나, 관찰 판정해주세요!
조안나: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자기 가방 속이나 들여다봄)
...휙-
커튼 너머로 휘몰아치던 바람이 뺨을 긋고 지나갑니다.
어찌나 미지근하고 달짝지근한지 갈증이 다 날 정도네요.
조안나:(사람이 달라졌으니 분위기 좀 다를 수 있지.. 하다 창가로 고개를 돌린다.) 창문을...
열어뒀나... (이상한 기분이네..)
탕탕,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선생님이 교탁 위로 출석부를 두드립니다.
C반 선생님:아까도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테니 다시 한 번 공지할게.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어.
A반 C반은 미술, 음악중에 음악과목을 선택한 반이지? 비슷하게 B반은 D반과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야.
조안나:아... 그래서... (끄덕..)
C반 선생님:A반 선생님이 유행성 질병으로 병가를 내게 되셔서, 오늘부터 당분간 내가 A반과 C반의 통합 임시 담임을 맡게 됐고.
이상, 조례 끝! 다들 조용히 1교시 준비해라~
조안나:...진짜로?
공지를 일단락한 임시 담임 선생님은 교실 앞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조안나:선생님도? 정말? (두리번 두리번)
친구:응, 진짜래~ 이러다가 다들 걸리는거 아닌가 몰라.
조안나:(미간을 찌푸린 채로 교실의 A반 친구들을 돌아본다.) 우리반 많이 빠졌어?
이거 슬슬 무섭잖아.
친구:그래도 으음... (손가락을 꼽으면서 결석한 친구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른다) ...앗, 이제 10명이 넘어버렸네.
조안나:... 많다...
친구:... ... 에휴, 우리는 등교해도 되는거 맞아?
기껏 아침에 일찍왔더니 갑자기 합반하기로 했으니 책걸상 옮기라고 시키고... (투덜투덜)
조안나:(골똘... 미간을 찌푸리고 주먹으로 입가를 가린다.) 솔직히 단체생활 시키는 거 상식 아니지 않아? 방역을 제대로 하고 있긴 한건가? (투덜투덜)
아. 어쩐지 책상이 많더라.
친구:뭐~ 감염성이 없다니 뭐라니. (어깨를 으쓱인다.) 아, 우리 시간표도 바뀌었어 조안나.
1교시 수학이야-
조안나:...뭐!?
나 수학 교과서 안 가져왔는데!?
친구:...에
(힐긋...) 그 조안나가 교과서가 없다니.
조안나:... 그치만, 나는 수업 있는 교과서만 챙겨온다고.
서랍도 사물함도 깔끔하게 쓰는 주의란 말이지.
친구:매일매일 그 무거운 책 지고 다니는 너도 참 대단해- 나는 책상 서랍에 다 있는데. (얄밉게 책상에서 수학 교과서 꺼냄)
조안나:애초에, 시간표를 바꿀 거면 미리 안내했어야하는 거 아냐? 이건 아닌 것 같아. 오늘은 수업 말고 자율 학습으로 해달라고 건의해야(중얼중얼)
...(물끄럼..)
아침부터 어쩐지 되는게 없는 하루입니다.
조안나:서랍 안 터지고 지금껏 용케 학교생활 하는구나.
친구:10년이 넘는 학교 생활동안 터득한 노하우랄까? (같이볼래? 덧붙이며 교과서를 책상 중간에 끌어다 놓는다.)
조안나:그거 노하우 맞아? 그냥 게으른 거 아니고? (의자를 가까이 붙인다.)
친구:지금 내 게으름에 빚지고 있으면서 투덜대기는.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수학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조안나:고마워.(즉답.)
친구:천만에.(^^)
수학 선생님:자아, 자. 1교시부터 수학이라 싫은건 알겠지만 다들 교과서 펼쳐라- (교실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조안나쪽에 시선이 머무른다.)
... ... 거기, 교과서 안 챙겨온 사람 누구야?
조안나:(벌떡) 선생님 A반은 오늘 수학 수업이 없었어서 솔직히 교과서 못 챙겨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율학습 건의 드리려다가 같이 보자고 해서 그냥 앉아있긴한데요 사실 오늘 수업은 전체 자율학습이 오히려 맞지 않을까요?
수학 선생님:(흠칫) ... 아니,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그렇게 쏘아대면... ... (손을 휘휘 내젓는다.) 알겠으니까 자리에 앉아- 내가 너 성실한거 모르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진도는 나간다.
조안나:... 네. (그건 이제 반대 안 함. 자리에 앉아요)
수학 선생님:(녀석)
평소와는 조금 다른 공기 속에서 수업이 시작됩니다.
1교시는 수학,
2교시는 국어,
3교시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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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어느새 점심 시간 후, 5교시 시작 전이 됩니다.
GM:오늘 점심메뉴는 뭐였죠? 조안나, 행운 판정 해주세요!
조안나:45
기준치: 45/22/9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오늘 점심엔... 완두콩밥과콩자반과두부조림과검은콩두유 가 나왔습니다.
조안나:(조안나에겐수요일이나 다름없음)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면
교실 칠판에 노란색 분필로 작성된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5교시 음악이래~! 교과서 챙겨서 음악실로 이동할 것! "
조안나:음악... (멍하니 보다가...)
(나는 오늘 음악 교과서를 챙겨 왔는가? yes1 no22)
GM:NO
조안나:(뚱한 얼굴...)
시간표가 C반 기준인가? (뚱..)
GM:혹시 모르니까 사물함이라도 볼까요? 어쩌면 완벽주의자 조안나가 저지른 작은 실수가 있을지도...
조안나:(아 그러고보니 저번에.. 두고 갔나? 사물함을 열어본다.) 안 두고 갔을텐데..
GM:사물함을 열면 그곳엔-!!!!!!!!!!!!!!
... 음악교과서가 있습니다. 응?
조안나:(뭐야뭐야이박력뭐가든건데)
응?
GM:그런데 어쩐지 사용감이 영 낯선 느낌이네요...
조안나:(뭐지.. 낯선 그립감..)
뭐... 상관 없겠지. (옆구리에 끼고 교실을 이동한다.)
GM:에라 모르겠다~ 어쨌든 교과서를 들고 음악실로 향합시다.
3학년 A반은 3층, 음악실은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여지껏 수리가 미뤄지고 있으니 하는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야 할 거예요.
조안나:(있으니까 됐지~)
(성큼성큼 걸어 올라간다. 앞서 올라가는 학생들의 뒤꽁무니를 쫓듯이.)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시원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우거지고 청음이 기승을 부립니다.
여름이 불시에 목구멍에 들이닥친 듯한 기분.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악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GM:조안나, 듣기 판정해주세요.
조안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끊길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연주를 재개합니다.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
당신은 어렵지 않게 피아노가 연주되어 흘러나오는 소리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마치 태엽을 감듯 부드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조안나:..?
이어지는 곡조를 관청하다 보면…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GM:지능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대는 템포와 리듬감 할 것 없이 악상의 표현이나 곡의 이해도 또한 훌륭한 편입니다.
연주자는 고등학생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안나가 알기로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먼저 도착한 음악 선생님일지도 몰라요.
조안나:(...좋다.)
(음악 선생님이 이렇게 치시던가, 그런 감상은 받은 적 없었는데.. 생각하며 걸어가 교실 문에 달린 창 안쪽을 들여다본다.)
창 안쪽을 들여다 볼 찰나,
점심을 해결하고 뒤늦게 몰려온 아이들이 우르르 조안나의 곁을 지나쳐 음악실로 들어갑니다.
발소리에 피아노 소리도 뚝, 끊겨버리네요.
조안나:아.
(스치는 아쉬움이 소란에 묻힌다.)
조안나가 음악실에 들어서자 타이밍 좋게 수업 종이 울립니다.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조안나:(천천히 교실 안으로 들어가며 피아노 근처에 시선이 멈췄다가 돌아선다.)
피아노는 방금전의 연주가 무색하게, 여느때와 같은 정갈한 모습으로 놓여있습니다.
조안나도 적당히 빈 자리에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면…
누군가 어깨를 두드립니다.
조안나:(자연스레 시선이 돌아간다.)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클라라:혹시 옆자리 비어있는거면, 내가 앉아도 괜찮을까?
단정한 교복차림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입니다.
조안나:어? 응... (짧게 고개를 끄덕인다. 모르는 얼굴...? 아무튼 우리 반은 아닌 것 같고.) C반?
클라라:고마워! 응, C반이야.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너는, A반 조안나 맞지? (대뜸 그렇게 말을 하며 책 한 권을 네게 건넨다.)
조안나:어... (내밀어진 책을 내려다본다.) 내 이름을 어떻게..
클라라:(네가 찾았을 음악책이 손에 들려있다.) 자~ 오늘 아침에 책걸상 옮겼다더니 사물함도 바뀐 모양이더라.
조안나: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책을 쳐다본다. 낯익은 책.. 그리고 상대방을 보다가, 황급히 저가 가져온 책을 꺼낸다.) 책이 바뀌었어? 이런, 전혀 몰랐어..
클라라:엑, 몰랐던거야? 당연히 눈치챘을줄 알았는데.
잘게 웃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손목에 채워진 은색 손목시계가 옅은 빛을 반사합니다.
상대의 명찰에는... ‘클라라' 라는 이름이 새겨져있네요.
조안나:그냥... 책이 있길래. 있구나.. 했지.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니야. 진짜로. (명찰 흘끔..) 클라라? 아무튼, 일부러 가져와줘서 고마워.
어쩐지 사물함에 물건이 좀 들어있더라니.. 내 사물함이 아니었구나.
클라라:에이, 이렇게 둘다 가져왔으니 된거지 뭐. 네 사물함에는 진짜 딸랑 음악교과서밖에 없더라-? (교과서 교환!)
조안나:(교환~) 어, 물건을 두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거든. 필요한 물건만... 그때 그때. 그 교과서도 C반에서 누가 빌려가고 넣어둔 거야. 제 때 돌려주지 않은 바람에 거기 있던 거지. (어깨 으쓱)
클라라:흐응~ 설마, 설마~ 너, 내 사물함에 있는거 몰-래 훔쳤다던가 그러진 않았겠지?
조안나:응?
... (진심으로 어이없는 얼굴... 이다가 사회성 차림) 뭐가 있는 지도 제대로 안 봤는데?
클라라:(뭔가 없었는데 돌아왔어) 아, 선생님 오셨다! 쉿- 집중. (장난스럽게 검지 손가락을 입가에 갖다 댄다.)
클라라의 말대로 음악 선생님이 반에 들어서며 수업 시작을 알립니다.
조안나:어. 아..
음악선생님: 자, 오늘 78p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내가 알기로 A반 C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치자.
조안나:(78페이지를 펼치면 옆 사람을 흘끗.. 꽤나 즉흥적인 애네.)
클라라:(누구보다 빠르게 78페이지를 펼쳤다.)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벌써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네요.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 페이지를 넘기던 조안나는,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소제목은 < 루시에 대하여 >
원래 음악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던가요?
조안나:...?
루시? (넘기다말고 내요을 읽어본다.)
GM: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루시의 곡에 대한 기사 내용이 첨부되어있습니다.
기사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메모]가 새겨져있네요.
조안나:이런 내용이 있었나..
...누가 적은 거지. 내 글씨..?
(중얼중얼)
GM:이런 내용이 있었는지... 아니, 그 전에 루시라는 작곡가가 존재했던가요?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듭니다. [SANc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뭐야...)
(갸웃거리다 클라라를 톡 건드린다.)
클라라:(열심히 수업을 듣다가 시선을 돌린다. 왜? 라고 묻는듯한 눈빛)
조안나:책 좀 잠깐 보여줄래? 내 책에 이상한 내용이 있는 거 같아서.. (크로스체크)
클라라:수업시간에 딴짓하는거야? ... ... (멀찍)
조안나:아니 그게... ... 됐어, 나중에... (책을 넘겨 78페이지를 편다.)
클라라:(얘 좀 봐라~ 하는 표정으로 보더니 다시 수업에 집중한다.)
작은 이슈가 무색하게 수업시간이 흘러갑니다.
조안나:(볼펜 끝으로 미간을 꾹 누른다. 거슬리네, 이상한 내용...)
바깥에서는 매미가 울고 풀벌레가 나무를 깁니다.
조안나:(정규교육과정 음악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작곡가를 내가 모른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수업과 함께 여름의 풍경도 흘러가네요.
의구심이 든다면 나중에 다시 조사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조안나:(골똘..)
신원미상의 작곡가에게 신경이 쏠린 탓일까요?
음악시간은 물론, 이어진 6교시와 7교시도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벌써 집에 갈 시간입니다.
조안나:(아직도 골똘..)
집에 갈 준비를 하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C반 선생님: 조안나.
조안나:...네?
선생님이 갑작스레 조안나의 이름을 호명합니다.
C반 선생님:듣자하니... 오늘 수학 시간에 교과서를 안 가져왔다면서?
조안나:(뭐지? 남아서 할 일이라도 있나..)
에.
C반 선생님:에. 는 무슨 에.
조안나:... 그럴 수 있지 않나요? 갑자기 수업 시간표가 바뀌었고, 저는 저희 반 시간표에 맞춰 교과서를 가져왔으니까...
저만 그렇지도 않았을걸요. (당당)
C반 선생님:에이, 변명은 됐어- 다른 애들은 다 챙겨왔거든? (절레절레) 아무튼, 그러니까 심부름 하나만 하고 집에 가라.
조안나:... 모르시겠지만 그런 핑계 없어도 심부름은 항상 해요.
그리고 안 챙겨온 게 아니라 안가져간 거겠죠 저는 철저하게 모든 교과서를 집에 두고 수업 시간표에 맞춰 가져오는 거기 때문에 잘못한 점은 없다고생각하고요(종례해야하니까이하생략)
C반 선생님:(이녀석 건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약간 질린 표정을 내비친다.) 그래, 그래. 그나저나 우리 합반 임시 출석부를 음악실에서 안 가져온 것 같아서 말이야.
집 가기 전에 거기 들러서 교무실에 가져다두고 가라. (조안나의 책상 위에 음악실 열쇠를 둔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종례 선언에 아이들이 우수수 교실을 빠져나갑니다.
조안나:네. (아무 반감 없이 끄덕이고 가방을 챙겨 멘다. 열쇠도 챙겨들고.. 빠져나가는 아이들에게 인사도 하고..)
어느새 교실엔 조안나 혼자만 우두커니 남습니다.
조안나:(음악실... 5층... 흠 빨리 다녀와야지.)
마스터키를 들고 5층으로 발걸음하면,
음악실의 방음 문이 살짝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오후 다섯 시의 비산하는 빛줄기가 묘연히 바닥을 적시고 있네요.
누군가 음악실에 잔류해 있는 걸까요?
조안나:(누가.. 집에 안 가고... 성큼성큼)
성큼성큼 다가가면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작달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GM:피아노 소리를 들은 조안나, 지능 판정 해주세요.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부유하던 먼지와 공기가 미세한 파동이 되어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부터였어요.
종례를 할 때면 계단은 한적했고,
꽤 아득히 느껴지는 상층에서는 늘 정체 모를 누군가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상대는 어쩌면 오늘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에 있었던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걸요.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연주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조안나:(발걸음이 느긋해진다. 평소 걸음걸이는 널찍하고 성미만큼 급해서 길지도 멀지도 않지만 한 곡을 연주하는 시간에 맞춰 때때로 메노 모쏘, 보다 느리게. 카프리치오소, 들떠선..)
(이내 문 앞에 섰을 때에는 템포 오디나리오, 본래 빠르기로 발을 디딘다.)
음악실에 들어서자, 잠시 눈 앞이 하얗게 정전했습니다.
산발하는 태양 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조안나:(창 안쪽의 연주자를 기대하지 않기에는... 내가 피아노를 사랑한 시간이 너무 길다.)
고아한 빛을 뿜는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들었던 C반의 클라라입니다.
막연히 듣기에도 탁월한 실력입니다.
당신도 피아노를 치던 때엔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냈을까요?
클라라:(연주를 끝내고 옆에 세워두었던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누르던 찰나에 고개를 돌려 네쪽을 바라본다.) 앗...
언제부터 있었어?
조안나:... (가만히 지켜본다. 분석하지 않고 연주를 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자연스레 습관을 파악하다..) 방금 왔어.
클라라:... ... 그, 그 부담스러운 시선은 뭐야~ (멋쩍은지 괜히 웃음을 지으면서 피아노 커버를 닫는다.)
조안나:전공이야? (가만히 선 채로 지켜본다. 묻는 말은 가벼운 스몰토크에 어울리는 투가 아니다.)
클라라:응, 그런셈이지. (의자에서 일어나 치맛자락을 탈탈 탈곤,) 너도 피아노 치지?
조안나:흠... (이어진 말엔 깜빡이던 시선이 떨어져나온다.) ... 그랬지. 어떻게 알아?
클라라:눈빛만 봐도 알겠는데~ (페이스를 되찾아 기지개를 쭉 핀다.) 흐흠. 흐흥.
조안나:여기서 연습하는 거야? (가만 지켜보다 시선을 돌려 출석부를 찾는다.) 연습실보다는 불편할텐데. 피아노도 그렇고, 듣는 귀도 많고.
클라라:응, 물론 연습실에서도 하지~ 그치만 학교 음악실은 분위기가 좋잖아, 분위기가. (조안나의 시선을 따라 고개가 흔들린다.) 뭐 찾아?
조안나:분위기... (갸웃. 분위기 따져가며 연습했던가? 그런 적은... 기억에 없다.) 어, 종례시간에... 출석부 찾아오라는 심부름을 받아서. 종례시간에 안 들었어?
... 없었어?
클라라:아니, 물론 들었지. 그래서 이렇게 내가 먼저- 출석부를 챙겨뒀지용. (녹음기를 교복 주머니에 넣고는 피아노 위에 올려뒀던 출석부를 짠 하고 든다.)
조안나:흐음?
(알면서? .. 그럴거면 왜 자기가 한다고 말 하지 않았지? 의아한 얼굴로 클라라를 빤히 본다.)
클라라:응? 왜 그렇게 봐? 너도 한 곡 칠래? (다시 피아노 커버를 슬쩍 연다.)
조안나:아니... (당연스럽게도 아니라는 답이 튀어나온다. 그런 스스로가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이내 이해한다.)
이제는 연주 안 해.
클라라:왜~ 꼭 피아노를 그만둔 사람처, ...응? ... ... (잠시간 버퍼링에 걸렸다가... ...)
왜!?
조안나:...?
그야... 그만 뒀으니까?
클라라:그러니까... 왜? (미간을 살짝 좁힌채로 고개를 기울여 바라본다.)
조안나:... ... 음... (곤란한듯 시선이 헛돈다.) 부상. 건초염이 심해서.
그만 둔지도 오래됐는데...
클라라:으음... ... (그 말에 눈썹이 축 처진다.) 그렇구나. 괜히 말하기 싫은 부분 찌른것 같아서 미안하네.
조안나:뭐. 말했다시피 그만 둔지 오래돼서.. (어깨를 으쓱인다.) 지나간 일이야.
클라라:언제쯤 그만둔건지 물어봐도 될까? (다시 커버를 덮고는 출석부를 챙긴다.)
조안나:...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더 늦으면 그만두지도 못할 것 같았거든. (음악실 열쇠를 찰그랑댄다. 돌아 나갈 준비를 한 셈이다.)
클라라:그러면 3년... ... (작게 중얼거리며 지나간 해를 계산해본다.) 그 사이에 한 번도 쳐본 적 없어? (다가가서는 출석부를 건넨다.)
조안나:... 뭐하러. (멋쩍은 얼굴에 허탈함이 스친다. 시도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련이 자신을 집어삼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피아노 건반과의 이별을 마음 먹었을 때에 스스로와 약속한 것이 후회하지 않기였기에.)
(출석부를 건네받으면 몸을 돌린다.) 음악실 문 닫을 건데.
클라라:그야, 전공으로 할 정도면 꽤 오래 잡고 있었을거 아니야. 갑자기 뚝 그만두기 힘들것 같은데.
(이어지는 조안나의 말에 후다닥 음악실 밖으로 향한다.) 앗, 같이가!
조안나:어쨌든 뭔가를 평생 하기로 마음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지. (클라라가 문 밖으로 나오면 음악실 문을 닫고, 열쇠로 문을 닫는다.) 전공.. 응. 난 선택의 시점을 너무 빨리 잡았고, 번복하기엔 그 때가 적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을텐데,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고 해서... 거기에만 매달리는 것도 방법이 아닌 것 같았고.
결심은 어렵지만, 더 늦기 전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
클라라:아쉽다, 취미로라도 계속했으면 좋았을텐데. (조안나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허공에서 눈동자를 굴린다.) 그래도 아직까지 피아노를 좋아하긴 하지?
조안나:...응. 좋아해. 그건 어쩔 수 없더라. 행동은 끊기 쉬워도 마음은 끊기 어려워서. (미미하게 웃는다.)
취미... (고개를 젓더니) 일단, 아파. (손목을 흔들어보인다.)
클라라:(좋아한다는 말에 활짝 웃었다가,) ...앗. 아직도? 3년이나 지났는데... ... (작게 앓는 소리를 내곤) 그럼, 내일 조례 전에 아침 일찍 음악실로 와주지 않을래? (다소 뜬끔없는 제안을...)
조안나:...?
(의아함에 동공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럼에도 클라라에게서 벗어나지 않은 시선이 이내 멈춘다.) 왜...
클라라:콩쿨이 얼마 안 남았는데 피드백 해줄 사람이 없거든... 아침에 와서 잠깐만 봐주라- 응? (부탁하는 사람치고 퍽 당당한 태도다.)
조안나:...
그런 건 네 선생님한테..
난 그만 둔 지도 오래 됐고, .. 아침잠도 많아.
클라라:그치만... ... 선생님도 친구들도 죄다 유행성 독감에 걸리는바람에 봐줄 사람이 없는걸... ... 응? 내가 모닝콜해줄게~ 딱 내일 한 번만~~~~~~~~~~ (잉잉잉잉징징징징)
조안나:.............................
...........내가 대체 왜 널......
도와줘야하는 지......
모르겠.......지만...........
클라라:(제발!~~~~~~~~~~~~~~~~~~~!!~!!~~~~~~~!!!!)
조안나:.........................
거절하면 내일도 부탁할 셈이지?
모레도.. 글피도...
클라라:에이,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은 아니야. 그치만 나는 혼자 쓸쓸히 연습을 하다가 콩쿨에 떨어지겠지...
조안나:...
클라라:(기대가득한눈빛보냄)
조안나:...
................
(나는 죄책감이 생기는가?1y 1)
.............
내일 하루만이야.
클라라:헤헤
하핫
응! 내일 와주면 다음엔 아침에 나와달라고 안 할게~~
조안나:... 오후에 남아달라고 하는 것도 안돼.
클라라:하핫~ (그저웃지요)
조안나:(불안...의심..)
클라라:내일 아침 7시에 음악실이야~~~~~ (뭐라고 하기 전에 얼른 먼저 튀자)
조안나:저기, 아. (후다닥 사라진 뒷모습을... 그냥 서서 본다..)
... .. 이 정도는 괜찮겠지, 뭐.
GM:괜찮.. 괜찮겠지요? 무언가 귀찮은 일에 휘말렸음이 느껴집니다.
조안나:(내일.. 하루만이야..)
(진짜 하루만..)
GM:내일 하루만. 조안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출석부를 제자리에 두러 갑니다.
진짜 내일 하루만... ...
*
*
*
따르르릉- 따르르릉-
이른 아침부터 핸드폰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립니다.
또다시 아침입니다.
어제 클라라와 7시에 음악실에서 만나기로 했었죠...
조안나:(지금은... 655분..)
미친거아냐!?
(벌떡~!)
지... 지고쿠지고쿠!!!
조안나:(교복을 쑤셔입고 나간다. . .)
(느, 늦었어~!!!!)
어떻게 교복을 입었는지도 모르게 밖으로 나섭니다.
나뭇잎 사이를 걸러 들어온 햇빛이 묘하게 어슴푸레하게 느껴지는 시간대네요.
조안나:(아침잠이 많다고했는데분명히중얼중얼하면서 뛰어간다)
허겁지겁 뛰어 음악실로 들어서면,
묶어놓지 않은 커튼 사이로 바람이 나부낍니다.
커튼이 펄럭일 때마다 텅 빈 교실 위로 유령의 몸짓같은 그림자가 일렁이길 반복합니다.
조안나:헉...헉...허억...
느...늦어서미..미ㅣ안근ㄷ,근데내가..헉..
아침잠이..허억
(숨 반 말 반을 몰아내쉬다 바닥에 주저앉는다.)
GM:숨이 넘어갈새라... 아니 넘어간건가요?!
조안나:(너넘어가진않앗어)
(넘얷어갓어?)
GM:...열심히 음악실로 달려와 해명을 했지만 클라라는 음악실에 없습니다.
죽지마!!
대신 책가방 하나가 피아노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네요.
조안나:흐... 흐어...
(숨만 거세게 몰아내쉬고 마시기를 반복하다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난다. 내가 늦어서 가방을 두고 나갔나? 싶어 책가방을 들춰본다.)
GM:가볍게 살피면 눈에 띄는 것들은 죄다 평범합니다.
네다섯권 정도의 얇은 악보집들과 필기 노트, 교과서 몇 권, 필통 따위의 학용품들이 보입니다.
조안나:(이름 붙은 게 있나? 주인을 확인하려다 악보집에 시선이 닿는다.)
GM:글쎄요, 이름이 붙어있지는 않지만... 이 시간에 음악실에 가방을 두고 갈 사람이라면 짐작이 가지 않나요?
악보집을 살펴본다면 관찰 판정입니다.
조안나: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름은 없네... 뭐, 그 애 물건이겠지.)
GM:표지가 누렇게 떠있는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다른 악보집들은 거진 새로 구매한듯 기스 하나 없는 클리어파일에 분철되어있는 반면, 저 혼자서 세월의 흐름을 증언하듯 표지 색이 바래있습니다.
이런 물건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텐데요…
자유로운 기능치 제시를 통해 판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안나:(표지에 적힌 이름을 검색해볼까... 자료조사로 판정한다.)
GM:가보자공
조안나: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
이탈리아어로 적혀있는 걸 따라 검색해보면... <여름의 유령> 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아마 이 악보의 이름인가봐요.
...그런데, 어라?
조안나:여름의 유령...?
이 장면, 분명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GM:조안나는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데자뷰란 본디 뜬금없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쾌하다기보다는, 지금 이 장소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
GM:깊은 곳에서 이상한 울렁거림이 속을 찌릅니다. [SANc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쌀을 찌푸린다. 이상한.. 이상한.. 기시감...)
그때, 음악실 문이 드르륵 열리며 클라라가 들어섭니다.
한 손에는 악보집을 들고... 어쩐지 창백한 낯이네요.
클라라:아, 와있었구나. 미안 미안.
조안나:(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어, 클라라.
아냐.. 내가 좀 늦었어.
(악보는 놓아둔다.) 그 악보야? 여기 있는 건 아닌가보네..
클라라:아침잠 많다는거 진짜구나? 조금 의왼데. (작게 웃으면서 들어오다가.) 어라... 어제는 사물함이더나 오늘은 내 가방을?
조안나:아니.. 뭐..
(머쓱..) 네 물건이 아니면 주인을 찾아줘야하니까.
클라라:추궁하려는건 아니야, 농담- (웃는가 싶더니 순간 몸이 크게 앞으로 휘청이면서 손에 들고있던 악보집들을 떨어뜨린다. 우수수...) ... ...에.
조안나:...
(답하려 들이키던 숨을 멈추고 쏟아진 악보를 내려다본다.)
...
조, 조심...
조심 좀 해
클라라:(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이내 쪼그려 앉아 악보를 줍기 시작해.)
그렇게 뭐라고 할 것 까지-는-
조안나:(같이 악보를 줍는다.) 하지만.. 이걸 다 외우지 않았다면 순서가 섞이잖아... 정리만 해도 한참 걸리는 일인데...
(한숨 폭. 경험이 오버랩되는듯..)
클라라:헤... ... 날이 더워서 그런지 순간 어지러워서 놓쳤지뭐야~
GM:함께 악보를 줍는다면, 관찰력 판정입니다.
조안나:어지러워서? (착착 악보를 주워모으다 고개를 든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클라라:날이 갑자기 더워지면 어지럽고 그러지 않아?
GM:악보를 주워모으다보면, 수많은 악보들 사이로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이 눈에 띕니다.
조안나:(악보집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집어들며 읽어본다.)
그야 그렇지만... 아직 그렇게 더울 시간도 아닌데.. ... 컨디션 안 좋은 건 아냐?
GM:주워줘서 고마워~ (조안나 손에 들려있던 악보들을 쇽 빼온다.) 으음. 컨디션이 안 좋은걸지도. 이따가 보건실에나 들러야겠다.
클라라 대산대.
조안나:(어어라라야)
GM:클라라가 얼른 조안나에게서 들고있던 악보를 받아갔기에 곡명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악보집의 어귀에 자리하고 있던 어떤 인장을 보았습니다.
아주 찰나였지만 은은하게 빛나던 모양새가 아주 특이한 문양이었어요.
어쩌면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조안나:아. (빈손...) ... 응.
클라라:(쇽쇽 착착 정리) 휴우. 혼자 정리했으면 한나절 걸렸겠네.
조안나:혹시 모르니까 무리하지 말고, 물 많이 마셔.
여름엔 쉽게 탈수가 오니까.. (쪼그려앉았던 무릎을 편다.)
클라라:네네,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가볍게 받아 넘기며 따라 일어선다.)
아 참. 혹시 좋아하는 피아노 곡은 있어?
조안나:... 그건 왜? (구겨진 교복 치마를 탁 털고 클라라를 바라본다.)
클라라:응? 궁금하니까 그렇지 뭐어. 무슨 음식 좋아하는지, 무슨 색 좋아하는지, 그런 맥락으로.
조안나:...하긴. (슬그머니 웃는다. 대체로 그렇지. 음악하는 애들이란..) 달빛. 드뷔시. 너는?
클라라:흐음. (눈을 가늘게 뜨곤 웃는걸 바라본다.) 나도 달빛, 드뷔시. (조안나를 지나쳐 피아노 의자에 앉는다.)
조안나:... (의외라는 얼굴로 바라본다.) 별 일이네. 그런 게 겹치고.
클라라:그래도 꽤나 대중성 있는 곡이잖아. (천천히 피아노 커버를 열고는 건반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그치만- 오늘은 콩쿨곡을 연습할거라 쇼팽의 곡입니다.
조안나:쇼팽... (약간 기대했는데)
뭔데? (쇼팽의 무슨 곡?)
클라라:오늘 연습할 곡은~ 쇼팽의 발라드 2번이에요. (공연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한 번 인사를 하고는 습관처럼 녹음기를 켜 피아노 한 구석에 세워둔다.)
조안나:(첫 줄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다.)
클라라:(그런 조안나를 보고 한 번 빙긋 웃더니, 연주를 시작한다.)
익숙한듯, 클라라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매끄럽게 움직입니다.
어제 그 음악실에서, 또 그 전날의 하교길에서 마주쳤던 음색처럼... ...
흠잡을 곳 하나 없이 부드러운 연주가 흐릅니다.
언제부터 우리 학교에 이정도로 피아노를 치는 학생이 있었던거죠?
조안나:(가만히 소리에 집중한다. 분석해야하는데... 그저 감상하게 되는 부드러운 연주에 눈을 감는다.)
가만 연주를 듣고 있으면,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멜로디가 마무리 됩니다.
클라라:-... ... (열심히 움직이던 손가락을 건반에서 떼곤 녹음기를 끈다.) 휴... ...
(다시 빛나는 눈으로 조안나를 바라보고는.) 어땠어? 어땠어??
조안나:(눈을 번쩍 뜬다.)
가볍지 않아서 좋아. 조금 빠른것 같긴한데.. 네 연주 스타일인것 같아서 그건 노코멘트.
노트 터치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해.. (중얼중얼..)
클라라:헤헤... (아쉬운 점들이 이어지는 조안나의 말에 빙글빙글 웃는다.) 좋아 좋아, 귀는 여전히 날카로운데?
조안나:... 그래도... 좋네, 네 연주.
클라라:흐음...~ 진짜~?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면서 피아노를 정리한다.) 이거, 영광인데.
조안나:나 그런 말 쉽게 안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클라라:(여전히 피아노 의자에 앉은채로 입을 다물고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싶더니,) 역시, 네 연주도 듣고 싶어.
조안나:...
(가만 지켜보다 농담으로 넘기려는 듯 살짝 웃는다.) 1교시 뭔지 알아?
클라라:1교시~? 글쎄, 가서 눈치 보고 교과서 꺼내야지. 어쨌든 오늘 수업에 물리가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
...아! 이게 아니지.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한 번, 딱 한 번만 연주해주면 안 돼?
조안나:(진심이냐는 눈으로 본다.) ... 손 다 굳었어.
클라라:진짜 간단한거라도 좋은데. (언제나 진심이라는 눈으로 맞받아친다.)
조안나:...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
클라라:또- 그런 눈빛- (부끄러워라, 하고 가볍게 덧붙인다.)
조안나:(ㅍ.ㅍ...)
클라라:(ㅎ.ㅎ)
조안나:...
(입을 달싹이다가...) ... 기대를 왜 하는지 모르겠네, 정말..
클라라:연주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그냥 듣고싶은거란 말이야~ ...오늘은 글렀네. (조심조심 피아노 커버를 닫고 악보집을 정리해 의자 아래 수납 공간에 넣어둔다.)
조안나:잘하고 못하고 같은 게...
...
(어떻게 떠나지? 그런 생각이 어떻게 떠날 수 있지? 실력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취미로 즐겁게 할 때 뿐인 거잖아... 머리에 빼곡하게 들어찬 말을... 지금에 와서 하는 것도 우습다. 우리는 다르구나. 그래, 뭐.. 당연하지. 어떻게 같겠어. 겨우 좋아하는 곡이 같은 것 가지고는 공통분모가 대단히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지.)
... 상관 없어도 나는 좀...
별로야.
클라라:네가 내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눈썹을 늘어뜨리며 웃는다.)
음악이라는건 마음이 담겨있는 이상 가치를 잴 수 없는게 되잖아. 음정을 벗어나는 아이들의 노래에서 희망을 보는 사람도 있고, 삑사리가 나도 처음 낸 클라리넷 소리엔 어쩔 수 없이 감격하게 되는 것 처럼 말이야. 너도 예전엔 피아노를 열심히 쳤을 테니까,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해서.
(정리가 끝난듯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온다.) 자자, 조례 시작하겠다~ 슬슬 가자.
조안나:(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 어땠더라, 나는. 내가 연주하던 피아노는 어떤 소리를 냈더라. 기억이.. 희미하다.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앉아 클라라가 다가오는 걸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응. 가자.
(뒤따라 음악실을 나서다 입을 뗀다.) 나중에, ...연주하고싶어지면 얘기할게.
클라라:졸업하기 전엔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 (가방을 메고는 음악실 문 앞에서 우뚝 선다.) 아 참.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거지만... ... (괜시리 무게를 잡는다.)
해가 지고 나서 학교의 음악실에 들어오면 안돼.
조안나:뭐어... 지금 이런 마음을 먹었으니까 그리 오래 걸리진.. 응?
해가 지고 나서?
학교에 괴담같은게 있었나?
클라라:응, 모르고 있어? 음악실에 귀신이 나오거든. 마주치면 큰일날지도 몰라~~
GM:아침부터 괴담을 늘어놓는 클라라 때문일까요? 어쩐지 오싹한 기분입니다.
정신력 판정을 해주세요!
조안나: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귀, 귀신이라니.
농담 하지 마.
닫히는 음악실 문 틈 사이로 시선이 날아든 것은 잠깐이었습니다.
삽시간에 어두운 칠흑이 내려앉은 음악실이 유독 기이하게 빛났던 것도 같습니다.
GM:... ...찝찝한 기분이네요. [SANc 0/1]
조안나:그런... 류의 괴담은 다 학생들이 괜히 위험하게 밤중에 학교를 돌아다니지 않게 하려고.. 빨리 귀가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괴담이라고.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아무튼귀신같은건없어진짜야
클라라:흐흥. 말은 그렇게 하면서 꽤나 무서워하는것 같은데~
(키득대며 웃다가 가볍게 기침을 뱉는다.)
조안나:아냐!
클라라:맞는것 같은데~~~~~~~~~~~~~~~~~~~~~~
(우하하 웃는다.)
조안나:솔직히산사람이죽은사람을왜좋아하겠어
클라라:(ㅋㅋ)
조안나:무서운게당연한거아냐?섭리를깨는거라고
클라라:(ㅋㅋ!)
조안나:안무서워할이유가없잖아솔직히안그래!?
클라라:어우... ... 웃었더니 또 열오른다. (장난스럽게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자자, 조례 지각하지 마시고 얼른 가시죠~
조안나:... 넌 보건실부터 가봐.
선생님이 찾으시면 내가 얘기할테니까...
클라라:그래그래, 나는 보건실 갈테니까 유령 조심해서 가고~~~~~ (갈림길에서 크게 손을 흔든다.)
조안나:지금은 오전8시야!!!! (길길이날뜀)
아침의 작은 소동이 지나가고...
오후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5교시,
물리 시간입니다.
오전 수업 내내 자리를 비웠던 클라라도 지금은 제 자리에 앉아있네요.
물리 선생님: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 해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
물리 선생님의 특유의 말투 때문인지...
조안나:(빈 자리를 내내 흘끔거렸는데... 이제 멀쩡해졌나.. 괜찮나..)
아이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힐끔 바라보면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클라라가 눈에 들어옵니다.
열이 난다더니 조금 내린 걸까요?
생각할 틈도 없이 다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이닥칩니다.
물리 선생님:자자,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없다면 오늘부터 하도록 해라.
조안나:(뭔)
물리 선생님:실제로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속사포)
조안나:(이마 짚으면서 필기 확인... 아니 진짜 있네)
물리 선생님:거기, 조안나. (유일하게 졸지 않고있는 사람을 지목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선생님의 사연)
조안나:...네
(슬픈학생의사연)
물리 선생님:그럼, 이 세상에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을까?
조안나:(꿈뻑...)
있나요?
물리 선생님:본인 생각은 어떻지?
조안나:...있을지도...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지도...
물리 선생님:그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밝혀지지 않은걸수도 있지.
그 말은 즉슨, 아직까지 빛보다 빠른 물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 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조안나:(주변 친구들 돌아본다.. 과연 몇이나 이걸 듣고있을까..)
GM:지금.... 전체 학생의 93% 가 듣고 있습니다.
꽤나 흥미로웠나본데
조안나:(의외네..우리만 이과반인가보다)
GM:그때, 활짝 펼쳐진 교과서 위에 접힌 메모지 조각이 올라옵니다.
조안나:..? (어디서..? 주위를 흘긋대며 손으로 메모지를 덮는다.)
GM: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조안나: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흐리멍텅)
GM:쪽지가 엉망으로 구겨져 있습니다... 아니면 대충 찢어낸 걸까요?
어쨌든 선생님의 눈을 피해 급하게 보낸 것임은 확실하네요.
조안나:(슬그머니 펼쳐서 본다.)
GM:간단한 문장이 적혀있는 쪽지네요.
조안나:(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며 쪽지를 뒤집어본다. 누구라고 적지도 않고...)
GM:그러게 말이에요, 보낸 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는 쪽지입니다.
물리 선생님:자, 다들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니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아까 열심히 들었던 시간여행 얘기를 기억하지?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거라고 주정하는 사람이 있다고.
조안나:(이야기를 들으며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물리 선생님: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즉,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위해선 다른방법으로 접근해야한다 ...는 소리지.
자,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혹여나 그렇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조안나:...숙제?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들은 아이들이 한껏 야유합니다.
그 순간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치네요!
물리선생님은 잽싸게 반을 빠져나갑니다.
조안나:(멍하니 듣다가 얼굴이 찌푸려진다...)
아니분량도안알려주고...
클라라:(수업이 끝나자 척척척척 걸어온다.) 쪽지, 받았지? 방과후에 시간 내줄거지?
조안나:... 네가 보낸 거였어?
클라라:엑, 당연하잖아!
... ... 몰래 쪽지를 주고받는 친구가 많아?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조안나:이름도 안 적어 보내고... 어떻게 알아?
...그렇다기보단...
... 너도 처음 준 거잖아? 쪽지.
클라라:그렇긴하지~ (특유의 웃음을 짓고는) 아무튼, 그래서 답은?
조안나:... 시간은 돼. 근데 무슨 일이야? 또 연습? (고개를 기울인다.)
클라라:서점에 가려고. 어때? 숙제때문이라도 가는게 좋을것 같은데~
조안나:...서점?
아... 응. 마침 잘 됐다. 문제집 사야할 것도 있고, 책도 좀 사고싶으니까...
해 지는 속도가 느린 여름인지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 지금에도 쨍한 햇빛이 어깨를 데웁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배경을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연기처럼 자리합니다.
GM:클라라와 함께 서점에 가기로 했었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둘은 나란히 하교길을 함께 하고 있는 중입니다.
클라라:문제집은 어떤거 사려고? (터벅터벅..)
조안나:화학이랑, 영어. 다른 문제집을 사보려고. (터벅터벅..)
클라라:역시...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 (감탄) 뭐가 돼도 되겠어.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유동객의 수는 눈에 띌 만큼 줄었지만,
그런대로 여전히 붐비는 장소네요.
조안나:뭐가 돼도 돼야지. 너는... 무슨 책 사려고?
클라라:그냥~ 이것저것~ 일단 물리 숙제를 하기 위해 그쪽부터... ...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시간여행이니 상대성이론이니, 하나도 모르겠거든.
숙제는 어떻게 쓸지 생각했어?
조안나:대강 이해는 했어. 하지만 이게 학문적 논거를 필요로 하는 숙제일까? 그것까지 바라진 않았을 것 같아서... 굳이 따지면 타임 패러독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어떤 책을 찾아야할지는 감이 안 와. (어깨를 으쓱인다.)
클라라:흐으으으으으음 타임 패러독스라... ... (이리저리 머리굴리는 소리) 어휴, 어렵다니까 진짜.
사거리에 접어들자 때마침 초록불이 점등합니다.
이 신호등만 건너면 서점이에요.
클라라:켜졌다, 가자! 아직 초여름인데 더워 죽겠어 정말~
조안나:복잡하긴 해. 그래서 분량은 좀 정해주셨으면 했는데... (길어지는 말을 끊는다. 잠시 멈췄던 발을 다시 옮기며 시야가 지평선보다 조금 높은 곳에 점을 찍고 빙 돈다.) 벌써 이렇게 더우면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클라라:분량은 그냥... 1쪽 정도 채우면 되는거 아니겠어~ (먼저 서점의 자동문을 통과한다.) 얼른와, 여기 에어컨 틀어뒀다.
조안나:그거면 돼? 난 세페이지는 넘겨야할 줄... (문을 넘어서자 정수리로 찬바람이 떨어지며 더운 공기를 씻겨낸다.) 아. 시원하다...
클라라:뭐, 세페이지?! 너구나 선생님의 기대치를 잔뜩 높여놓는 학생중 한 명이... ...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특유의 책 냄새가 느껴집니다.
에어컨 덕에 햇빛에 푹 절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조안나:음, 그정도는 적어야 뭔가 쓸 수 있지 않아? (익숙하고 기분좋게 가라앉는 차분한 냄새. 주위를 둘러본다. 서점 서가 분류가..) 그럼 클라라는 물리쪽...
클라라:... ... 너 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조안나:왜!?
GM:오늘의 목적에 의하면 [문제집 코너], [과학 코너], [음악 코너] 등을 둘러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셋 다 안 가고 다른 코너에 가도 OK!
클라라:다들 나처럼 한페이지만 쓰고 그만해야지~ 하고이
있을걸?!
이것봐 내가 어이없어서 말도 끊기고
조안나:당황하지말고 두페이지는 써보도록해.
일단 길게 쓰고 줄여. 레포트는 그게 답이야. (문제집 코너로 먼저 향한다. 살 책이 정해져있으니까.)
문제집 골라서 갈게. 먼저 보고 있어. (과학 코너를 눈짓한다.)
클라라:아니, 아니. 뭐야... 네가 선생님이야? (과학코너로 저벅저벅 걸어감 황당하내..)
GM:궁시렁대는 클라라와 헤어져 조안나는 문제집 코너로 향합니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 있네요.
조안나:(화학 먼저...)
GM:화학 섹션으로 저벅저벅... 정갈한 문제집들과 그 사이에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이 조안나를 반깁니다.
조안나:(수능완성 화학..을 꺼내다 튀어나온 책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뭔데 이렇게 튀어나와있지.)
GM: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화학 월간 잡지 입니다. 이번 호의 소제목은 <전염> 이라는 이름이네요.
샘플로 둔 듯 한데... 읽어볼까요?
조안나:(전염... ... 어제 아침 뉴스에서 궁금해졌던 내용도 있을까싶어 펼쳐본다.)
GM:조안나는 잡지를 펼칩니다. (핸드아웃)
확실히 이번 전염병에 대한 언급이 있네요.
조안나:(아는 내용... 그리고... 제 3의 감염 경로?)
(미간을 찌푸린다. 아직도 밝혀진 게 없고, 역시 위험한 거잖아.. 또 다른 내용은 없나 더 읽어본다.)
GM:페이지를 조금 더 넘기다 보면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이라는 칼럼이 나옵니다.
그러고보니 이 잡지는 과학 잡지면서 추상적 의견이 담긴 칼럼도 종종 싣곤 했었죠.
이 칼럼도 묘하게 그래보이네요.
조안나:이건 또 무슨...(비과학적이다..... 물론, 좋은 파장과 나쁜 파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오염된 음악이라니...
(어쩐지 성미가 건드려진 기분으로 잡지를 탁 덮어 다시 끼워둔다.)
GM:되도 않는 소리죠 역시! 음악이라는게 실체가 있는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감염이 된다는건지... ...
이제 어디로 가볼까요?
조안나:(수.완. 영어도 빼들고 과학코너로 가 본다. 클라라가 어디있을까..)
GM:수.완.을 완전 정복한 조안나
클라라는 과학코너에 서서 무언가를 읽고 있습니다.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 이네요.
조안나:(슬그머니..) 이해는 됐어?
클라라:(꺅) 아 깜짝이야! (심장이벌렁벌렁)
조안나:에. (조금 웃는다.) 집중했어? 너무 놀라네.
클라라:... 아니. 이거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서 다 거짓말인것 같아. 이걸 읽고 어떻게 쉽게 이해할수있다는거야?나이해가안돼(중얼중얼)
조안나:응? (머리를 들이밀어 읽어본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해가 되긴 하는데 안되는 게 맞아.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클라라:그냥 아무렇게나 쓰면 안되나 물리숙제... ... (아예 조안나한테 책을 떠넘겨버린다.)
GM:클라라가 읽고있던 페이지는 <시간여행 패러독스> 에 대한 내용입니다.
조안나:(떠넘겨받은 책을 읽어본다. 이걸 읽고 클라라가 이해할 수 있을까...)
GM:그 다음 페이지에도 여러가지 [타임 패러독스에 관련된 내용] 들이 줄글 형식으로 이어져 있네요. 물리 숙제에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겠어요!
조안나:(다음 페이지도 읽어본다.)
클라라:나 참, 그냥 살면 되는거지 왜 이렇게 복잡한 이론을... (중얼중얼)
GM:다음페이지까지 읽어본다면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조안나: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GM:<할아버지 패러독스>와 관련된 대목을 발견합니다.
조안나:할..할아버지?
클라라:할아버지?
조안나:아니... 잠시만.. (페이지를 다시 뒤적여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이어서, <타임 리프>에 관련된 대목을 발견합니다.
조안나:(지끈지끈..)
클라라:(나도 지끈지끈..)
조안나:이거... 다 읽어도 이해 못할 것 같은데.
모순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약간, 뭐라고 해야할까...
클라라:그치, 그치. (어렵다는 얘기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중)
조안나:문제점만 엄청나게 제시하고 결과나 대안이 없어...
그래서 우리가 적어내야하는 레포트에 큰 도움은 안될 것같아, 굳이 여기서 뭔가를 사용한다면 이 모순 중 하나를 예시로 들고..
클라라:문제투성이 책이구만... ...
조안나:그다음에 해결방법같은 건 스스로 착안해햐할 것 같은..(중얼중얼)
클라라:하... 나는 한장만 써도 많이 쓴거야 이번 숙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살건 다 골랐어? (문제집에 기웃기웃)
조안나:아.. 응. 사려고 한 건 다 샀어. (아직도 미간을 찌푸리고 읽다가 책을 덮는다.) 클라라는?
클라라:난... 오늘 수확은 없음! (조안나가 들고있던 쉽게 이해하는 어쩌고 어쨌든 이해가 하나도 안 된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는다.) 에잉. 계산하고 나가자~
사실 들를데가 있거든.
조안나:음? .. 음악 코너라도 가 보게? (계산하고 나가자는 말을 흘려들었는지, 아니면.. 음악코너에 정신이 팔렸는지 잘못 짚는다.)
클라라:응? 아니 그건 아니고, 서.점.말.고.다.른.곳.
물론~ 음악 코너에 가보고 싶은거라면 들러도 돼!
조안나:어... (잠시 고민한다.)
(고민..)
뭐 하나만 찾아보고 올게.
클라라:헤에... ... (엄청나게 흥미롭다는 눈빛)
같이 가도 돼? 아님 기다릴까?
조안나:... 마음대로 해.
(먼저 음악코너로 발을 옮긴다.)
클라라:흐흠. (뒤 따라 간다!!)
조안나:(악보집..쪽으로 가려다가 발을 돌려 연주 cd쪽으로 가서... 작곡가 기준으로 루시를 찾아본다.)
클라라:뭐 찾아~~ (뒤쪽에서 기웃기웃)
GM:루시에 대한 곡을 찾아보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조안나:어, 음...
교과서에서 처음 보는 작곡가 내용이 있길래 궁금해서..
근데 안 나오네.
(어쩐지 머쓱...해져서 돌아선다.) 클라라, 루시라는 작곡가 알아?
클라라:네가 모르면 나도 모를텐데... ... 루시? (고개를 기울인다.) 으으으음...
... 나도 처음들어봐! 뭐야? 최근에 데뷔한 사람인가?
조안나:아닌 것 같아. 교과서에 적혀 있었으니까...
흐으음... (미간을 찌푸렸다가 편다.) 내가 이름을 잘못 기억하는 걸 수도 있고. 다음에 다시 찾아보지 뭐.
(그나저나 음악코너.. 오랜만에 들어서는 것 같아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클라라:이상하네~ 조안나는 뭔가 유명한 작곡가들 이름은 다 기억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GM:음악코너를 둘러보면 자연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쨌든 몇 년전만 하더라도 자주 왔던 곳이니까요.
조안나:그래... (약간 억울해져선) 정규 교육과정에 나올법한 작곡가를 모를리는 없는데말이야. 피아노 곡이 유명하지 않은 작곡가도 꽤 아는 편인데도....!
... 아무튼. 다음에 찾아보려고.
클라라:그럼 볼 일은 끝난거야-? (손에 잡히는 악보집을 들어서 한번 훑었다가 꽂아둔다.)
조안나:응. 이제 계산하고 가자. 어딜 갈건데? (시선이 잠시 그 악보집에 닿았다가, 계산대쪽으로 아예 몸을 돌린다.)
클라라:흐흠. 그건 비밀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뒤를 따라간다.)
조안나:엑...
(계산대에 책을 올려두고, 지갑을 꺼낸다. 현금 결제..)
클라라:(오오... 카드가 아니라니... 흥미롭게 관람)
조안나:말 해주면 덧나..?
궁금한데...
클라라:에잇, 비밀로 해야 임펙트가 더 강한 법이잖아~
조안나:(계산된 책을 가방에 넣고 돌아나온다.)
흐으으음.
클라라:(먼저 서점을 쇽 빠져나온다.)
조안나:흐으으으음. (잰걸음으로 따라나간다.)
대충 어떤 건지 카테고리라도?
서점을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교연한 노을이 상공과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클라라:비밀~ 비밀~ 어쨌든 위험한 곳은 아니야.
하늘이 점차 붉게 물드는 시각,
클라라는 앞장 서서 어느 외진 골목길로 들어갑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담쟁이 넝쿨과 장미꽃이 덮고있습니다.
조안나:안 위험한 거 맞지? (터벅터벅)
클라라:그럼~ 내가 위험한 일 하고 다닐 사람으로 보여?
조안나:(시선이 벽을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그렇다기보단...
클라라:그렇다기보단?
조안나:예상 밖일 것 같은 느낌.
클라라:흐흥.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다다릅니다.
클라라:짜잔-
둘의 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건물 주변에는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져 있고,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조안나:...어?
이런 데가 있었어? (가게 전면과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클라라:이런데가 있는지 몰랐지~? (하하 웃으며 악기상의 문을 연다.)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딸랑-’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현관벨소리가 둘을 반깁니다.
조안나:전혀... (따라 들어선다.) 이쪽 골목은 와본 적 없어..
클라라:오래된 악기상이라니, 운치 있잖아.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GM: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 명이 무언가를 살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봐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조안나:(부지런히 주위를 둘러본다. 운치있고, 분위기 있는 것. 클라라답다는 생각도 들고...)
클라라:그럼~ 편하게 구경해! 내 가게는 아니지만. (악기들이 있는 틈으로 쇽 들어간다.)
조안나:음? 어, 어디가..?
(멀뚱하니 서 있다가.. 책장쪽으로 다가선다. 악기상이라고 해도, 건반악기 하는 사람들은 악기보다는 악보에 관심 가지기 마련이다.)
클라라:나도 구경~~ (악기틈에서 대답한다.)
GM:책장으로 향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어깨와 어깨를 맞댄 채 꽂혀 있습니다.
어느 한 권 빠짐 없이 세월의 흔적이 누렇게 껴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가 얕게 쌓여 있기도 하고, 모서리가 찢어진 악보집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종이는 관리하기 힘드니까요.
조안나:악기 안 망가트리게 조심...(흘끔거리다가.. 이내 악보집쪽으로 관심이 환전히 쏠린다.)
(환전히?완전히)
GM:환전히
악보집엔 유명한 클래식 악보들이 많이 꽂혀있습니다. 역시, 세월이 묻은 악기상이라는걸까요?
조안나:많다... (오래된 악보는 사실 만질 일이 없었는데... 망가트릴까봐 무섭기도 하고...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눌러 훑어본다. 아는 곡도 있고, 모르는 곡도 있고..)
GM: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걸까요? 조안나의 손에 악보 한 장 한 장이 부드럽게 스칩니다.
조안나:(한참 악보들을 살펴보다 문득 머리를 다시 스치는 이름... 루시라는 작곡가의 악보가 있을까 싶어 찾아본다.)
GM:알파벳 순서로 정렬된 책장을 찬찬히 훑어보면... ...
루시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안나:역시 없나... (어쩐지 어깨가 툭 내려앉는다. 뭐, 그럴 수 있지. 대신 몸을 돌려 카운터로 향한다.)
GM:이쯤되면 루시라는 작곡가가 정말 존재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카운터로 가면... 팔꿈치를 올린채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악기상 주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카운터 위에는 낡아빠진 [아날로그 시계][라디오]가 올라와 있고, 그 옆에 읽다만 [신문]이 놓여 있네요.
조안나:(시계를 흘끔 본다. 슬슬 해가 질 시간인가..)
(라디오는 꺼져있나?)
GM:척 보기에도 만들어진지 이십 년은 되어보이는 오래된 라디오에선 노이즈 낀 저음질의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어라 이건... 어제 클라라가 연주했던 그 곡이네요.
조안나:쇼팽..
GM:시계 역시 골동품 가게에서 주워올 법한 연식의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입니다.
그래도 약은 꼬박꼬박 갈아주고 있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이 무리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네요.
조안나:(이거, 시간이 맞긴 한 걸까... 엄청나게 오래된 것 같은데, 제법 세차게 째깍이는 모습이 정정한 노인같다 생각한다.) 저기... (카운터에 앉은 주인을 부르며 신문에 시선이 떨어진다.)
GM:카운터에 앉아있는 주인은 곯아떨어진건지... 잠시 뒤척이더니 다시 선잠에 듭니다. 너무 위기 의식이 없는거 아닌가요?
놓여진 신문은 잘 알려진 신문사의 주간 신문입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신호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발행된 신문입니다.
신문 내용을 확인하면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GM:기사 날짜를 재차 살피니 이 신문은 3주 전에 인쇄된 호입니다.
'지난주'가 덧붙어 있는 것을 미루어 유추하건데, 그 매혹적이라는 J씨의 연주는 대략 한 달 전에 콘서트로 진행되었던 모양이에요.
조안나:겨울이 흘린 눈물...(어디선가, 읽어본 적 있는 이름인데..)
GM:그러게 말이에요... 어디선가 읽어본 기억이 있는데...
조안나:기껏해야 어제오늘읽은 이름인데... 어디였지..
(갸웃..)
클라라:(악기들 틈에서 쇽 빠져나온다.) 구경 다 했어?
어때~~ 좋지?
조안나:응. 분위기가 좋네. 악기 구경 다 했어? 거긴 아직 못 보긴 했는데...
클라라:응, 찾는 피아노가 있는데 여기엔 없더라고. 분명 팔리지는 않았을텐데... ... (고개를 기울인다.) 아, 그럼 악기 구경하고 갈래? 악기들은 다 반짝반짝 하더라구.
조안나:피아노?
클라라:응, 피아노. 왜~ 다른 악기를 찾을리가 없잖아.
조안나:피아노를.. 사려고 했어? (아무렇지도 않게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갔다. 보통 업라이트 피아노라면.. 가격이 대충..) 어...
그렇긴 하지.
팔리지 않았으면 창고에 들어갔을까... (생각을 털어낸다.) 구경... 응, 할래. 뭐가 있어?
클라라:... ... (내가 그렇게 부자는 아니라는 눈빛을 보내며...) 관악기도 있고, 현악기도 있고, 피아노도 있고...~ (다시 악기들 틈으로 들어간다.)
GM:현악기,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타현악기인 피아노까지.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이 허름한 악기상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반짝이는 악기들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리합니다.
클라라:여기 사장님이 악기엔 나름 자부심이 있으시거든. (소곤소곤)
조안나:그런 것치곤 너무 곤히 주무시던데... 우리가 망가트리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눈이 이리저리 돌다가도, 결국 닿는 곳은 피아노다.)
클라라:이런 후미진데까지 찾아올 사람이라면 음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있어서가 아닐까? (반걸음 뒤에서 지켜본다.)
조안나:... 그럴지도. (천천히 다가가 건발을 덮은 뚜껑을 매만진다.)
클라라:쳐봐도 돼, 그렇게 나와있는 피아노는. (뒤에서 소근소근)
조안나:... 딱히, 뭔가 쳐보려고 그러는 건...
(아니..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클라라:쳐봐도 되는데~ 진짠데~ 사양 안하셔도 되는데~ (뒤에서 가볍게 계속 말을 던진다.)
조안나:네에... (뚜껑을 천천히 열자 상앗빛 건반이 가지런히 배열되어있다. 이 차분하고 정갈한 모양이 퍽 오랜만인것 같았다.)
클라라:(뒷통수에 냅다 기대의 시선 꽂는중)
조안나:(손을 들어 건반 하나를 꾹 누르자 울리는 소리가 명쾌하다. 동시에 심장도 울리는 듯 했다.)
커튼콜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8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안나는 언젠가 시작했던 피아노에 대해 떠올립니다.
새로운 시도에 기뻤거나,
벅찼거나,
혹은 자신만만했을 지도 모를 과거입니다.
막연한 감상은 그곳에서 흩어집니다.
날개 꺾인 새에게 용기만큼이나 덧없는 기개가 또 있을까요.
여전히 건반 위에 손을 올려두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
클라라:그 피아노, 소리 좋다. 그치?
조안나:응. 살짝 먹먹한 소리가 나. 그러면서도 소리가 깔끔해.
클라라:이 악기상에는 독특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많이 들어오니까 말이야, 종종 들러도 재밌어.
조안나:재미있는 곳이네. (다음 건반을 눌러 볼 마음이 들지 않아 손을 거둔다. 괜시리 손목이 시큰대는 기분이었다. 저를 올려다보는 건반 위로 뚜껑을 닫았다. 기대받는 것 같아서 싫어.) 다른 악기도 궁금한데, 건드려봐야 우리는 모르겠지?
클라라:(아쉬운 기색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응, 나는 피아노 외길 인생이라ㅡ 그냥 멋지다, 예쁘다 정도의 감상만 가능해.
조안나:나도. 이젠 그 길도 벗어났지만. (아예 피아노 앞을 벗어나 걸어나온다. 착잡함과 후련함이 뒤섞이면 민트맛이 나. 지금이 꼭 그랬다.)
클라라:혹시 몰라, 돌아오게 될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 뒤를 따라간다.) 그럼 이제 집에 갈까?
조안나:..안 그래. (담담하게 고개를 젓고 발을 옮긴다.) 응. 너무 늦기 전에. 이제 해 떨어질 걸.
클라라:그걸 어떻게 장담해? 인생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건데 말이야. -아니, 이 사장님 아직도 주무시네... (조심스럽게 악기상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악기상 문을 열고 나오니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온전히 어두워지진 않은 길을 비춥니다.
조안나:이젠 좀 일어나셔야 하는 거 아냐? (흘끔... 하더니 그대로 나간다.)
클라라:한 50%의 확률로 항상 주무시는것 같달지...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늘을 한 번 바라보더니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걷는다.)
오늘 어땠어~? 유익했지, 그래도?
조안나:뭐... 재미있었어. (아침보다 조금 더 무거워진 가방을 메고 걷는다. 밤거리는 아침보다 뜨거운 공기의 함량이 많다. 꺼져가는 여름 낮의 남을 불씨 탓일까, 마음이 녹아 일렁이다 굳은 것 같은 건.) 유익...은 모르겠지만?
클라라:유익했잖아~ (복잡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기지개를 쭉 핀다.) 조안나의 피아노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말이야.
조안나:으음? ..그걸 들었다고 하면 안되지. 그건.. 그 피아노의 소리야. 내 피아노가 아니.. ... 뭐.. 그래. (열변을 토하다 말을 멈춘다. 뭐... 그렇게라도 들었다고 생각하려면 생각할 수 있지. 집착없이 유해진 마음이 언제 이렇게 다시 촘촘해졌었는지. 부러 풀어내는 것도 노력인데.)
클라라:어쨌든, 조안나가 쳤으니까 조안나의 피아노 소리지. (꿋꿋하다.) 같은 악기여도 누가 치냐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잖아- 앗,
머지않아 두 사람은 광장에 접어듭니다.
중앙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는 게 눈에 들어오네요.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조안나:그래, 그럼 내가 친 피아노 들은 거니까 만족하는 거지? (광장으로 걸어가다가 클라라의 시선이 닿은 곳과 클라라를 번갈아본다.)
클라라:... ...! (피아노를 보고 눈이 동그래져선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 아니아니, 아직 만족은 아니야! 그 찰나로 어떻게 만족하라는거야! (따박따박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않고...)
GM:조안나는 정신력 판정입니다!
조안나: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세상의 오류와 같은 현상, 다시 한 번 어쩐지 모를 데자뷰 현상에 사로잡힙니다.
이 장면, 어디선가 분명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꿈에서일까요?
GM:어쩐지 최근엔 계속해서 기시감이 듭니다. [SANc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으으음...
(이상하게 낯익어..)
클라라:(이리저리 피아노를 살피다가 빙글 돌아서서 조안나를 바라본다.) 오늘 갑작스럽게 오후 내내 나랑 같이 다녀줬으니 선물이라도 해줄게, 받을거지?
조안나:... 선물?
클라라:아~ 받을거지? 받아줄거지?
조안나:...
듣고!
뭔지 듣고!
클라라:아~~ 비밀인데. (무해한 눈빛 보내봄) 위험한거 아니야~ 나쁜것도 아니고~
조안나:맨날 위험한 거 아니라는 말 만 하는 거 같은데... (의심스러운 눈...)
... 알았어, 일단은.
클라라:그래서 위험한적 있었어? 없었잖아- (키득대며 웃고는 피아노 의자에 앉는다.)
조안나:...그렇긴 하지만.
(피아노 옆에 가 선다.) 뭐야, 뭘 연주하려고? (대충 눈치를 채고 입꼬리를 올린다.)
클라라:(한 번 장난스럽게 웃곤, 녹음 버튼을 누른 녹음기를 피아노 한 구석에 세워둔다. 두어번 숨을 가다듬는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곤, 천천히 건반 위에 손을...)
이윽고,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유려한 선율이 거리에 흐릅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 멈춰서네요.
가로등의 적적한 불빛이 마치 무대 위의 조명처럼 광장을 밝힙니다.
가만히 서서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의 선율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허름하고 볼품 없던 낡아 빠진 피아노일지라도 연약한 빛을 반사할 수는 있는 모양이에요.
조안나:(피아노에 살짝 기댄 채로 낡은 건반에 반사된 빛과 그 위로 춤추는 손가락, 반사된 빛이 비추는 얼굴. 미지근한 밤공기의 온도와 어울리는 소리에 집중한다. 살짝 눈을 감으면 기대어 선 피아노에 울리는 진동이, 현을 두드리는 진동이 다가온다.)
연주가 끝나자, 자잘한 박수소리가 들려옵니다.
클라라:(예정된 공연이라는 양 사람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조안나를 바라보곤 씩 웃는다.) 어때? 위험한 건 아니지?
조안나:전혀 위험하지 않네. (가만 미소짓는다.)
(시선이 녹음기에 닿고..) 이거, 보내줄래? 듣고싶어.
클라라:흐음~ 이건 내 비밀창고인데~ (여전히 웃는 얼굴로 녹음기를 손에 쥔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나한테 피아노를 한 곡 연주해주는 날에 보내줄게. 어때?
조안나:... 방금 거 하나만 보내줘도 되는데.. 선물이라며!
...
(잠시 고민..)
클라라:1회 이용권이랑 영구 이용권은 다르다구요 손님~
조안나:그런 건 말 안 했잖아~
클라라:에잇, 선물인데 말이 많다! 얼른 알겠다고해~~
조안나:(대체로 조안나는 홧김에 저지르는 스타일이지만.. 그럼 지금 연주해줄게. 어때? 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아 고민한다.)
... 아, 알았어..
클라라:(알겠다는 말에 실없이 웃는다.) 그래, 그럼 그런걸로. (다시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고는) 아, 이젠 정말 집에 돌아가야해.
조안나:아. 벌써... (주위를 둘러보더니 시간을 확인한다.) 응. 이제 배도 고파.
클라라:자, 그럼~ 내일 학교에서 다시 보자! (크게 손을 흔든다.)
조안나:응. 내일 봐. (손을 가만히 흔든다. 클라라가 가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무슨 곡을 연주해줘야할지를 고민한다.)
둘은 갈림길에서 헤어집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둘은 오늘처럼 줄곧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클라라는 농담같은 입버릇처럼 다시 피아노가 치고싶지 않느냐 물었구요.
그 일이 눈 앞에 불쑥 들이닥친건,
그렇게 함께한지 10일 후의 이야기입니다.
*
*
*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아침 알람이 조안나를 보채고 있습니다.
조안나:끙...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눈을 비비며 흐린 시야를 맑게해줄 물건이 있을 곳으로 손을 뻗는다. 일련의 행동에 의식적인 부분은 없다. 일상적인 일이니까.)
습관적인 몸짓으로 알람을 끄면,
TV에서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또 TV 끄는걸 잊고 잠든 모양이에요.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는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새로 편성되었다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조안나:이젠 아침인데도 덥네... (뜨끈하게 덥혀진 등에 붙은 잠옷을 펄럭이다... 화면으로 시선이 향한다.)
아... 또, 속보..
GM:제대로 잠에서 깼을까요? 듣기 판정입니다!
조안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전염성 열병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2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달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기현상이 발생, 목격되고 있습니다.
미열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여름철의 짙은 오존 냄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밤 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있는 것이 기이하다.'
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질병 감염에 따른 환각 증세의 가능성을…"
조안나:환각까지...
GM:어쩐지 점점 심각해 지는것 같네요, 이 유행성 질병.
어쨌거나 우리는 고등학생,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에 가야합니다.
조안나:(말이되냐고..)
GM:이게 학교냐~
조안나:휴교... 해야하는 거 아냐? (궁시렁거리면서 교복을 챙겨입는다. . .)
GM:주섬주섬... 입은 꿍시렁대지만 알람을 껐을때와 같이 착실하게 움직입니다.
조안나:상식적으로 말이야... (중얼 중얼 궁시렁 궁시렁..)
중얼중얼궁시렁궁시렁...
몇 달 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한산해진 거리를 걸어
익숙하게 뒷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서면,
클라라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등교하려나요?
조안나:(빈 책상을 보고... 음악실에 있나, 생각한다. 별 생각없이 제 자리에 앉고, 주변에 앉은 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여느때처럼 아이들과 아침 인사를 건네고...
곧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조례를 시작합니다.
이젠 익숙해진 C반 선생님이네요.
조안나:(대강 인사하고... 흘끔, 클라라 왔나? 돌아본다.)
평소와 같이, 별다를바 없는 안내사항이 조안나의 귀를 스쳐갑니다.
뒤를 돌아보지만 여전히 클라라의 자리는 공석입니다.
조안나:(지각?)
GM:지각일지도요?
조안나:(아침잠은 너도 많구만~)
GM:그러게 말이에요~
무난한 조례가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교실을 나섭니다.
조안나:어...
음... (빈자리들을 돌아본다.)
그러고보니 두 반이 묶인 뒤로부터 서넛의 아이들이 병결 처리 되었습니다.
메꿔두었던 책상은 다시금 주인을 잃고 방치되길 반복합니다.
그러한 공백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1교시 담당 선생님이 들어옵니다.
조안나:... (그새 또 비워지고, 이러다 텅 비어버리는 건 아닌지.)
어쩌면... 그럴지도요.
조안나:(클라라도... 병결인가?)
1교시가 지나고, 2교시, 3교시... ...
클라라는 오지 않았습니다.
조안나:(약간 조바심이 나 빈 자리를 거듭 돌아보다가..)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향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난 며칠간 질릴만치 붙어다니며 시간을 공유했으니까요,
신경쓰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GM:조안나는 교무실로 가 무엇을 하나요?
조안나:(임시 담임인 c반 담임 선생님에게 클라라가 병결인지... 물어본다.)
C반 선생님:클라라? 아, 최근에 유행하는 전염성 열병으로 인해 병결이다. 요즘 붙어다니더니 못 들었니?
조안나:어... 네....
..
그럼 병원에 있나요?
C반 선생님:글쎄... ... 병원에 가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니 말이야. 너도 조심해라.
조안나:...감염 경로도 불분명하니까요...
... ... 혹시 집주소, 알 수 있을까요?
C반 선생님:병문안이라도 가려고? (컴퓨터에서 학생 자료를 뒤적이더니 쪽지에 주소 하나를 적어 건넨다.) 자.
조안나:네.. (주소가 적힌 쪽지를 받아든다.) 감사합니다.
C반 선생님:자, 다음 수업 늦지말고 교실로 돌아가라. (본인도 수업인듯 책을 챙겨 일어선다.)
조안나:네. (꾸벅. 인사하고 교무실을 나온다. 수업 다 끝나고 가면 시간이 너무 늦으려나...)
(하지만어쩌겠어휴교도안하고나는성실모범생인데..)
'성실모범생' 조안나는 다시 교실로 돌아가 수업을 듣습니다.
조안나:(우우)
무심하게 시간은 흐르고...
*
하교를 알리는 묵직한 종례음과 함께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조안나:(저도 가방을 챙겨 일어선다. 쪽지를 펼쳐 적힌 주소를 읽어보고, 어떻게 가야할 지 가늠해본다.)
자리에서 일어선 조안나는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조안나:연락..미리 안 해보고 가도 되나? (그런 생각은 그제서야 퍼뜩 들지만.. 거절당하면 그게 더 곤란한데.)
기묘한 이끌림에 힘입어 클라라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기울입니다.
조안나:(빈 책상...)
GM: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책상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사이로부터 빼꼼 튀어나와 있는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합니다.
조안나:뭐라도.. 두고 갔으니 챙겨왔다고 해 볼까... (사물함을 들여다보다가, 종잇 조각을 뽑아낸다.)
GM:뽑아내 살펴보면, 어떤 위치를 가르키는 약도와... ...
어떤 메모입니다.
아이디어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약도를 보고 있자면,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열흘 전, 클라라와 함께 방문했던 그 악기상이 틀림 없습니다.
조안나:여긴... (담쟁이 넝쿨과 장비가 흐드러진 붉은 벽돌 담벼락들. 낡은 악보가 빼곡한 책장과 악기들이 떠오른다.)
이 메모는 뭐지...
GM:의미심장한 문구네요.
이제 어디로 가볼까요?
조안나:시간을 증명하고 기억을 되새길 물건... ... 돌아와야만 하는 장소...
(쪽지에 적힌 내용을 중얼거리다, 전부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든다. 일단은.. 클라라의 집으로 가 보자.)
조안나는 익숙하지 않은 길을 따라 클라라의 집으로 향합니다.
당신의 집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이곳은 작은 오피스텔이네요.
조안나:여긴가... (주소와 건물을 번갈아보다, 이름이 일치하는 걸 보고 안으로 들어선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클라라의 집 문 앞에 섭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안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들리지 않네요.
조안나:... (벨을 눌러본다.) 클라라? 나야, 조안나. 안에 있어?
벨을 눌러보고 말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 뿐입니다.
조안나:... 없나...
... 병원에 간 걸까. 아니면 자고 있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 그 앞에서 머뭇대다 건물을 나선다. 막막한 기분.)
(얼굴을 본다고 해결되는 병도 아닌데, 왜일까? 그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미간만 찌푸려진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달려온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지고... )
사람의 마음에 논리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텅 빈 공간에 초여름의 열기만이 조안나를 상대합니다.
조안나:(... 막막함에 발을 두서없이 옮긴다. 집에 가고 싶지는 않으니, 자연스럽게도 발은 광장으로, 그 날 걸었던 길을 되짚어 벽돌담 사이로 이끌린다. 남겨둔 종잇 조각이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뭐라도 실마리가 되어주기를 바래서. 답답한 건 마음 뿐 아니라 공기도 그러한 탓에, 자연히 그늘을 찾아 걷는다.)
잘 닦인 도자기처럼 맨질거리는 종이를 손에 쥔 당신은
어쩌면 전에 없던 확신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이 종이는 마치 돌부리처럼 당신의 눈에 걸리고 말았으니까.
마치 결국에는 이 쪽지를 발견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었으니까.
조안나는 일전에 함께 방문했던 악기상 앞에 도달합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페인트칠이 벗겨진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조안나:어... 엇.
GM:그리고... 관찰 판정입니다.
조안나: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어느 틈 사이로, 어떤 계절의 매미 우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GM:듣기 판정입니다.
조안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소리를 눈짓으로 따라가면... ...
악기상 바깥쪽에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어딘가로 향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조안나:... 모르는 길을 발견하거든...
(울타리 안쪽을 들여다본다.)
울타리를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샛길입니다.
어쨌든 몸을 구겨본다면 간신히 이동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조안나:(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텐데, 그야 이 샛길이 어디로 통하는 지도 모르는걸. 하지만, .... 그 종잇 조각에 적혀있던 게 생각나니 신경이 쓰인다. 신경이 쓰이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걸.)
(시간을 증명하고 기억을 되새길 물건...)
(손목에 차고 있던 흰색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 시간은 증명할 수 있지만..
기억을 되새겨주는 물건인가?
... 괜한 데 너무 신경쓰나.
GM:본인의 생각에 의구심이 든다면, 아이디어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지금 이 시간에서 조안나가 그 시계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안나:(이건... 작년 생일에 선물받은 시계다.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작고 가벼운 것으로, 한여름에도 그냥 착용하고 다니는 물건..)
... 그런 건 별로 상관 없겠지. 좀 미신 같기도 하고. (마음 먹은듯 침을 꿀꺽 삼키더니 무너진 울타리 안쪽, 샛길로 들어선다.)
조안나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합니다.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 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가 보입니다.
풀벌레 우는 소리만 선명하고,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공간입니다.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있는 것을 제외하면요.
조안나:...
이, 이게 뭐야!?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조안나:도시 한 복판에 이런게 ...?!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조안나:...
GM:...이런게 갑자기 공터에 나타났다고요? [SANc 1/1d3]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대박...
꽤 깊어보이는 구멍입니다.
근방에선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비릿하기도 하면서 싱그럽기도 한 특유의….
조안나:이게 뭘까... (위험하니까 가장자리로 다가서면 안된다는 지침을 알면서도, 학문적 호기심이 앞서 발이 주춤대며 가까이 움직인다.)
들어가면 못 나오겠는데... (안쪽을 들여다본다.)
38도를 웃도는 기온임에도 살갗에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앞으로 다가가면...
구멍 속의 누군가가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이 구멍에 뛰어들어야 해!’
조안나:그래?
(홀린듯이 걸음을 내딛는다. 조심스레 디디던 좁은 보폭대신 평소의 널찍한 보폭으로, 구멍 안으로 쏟아져내린다.)
GM:#ㅉ
아, 평소라면 이런 짓은 하지 않을텐데...
그러나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구멍 속으로 몸을 내던지자,
당신은 온 몸을 거스를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그리고...
*
정신을 차려보면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이한 감각이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조안나:...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조안나:뭐지?
맞은 편에 일렁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있습니다.
조안나:...
어떤 길로,
조안나:이게, 무슨...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직감이 듭니다.
조안나:이...이게 뭐야...
(몸이 저절로 움츠러든다. 가방끈을 꽉 쥐고 두리번거린다.)
꿈..? 꿈인가? (자기 팔을 꼬집어본다.)
전깃줄 위에 앉은 새들의 목소리나 매미의 우짖음만이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통각이 느껴지는 걸 보면... 꿈은 아닌 것 같아요.
조안나:아야...
...
무서워..
(구멍이 있던 곳에 선다. 발을 쿵쿵 구른다. 돌려줘, 구멍을 다시 열어줘, 돌려보내줘. 점점 울상이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걸까요?
조안나:제, 젠자앙... 안하던 짓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괘, 괜한 짓을.. 조안나 이 멍청이, 왜그랬어, 왜. (자기 이마를 퍽퍽 치다가.. 시계에 시선이 닿는다.)
GM:시계를 바라보면 그것은 태연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잘 못 된게 아니라는 듯이요.
조안나:... ...
어딘가, 다른 곳에 구멍이 있지 않을까?
서둘러 구멍을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독 매미 소리가 크게 울리는 곳엔...
GM:듣기 판정입니다.
조안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곳에 왔을때처럼,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그 악기상이 보입니다.
조안나:(주춤주춤 발을 옮긴다. 어디든 가 보자. 어디라도.. 구멍을 찾을 수 있으면...)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GM:닦지 않아 희뿌연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악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다 낡아가는 [피아노]한 대만이 전시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조안나:... 완전히 다른 곳이잖아... (울상으로 안을 들여다보다가, 잠시 고민한다. 눈을 이곳 저곳 돌려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GM: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카운터][피아노] 입니다.
좌석에 앉아 악기상을 지키고 있던 가게 주인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이 피아노를 제외한 악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은 그대로네요.
조안나:(눈앞의 카운터를 돌아본다. 주인분.. 여기는 없는걸까.)
GM:쓸쓸한 카운터 위에는 다소 눈에 익은 물건들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어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계][라디오]에 먼지가 그득 쌓여 있습니다.
조안나:... (라디오를 켜 본다.)
치직… 치지지직…
라디오는 완전히 고장나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GM:기계수리 판정이 가능합니다.
조안나:
기계수리
기준치: 10/5/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기계수리
기준치: 10/5/2
굴림: 11
판정결과: 실패
(퍽... 퍽..)
(기계는 패는거 아냐?)
(두드리면 멀쩡해진댓는데..)
GM:퍽...퍽... 기계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말은 다 거짓말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약하게 소리가 들립니다.
…칙, 치지직… …사망한 인구가 전체 인류의 70%에 육박했습니다.
조안나:(귀를 갖다대본다..)
…… 치직, …그 누구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조안나:...
이대로 인류는 역사에서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조안나:뭐..?
한편 …가설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들은…전염병이 사실은 어떤 저주이며,
조안나:무슨 소리야 인류가 없는데 누가 역사를 쓰고 읽어..
감염 경로가 특이하게도 음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주를 세상에 퍼뜨린 곡의 악보를 태우는 방법만이...
조안나:...?
존속과 멸망을 결정지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이내 라디오는 픽 하는 소리와 함께 꺼져버립니다.
조안나:아.
망가졌네... (망가트린건 아닐거라고 굳게 믿음)
GM:과연
조안나:아니 근데 무슨.. 만화도 아니고, 무슨 전염병이 음악을 매개로.. 말이나 되나..
(중얼대면서 아날로그 시계를 본다.)
비현실적인 뉴스를 뒤로 하고 먼지 쌓인 아날로그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약이 거의 다 되어가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이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그러모아 간신히 뜀박질 하고 있습니다.
하나 부자연스러운 점은 바늘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공전해야 할 궤도를 떠나지 못한 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
GM:일련의 반복된 패턴에 기이한 느낌이 듭니다. [SANc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내 시계랑 반대로 돌아.
GM:문득 손목시계를 바라보면 조안나의 손목시계의 침도 갈피를 잃고 고장난 나침반처럼 볼품없이 덜덜 떨고 있습니다.
조안나:...
(손목시계를 손바닥으로 덮어 꾹 쥔다.) 이게 다 뭐람?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꿈인 거 아냐? 말도 안되잖아...
GM:그러기엔 피부에 느껴지는 감각은 생경합니다. 기분나쁠만큼 생생한 꿈일까요?
조안나:하..
(현실인지판정하게해줘)
GM:그래 가보자고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ㅋ)
GM:너정말
조안나:... 꿈이겠지? 꿈인거같아..
(씩씩하게 걷기 시작한다.) 아 뭐~.. 꿈인거 알았으니까 괜찮지 뭐...
GM:어 디 서나 당당 하게 걷기
조안나:(책장이나 들여다본다...) 꿈.. 빨리 깼으면 좋겠다..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는 더욱 무거워졌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절반쯤 튀어나와 있는 책자도 여럿 보입니다.
GM:책장 모서리에 전에 보지 못했던 [달력]하나가 박힌 못 위로 장식물처럼 걸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조안나:(손가락으로 악보를 훑다 퍼지는 먼지에 콜록댄다. 허공에 흩어진 먼지를 손부채질로 걷어내다.. 달력과 눈이 마주친다. 저런 건 없었는데..)
달력은 7월에 펼쳐져 있습니다.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몸통만한 달력을 쳐다보던 당신은
달력 어귀에 적혀있던 올해의 년도를 발견합니다.
[2025년]
조안나:...?
GM:지능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 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은 눈치챕니다.
조안나는 가까운 미래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2025년,
조안나:시간 여행...
인구의 70%가 잠들어버린 뒤 고요한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3년 후의 미래입니다.
조안나:꿈이 아닌건가..
GM: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거죠? [SANc 1/1d3]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꿈이 아니라고!?!?!?!?!?!?!?!?!?!?
GM:아무래도 그런것 같아요.
조안나:마..말도 안돼..
꿈이라고 해줘..
이거 그거.. 상대성 이론..
타임 패러독스는 어떻게 되는 건데..
이렇게 막.. 막 여행해도 되는 거야? 안전 장치는..?
뭐 이런 게 다있어...
물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조안나:(광인처럼 중얼중얼중얼중얼)
그치만 이건... 이론을 뛰어넘는 현실이에요.
조안나:아..아니... 그런.. 하..
... 그런 게 어딨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싼다. 이런 일은 나한테 일어날만한 일이 아니잖아. 그런 건 영화에서나 보길 바랬는데..)
원치 않은 주인공자리를 꿰차버렸습니다.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조안나:이런 거 싫은데... 으으...
(한참 죄없는-있다고생각함환각이나꿈이길바람-머리를 괴롭히다 벌떡 일어난다.) 아으으. 몰라! 이렇게 된 이상 뭐라도 해 봐야지! 죽을 순 없잖아!
(주위를 공격적으로 두리번대다 피아노 앞으로 간다.)
GM:그래요,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요! 대본도 감독도 없는 현실이지만 다시 일어섭니다.
피아노에 가까워진다면 지능, 혹은 관찰력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낯익은 피아노에 눈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번 주에 클라라와 함께 광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보았던
다 낡아 볼품 없어진 악기에 싸구려 페인트 칠을 해 구색만을 갖추고 있었던 그 피아노 입니다.
조안나:...
이 피아노는 분명 광장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악기상이 출처였던 모양입니다.
조안나:이거 하나 남았네.
GM:조안나가 알던 모습인 물체는 이것뿐이네요.
조안나:(피아노 뚜껑을 열어본다.)
GM:피아노 뚜껑을 열자 소복히 쌓여있던 먼지가 날립니다.
조안나:켁,
아휴..
GM:건반위에도 옅게 먼지가 깔려있습니다.
조안나:(건반 위에 쌓인 먼지를 손가락으로 쓸어낸다. 조율도 안 되어있겠네.)
GM: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조안나의 손짓에 따라 흰 건반의 색이 드러납니다.
조안나:(건반을 꾹 눌러본다. 소리는 나나, 음은 얼마나 엇나가있나.)
GM:건반을 누르면 전에 들었던 소리보다 훨씬 무겁고 먹먹한 소리가 악기상 안에 울립니다.
음도 반음정도 엇나가 있네요.
조안나:그럼 그렇지.
GM:정말로, 시간 이동을 한게 맞다면... ...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꽤 오랜시간 방치된 것 같으니까요.
조안나:몇 년씩 지났으면.. 그래, 그럴 수 있지.
(손끝에 묻은 먼지를 털고 악기상을 나선다. 학교라도 가 볼까.)
조안나는 악기상 밖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리고...
끝없는 열기에 데워진 아스팔트가 일렁이는 건너편 골목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조안나:어. 사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반깁니다.
한참 찾았어. 몸은 괜찮아진 거야?
하고 물으면서요. 클라라입니다.
조안나:(시선을 든다. 얼굴이 밝아진다.) 클라라!?
너, 너야말로... 열병에 걸려서 병가 냈었잖아!
난, ... 아, 그러니까.. 아직은 걸리지 않았는데.
클라라는 조안나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으로 잠시 고개를 기울이곤,
그리 대답을 바라고 건넨 말은 아니었는지 곧바로 말을 이어갑니다.
생각해봤는데, 문제 없을 것 같아.
과거로 가서 너를 만나고 올게.
네가 정말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했다면…
조안나:어..?
그 때 우리가 이 악기상에서 만났을리 없으니까.
그렇게 이야기 하는 품에는 악보가 들려 있습니다.
<여름의 유령>
조안나:그게 무슨 말이야..
클라라는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다가 한번 웃어보이고는
마치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미련 없이 조안나를 지나쳐 악보를 들고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그 구멍에요.
조안나:zm,
클,
라라...
클라라?
... 뭐지?
(클라라가 사라진 구멍을 바라본다.)
구멍을 바라보면 이걸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그 감각들이 몰려옵니다.
오존 냄새가 다시금 짙게 느껴집니다.
조안나:...
(따라 들어가면 되는 걸까.)
(발이 잠시 멈칫거렸다가, 주춤대며 내딛어진다.)
가, 같이 가..
(우리가 만난 건 악기상이 아니라 학교였는데, 나는 병에 걸린 적이 없고, 내가 피아노 치기 싫어하는 건 너도 알고 있었잖아..)
(왜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또 내가 모르는 곳으로 가버리는 거야?)
무언가 단단히 꼬였습니다.
이 매듭을 다시 돌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안나:매듭이 엉키기 전으로...
돌아가야해..
그렇다면 돌아갑시다, 원래 있던 곳으로.
조안나:(돌아가자. 무언가 잘못되기 전으로.)
(보폭은 평소 발걸음만큼 넓어졌다가, 더 넓어진다. 껑충 뛰어내는 걸음이 스트린젠도, 점점 서둘러 뛰어든다.)
언젠가 연주했던 빠른템포의 악상처럼...
그 구멍에 다시 뛰어듭니다.
한 번 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전신을 덮칩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문득 정신이 듭니다.
눈을 뜨면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당신을 지나쳐 골목 너머로 사라집니다.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
조안나:...
눈을 뜨면 당신은 악기상 앞에 서있습니다.
조안나:(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손목시계는 어쩐지 망가진 모습입니다.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엔,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조안나:왜.. (찌푸린 채로 시계를 툭툭 건드려보다, 악기상 안쪽을 들여다본다.)
악기상은 구멍에 뛰어들기 전과 같은 모습입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왜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살갗에 와닿습니다.
조안나:...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안나:뭐라고 했지,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악보를..
찢어? (그게.. 맞아?)
GM:아이디어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GM:라디오에서는 분명, 원인이 되는 악보를 태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악보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애초에 원인이 되는 악보란 뭐죠?
기억을 잘 더듬어 봅시다. 우리가 지나친 시간속에 답이 있어요.
조안나:아마도.. 루시..
GM:그래요 루시의... ...
어디에 그 악보가 있을지 감이 오나요?
조안나:곡을 연주했던 피아니스트에게 있으려나.. (중얼거린다.)
이미 죽었지만...
GM:그치만 그 피아니스트를 찾을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무언가 연상이 될 것 같기도 하고... ...
아이디어 판정입니다.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루시의 악보는 총 두 개, 습작곡인 <겨울이 흘린 눈물>과 제목이 알려지지 않은 계절 환상곡이라고 했습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곡이므로... 실물을 봤다면 엄청나게 오래된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을거에요.
조안나:(겨울... 이외의 계절 환상곡..)
... 설마.
GM:최근에 특이할만큼 낡은 악보를 본 기억이 있나요?
조안나:(클라라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름의... 유령.
설마.
설마..
GM:에이, 설마 요.
조안나는 질병의 근원이 된 곡이 <여름의 유령> 이라고 생각하나요?
조안나:(겨울이거나, 여름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지만... 겨울은 연주자의 심장마비. 관객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어.)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GM:조금 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봅시다. 분명 <여름의 유령> 과 같이 오래된 악보를 본 적이 있을거예요.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이디어 판정이 가능합니다.
조안나:(이름이 없는 악보집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 못 봤던가..)
(확인해보면 되겠지. 그 애는 피아노 의자에 악보집들을 보관했으니까. 거기...있길 바래야지..)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 이곳에서 믿을건 직감 뿐입니다.
조안나는 어디로 향하나요?
조안나:(학교로!)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니 무거운 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매년 이맘때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는 했으니, 며칠 뒤엔 많은 비가 쏟아질 터입니다.
학교에 도착해 음악실로 향하면...
기다렸다는듯 열려 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에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거립니다.
조안나:(불쾌지수가 높아진다. 습하고 꿉꿉한 공기가 늘어난다. 몸도 무거운 기분이야..)
(계단을 오르느라 찬 숨을 반쯤 고르고 피아노쪽으로 다가간다.)
습기를 이겨내고 피아노 앞에 다다릅니다.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그랜드 피아노와 피아노 의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안나:(피아노 의자를 연다.)
GM: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오래된 낡은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이탈리아어로 적힌 제목을 읽어보고자 한다면... 교육 판정입니다.
조안나: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그래요, <겨울이 흘린 눈물> 입니다.
조안나:...
GM:이 악보가 어째서 여기서... ...
정신력 판정입니다.
조안나: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악보집 어귀에 있는 어떤 징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조안나:(아무 생각없이.. 징표를 엄지로 쓸어본다.)
징표를 쓸어내리면 홀로그램마냥 꿈틀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조안나:...?
벌레라도 들어갔나..
GM:어쩌면 그런걸지도요... 눈을 깜빡이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이 악보를 이제 어쩔셈인가요?
조안나:태우라고 했지, 분명..
GM:교내에 이면지 처리를 위한 소각장이 있으니 그곳에서 태워도, 집에 가서 태워도 좋겠습니다.
조안나:(악보를 가방에 넣고 소각장으로 향한다.)
악보를 태우기 위해 음악실을 벗어나려던 그 때,
당신은 눈 앞이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을 보았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형체 없는 흐름은
음악실의 한 점에서 전염병이 퍼지듯, 그 공간을 잠식해갑니다.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가 당신을 덮칩니다.
GM:아른거리던 ◼︎◼︎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에워쌉니다. [SANc 0/1d4]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올 여름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조안나:이, 이건 또 뭐야!?
GM:◼︎◼︎◼︎◼︎ ◼︎ ◼︎◼︎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의 정신공격이 이어집니다.
조안나는 ◼︎◼︎의 정신력 값 50에 대해 지능으로 대항 판정을 합니다.
지능판정을 해주세요.
조안나: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끈적하고 불쾌한 비실체가 몸 곳곳에 들러붙는 감각을 뿌리치고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습니다.
그러나 깨진 둑에 담긴 물처럼, 의지가 줄줄 새어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조안나:으!
GM:음악실을 떠나기 위해 어려운 난이도의 정신력 판정이 필요합니다. 만
조안나: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불쾌한 감각을 뿌리치고 음악실 바깥으로 대피하려던 찰나... ...
그 순간,
누군가 조안나의 팔을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조안나:꺅-
(우당탕!)
클라라:조안나!
조안나:클라라!?
붙잡힌 팔 전체에 클라라의 체온이 평균을 훌쩍 넘어 섰음이 느껴집니다.
조안나:뭐, 뭐야? 너..
...
얼굴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조안나:뜨거워.
클라라:아잇, 내가 밤엔 유령 나온다고 했잖아.
조안나:그건 그렇지만...
너 아픈 거 아냐? 이렇게 돌아다녀도 돼!?
왜 학교까지 온 거야!?
아픈 애가, 누워있어도 모자랄 판에! 너 집에도 없었지!?
(잔소리폭탄~)
클라라:아니 뭐, 가만히 있는다고 낫는것도 아니고... ... (딴청 피우다가 시선이 악보에 잠시간 머물렀다가 떠난다.)
... 너야말로 학교엔 왜 온거야?
조안나:어..
찾을 게 있어서.
클라라:이 야심한 밤에 올 정도면 어지간히 중요한 물건인가보네. (여느때처럼 웃는다.)
조안나:응.
내가 이런 걸 해야할 거라곤 생각도 안 해 봤지만, ...세상을 구하는 일이야.
클라라:... ... (조금 얼빠진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다가 푸스스 웃는다.) 그래? 그럼 나는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의 친구인거네.
이제 집에 가려고?
조안나:뭐, 그렇게 되는 거지...
.. 아니, 소각장.
클라라:... 학교에 불이라도 지르게?
조안나:.......설마!
태울 게 있어. 그 뿐이야.
클라라:조안나가 방화라... ... (장난스럽게 중얼거리곤) 나도 따라가도 돼?
조안나:...안 한다니까!?
(고개는 끄덕인다.)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클라라:에이, 농담이지 농담~ (자연스럽게 소각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조안나:근데...
(빈 복도에 발소리가 울린다. 소각장 앞에 다다를 때까지 본 것을 물을까 말까 고민한다.)
...나랑 처음 만난 게 어디였지?
클라라:(그저 고개를 기울인다.) 그야, 학교겠지.
왜 그런 소리를 해?
조안나:흠..
아냐, 이상한 얘길 들어서.
(타임 패러독스... 인가?)
(고개를 갸웃대며 소각로 문을 연다. 악보를 밀어넣고 종이가 타들어가는 걸 가만히 본다.)
클라라:뭐야~ 싱겁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만다.)
있지, 뜬금 없을지도 모르지만... ... (물끄러미 불길을 바라본다.) 며칠전에 제출한 물리 숙제 말이야. 기억해?
조안나:어. 한 페이지 냈어, 결국?
클라라:응, 그것도 겨우 채웠다니깐. (키득대며 웃는다.)
선생님은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잖아. 어떻게 생각해?
조안나:길게 쓰고 줄이라니까... (부지꺵이로 타들어가는 악보를 밀어 넣는다.) 글쎄.
(시선은 여전히 불꽃에 둔 채 허리를 편다.) 그 사람만 알겠지. 변했는지, 변하지 않았는지는.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는 몰라. 슈뢰딩거의 고양이같은 거라고 생각해.
클라라:아니아니, 애초에 길게 쓰는게 불가능이야.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조안나:뭐, 그런식으로 답하면 만능이기야 하지만...
응?
아냐. 너도 할 수 있어.
클라라:... 이상한 자신감 심어주지 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불티를 따라 눈동자를 굴리다가)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다. 꼭 세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것 마냥)
조안나:진짜야. 과제를 해내는 사람이 더 많이 쓸 수도 있는 거지. (농답처럼 받아친다.)
(농담~)
클라라:(농담~)
조안나:.. 틀린 말은 아냐. 살아가야만 바꿀 수 있는 건 당연하잖아? 멈춘 자가 뭘 할 수 있겠어. 결국 행동하는 건 살아가는 사람들이지.
그래서... 행동할거야? 다음 숙제는..
분량을 조금 늘려보는건? (장난스레 웃는다.)
클라라:윽, 그런 의도로 한 얘기는 아닌데. (따라 코를 찡그리며 웃고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악보 하나를 꺼내어 건넨다.)
언젠가, 미래의 클라라가 들고있던 그 악보.
<여름의 유령> 이네요.
조안나:음?
클라라:자아, 받아줘.
조안나:이걸... 나한테?
클라라:(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악보를 안겨준다.)
낡고,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손때 묻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건네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클라라는 여전히 창백한 안색으로 다시 입을 엽니다.
클라라: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어, 조안나.
조안나:응?
(악보에서 눈을 떼고 클라라를 본다.) 너, 안색이 안 좋아.
클라라:아아, 잘 시간인데 못 자서 그런가봐. 얼른 가서 자야지- (대충 말끝을 흐리고는)
그래서 그 부탁말인데, 들어줄거지?
조안나:.. 연주?
클라라:용케도 알아챘네. (웃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위험한건 아니야.
조안나:위험하진 않지. (조금 웃는다.)
클라라: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오후 6시에 피아노가 놓여있는 광장에서 그 악보를 연주해줘.
조안나:...
들으러 올 셈인거야?
뭐... 관객을 끌고 오는게 아니라면야..
클라라:당연하지-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박수받는걸 보고싶을 뿐인걸.
조안나:....너어..
클라라:있지, 혹시... ... 아직도 피아노 연주는 하고싶지 않아?
조안나:...
조금은...
커튼콜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싶긴 해.
클라라:(그 말에 말갛게 웃는다.) 다행이다.
어쩐지 아릿합니다.
줄곧 느껴왔기에 금세 깨달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세상에 축적된 많은 문장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전조도 없이 가슴이 뛰고,
누군가가 ‘좌절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고 말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클라라:-자, 그럼. 내일 연주 기대할게. (언제나처럼 먼저 앞서가 소각장을 떠난다.) 꼭 6시에, 그 광장에서야.
조안나:... 응.
... 보러 와야해!
안 보러 오는 건 아니지!? (뒤통수에 대고 말한다.)
당연히 보러 가지, 그토록 기대했던 네 연주인데...
멀어져가는 목소리와 함께 점차 인영이 흐려집니다.
우리도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요.
조안나:시간이 늦었으니까... (피곤한 기분에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걷는다. 집 가면 정말 잠부터 자야..)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빛나는 밤 하늘이 저뭅니다.
많은 일이 일어났던 터라, 의식이 끊기듯 잠이 듭니다.
아침은 또다시 찾아오고...
*
비가 퍼부을듯 빽빽한 수증기가 마른 길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날씨 탓일까요? 오늘의 해는 일찍이 시들 요량인가봅니다.
하늘을 켜켜이 감싼 먹구름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GM:6시가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 조안나는 무엇을 하나요?
조안나:비.... 오려나.. (악보를 들고 광장에 와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고민..)
광장에 도착하면,
중앙에 마련된 분수대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그 피아노를 보자, 불현듯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불안감이 손끝에서 피어오릅니다.
GM: “한때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돌아갔던 당신은,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조안나:...
(상관 없어. 내가 연주를 들려주려는 사람은 한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야.. 알게 뭐람.)
커튼콜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쾌한 얼굴로 피아노 앞으로 간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저버린 꿈을 향해 한 번 일어서는 것은 어렵지만
두 번, 세 번 일어서는 건 분명 수월할테죠.
당신은 시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악보대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이를 먹고 자란 곡을 올려둡니다.
GM:곡을 연주할까요?
조안나:(악보를 펼쳐 악보대에 얹고 잠시 내려다보며 숨을 고른다. 익숙하게도 정리했는데, 낯설만큼 오랜만이라서..)
(그리고 의자를 당겨 앉는다. 약속했으니까. 지켜야지.)
음표를 빼곡히 채워 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조안나:(내쉬었던 숨을 끌어당김과 동시에 건반 위로 띄운 손이 허공에 멎는다. 오늘 낮 내내 악보를 읽어서 초견은 아닌데, 그거랑 상관 없이,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봐.)
(손을 그대로 허공에서 주먹으로 틀어쥐어진다. 잠시만..)
후, ...후우...
긴장되는 오랜만의 무대에 자연스레 숨을 들이쉬게 됩니다.
조안나:(검지를 내밀어 건반 하나를 꾹 누른다. 여리게, 그러자 다른 손가락들이 자연스레 제 자리를 찾는다. 첫 음, 그 하나가 어려운 것 뿐이야.)
차가운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여름의 정가운데에서
당신은 마침내 건반에 손을 올려둡니다.
한때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돌아갔던 당신은,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GM:조안나의 성장한 <피아노> 기능치를 공개합니다. 시트를 확인해주세요.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할리가 없습니다.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피아노 앞에 앉게 될 수 있었을 리 없으니까요.
GM:조안나는 <피아노> 판정을 이어가주세요.
조안나:
피아노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이상하게도 손가락이 가볍다. 의식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연주.)
연주가 시작되면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혀있던 아픔과 좌절이 햇빛에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집니다.
곡이 끝맺음과 동시에 건반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그렇게... 고물같았던 피아노로부터,
사람들을 괴롭히던 고열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었습니다.
클라라의 전학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돌아온 월요일의 아침이었고요.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계절이 순환합니다.
10대의 끝,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은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반과 반으로 접힌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접힌 자국만이 선명하고 흐릿하게 번진 연필 자국은….
클라라:ㅇㅇ에게
반짝, 하고. 마치 빛을 받은 유령의 신호처럼.
*
*
*
장마전선 소식이 들려오던 여느 2025년의 여름.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 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GM:조안나는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전에는 피아노가 이 자리에 있지 않았던것 같은데.
3년 전 그 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던 피아노의 재등장입니다.
조안나:아. (반가운 얼굴로 피아노를 들여다본다. 뚜껑을 여는 것은 자연스러운 습관이다.)
이게 여기 있었네..
GM:뚜껑을 열려 손을 대면, 악보대 위에는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조안나:(악보의 곡명을 확인한다. 웬 악보? 누가 두고 갔네.)
악보를 확인하면 언젠가 당신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곡이 담겨있습니다.
< Claire de lune >
조안나:(녹음기... ... 낯이 익은데.)
...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녹음기 역시 피아노만큼이나 눈에 익는 종류입니다.
3년 전의 그 아이가 늘 가지고 다니던 그 녹음기니까요.
조안나:(녹음기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건반에 손을 얹는다.)
GM:녹음기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텅 비어있는 폴더 속에서 [음성메시지 한 건][세 곡의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 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조안나는, 그때 누군가가 그랬던것 처럼 녹음기를 켜고, 건반에 손을 얹고...
조안나:(곡을 연주한다. 네게도 내가 연주하는 이 곡을 들려주고 싶어.)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몰라. 너와 내가 좋아하는 이 곡을.)
질리도록 연습했을 드뷔시의 달빛이 한적한 골목에 울려퍼집니다.
좋은 피아노가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 당신에겐 의미깊은 연주였을테죠.
조안나:(연주가 끝나자 녹음기 버튼을 다시 누른다. 그리고 녹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음성 메세지.. 이런 게 있었던가.)
음성메시지는 3년 전에 녹음된 파일로 다소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세바퀴 순환하는 계절을 거슬러
마침내 미래를 현재로 만든 당신에게,
노이즈낀 음질 틈을 파고든 익숙한 목소리가 닿습니다.
안녕, 조안나. 피아노 연주 잘 들었어.
눈치 챈것 같지만... 나는 3년 후의 미래에서 온 사람이야.
과거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날 마음을 먹었어.
미안해.
잠시 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말이 이어집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죽어가는 존재라지만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너와 내가 이렇게 무사히 만날 수 있었을 리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거야.
몇 달 몇 년을 웅크리고서 오래도록….
약간의 노이즈와 함께 음성녹음이 끝납니다.
조안나:...
(녹음기를 꼭 쥔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나야하는 곳에서 다시 마주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없는걸까. 내가 미래를 바꿨기 때문에? 골몰한 채로 피아노 연주 파일을 재생한다. 네 연주.. 좋아했는데.)
파일에는 당신이 들었던 그 아이의 연주가 담겨있습니다.
그때, 녹음기를 누르고 연주하던 곡들이요.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문득, 어디선가 싱그러운 풀냄새가 불어옵니다.
멍하니 서있던 당신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리겠죠.
조안나:(코를 스치는 푸릇한 냄새에 고개를 들다, 누군가의 손길에 퍼뜩 눈까지 쳐올린다.)
2025년, 두 번째 첫 만남.
알고 있나요?
두 사람은 괴멸해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5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어떤 악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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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1. Da capo!, 처음으로 돌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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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