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스미스의 유령
CoC 이졸데, 조안나
람람 (GM):끼얏호~
`우주 :٩( ᐛ )و~~~
35
람람 (GM):
이거 설마
행운?
`우주 :네...
람람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주 :벌써큰일낫네
람람 (GM):그래 아무래도
출장까지 와서 유령을 만낫다는 것은
`우주 :아무래도...
람람 (GM):불운한 일이겟죠
응응
`우주 :운이 있다고는
볼수없겟죠
그래!
람람 (GM):그래!
우주쿤의 체력은
몇 시까지 버틸 수 잇을 것 같나용
`우주 :2시?
람람 (GM):조아조아
`우주 :정도일거같아여
조아아
람람 (GM):그러면~~ 끊기 좋은 포인트가 몇 군데 잇으니가
시간이랑 진행상황 봐가지고 한 번 끊읍시다
`우주 :조아요!!
..가보자고
람람 (GM):사담은 보드랑 카톡 중 어떤 것으로(웨이터톤
`우주 :아아
카톡으로
람람 (GM):조아
`우주 :조아
람람 (GM):어라... 나
산개섬 이후로 가보는 첫 타이만인가-...
`우주 :
헐.......
람람 (GM):(코무덤은 7분컷이엇으니가)
`우주 :
하ㅠ
람람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주 :그래도 어? 코무덤은
...
람람 (GM):...
,,,,,,,,,,
나의 의사소녀야
`우주 :나의..외강내강사촌아
람람 (GM):하아...
눅눅해지기 전에 얼른
출발해보도록 합시다
`우주 :조아요. . ..
습하다 습해
람람 (GM):마스터링... ...한달 넘엇다.(장롱면허 미리 고지하기
준비가 되엇다면 탈을 써주시고~~
출발하려면 야옹
조안나:...
^^)
조안나:야... ...옹.
끼아악~~~~
그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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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스미스의 유령
W. 냠맹
KPC : 이졸데
PC : 조안나
2022.01.19 ~
...
2022년 1월 19일, 오후 10시 30분.
컨퍼런스로 인해 출장을 나온 26살 대학원생, 조안나 럼펫은...
돌돌돌, 캐리어를 끌고 비지니스 스미스 호텔로 들어섭니다.
밝은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로비의 분위기를 밝혀주지만,
조안나:(돌돌돌 돌돌돌... 덜걱. 끙차...)
덜걱. 끙차. 그리고 에휴....
물론, 발걸음마저 가벼울리는 없습니다.
6박 7일이라는 끔찍한 일정의 출장에다가, 출발 직전에 웬수 같은 사촌과 대판 싸우고 말았거든요!
조안나:(생각하니 열받네... 착륙 후 비행기 모드를 푸니 도착해있던 온갖 연락들 -대출, 업무, 시덥잖은 연락, 택배, 안부, 단체 연락... - 사이로 그 이름은 없었다...)
이번엔 뭐라고 했던가요. 가뜩이나 출장 준비로 바빠 죽겠는 조안나의 뒤통수에 대고...
이졸데:속도 좋다, 너는? 오란다고 그걸 다 가냐?
어떻게 그런 망발을!
물론 이졸데가 강건한 육신의 대가로 말재주를 물려받지 못했다는 건, 조안나가 가장 잘 알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저런 소리를 참아줄 의무는 없는 법이라고요.
이렇게 신경을 닥닥 긁어놓았음에도, 대출, 업무, 택배 배송 문자 사이로 이졸데의 연락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전쟁입니다, 전쟁.
어디 누가 먼저 사과하는지 두고 보자고요!
조안나:(쏘아붙인 말의 절반은 귀담아들었을지도 확실치 않다... 항상 이런 식이지! 항상! 이번엔 정말 못 참아.)
항상 이런 식이죠, 항상!
어쩌면 "싸웠다"는 사실까지 까먹었을지 모르는일입니다.
자기 입으로도 자주 말하는 사실이지만, 이졸데는 그렇게 기억력이 좋지 않으니까요.
지금까지는 똑똑한 조안나가 봐주었습니다만, 한 번쯤은 기강을 잡아야할 때가 있는 법.
이번만큼은 타협하지 맙시다, 조안나.
이졸데가 집에서 궁상맞게 교대근무를 하는 동안, 조안나는 이 5성급 비지니스 호텔의 서비스를 마음껏 즐기자고요.
바로 이 비즈니스 스미스 호텔에서 말이에요!
*지능?
조안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똑똑해 똑똑해
호텔, 비즈니스 스미스.
얼마 전 리뉴얼을 거쳐 1962년, 그러니까 60년 전 개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이런 걸 레트로풍이라고 하던가요?
낡았지만 정취 있는 인테리어로 내부를 꾸민 호텔은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조안나:확실히 요즘 스타일... 이던가. (프론트를 찾아 걸어들어가며 호텔을 구경한다.)
조안나에게도 어울리는 옅은 핑크 중심의 인테리어예요 ^^)9
...그리고 조안나는 한 가지 게시글을 함께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호텔을 예약하면서 보았던가요? 이 곳이 막 개관했을 당시, 스미스 호텔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글입니다.
이상한 옷을 입고 복도를 거닐거나,
아무도 없어야 하는 방에서 인기척이 들린다거나,
비어있는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뜬소문 말이에요.
조안나:(그래봤자... 옷을 덜 입고 돌아다니는 술취한 손님, 객실 청소거나, 수도 문제겠지. 옛날 일인걸, 하고 신경쓰지도 않았던 소문들이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그런 소문 한 둘쯤 있는 편이 낭만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라고 할까... 마케팅적으로.)
그럼요, '마케팅적'으로.
그저 '깔끔한 레트로 호텔'보다는, 거기에 더해질 이야깃거리가 있는 편이 훨씬 낭만적이지 않겠어요?
더구나 고풍스러움을 추구하는 곳이라면 마이너스 요소가 될리 없죠!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면, 조안나는 어느새 프론트 앞에 다다랐습니다.
직원:안녕하세요, 고객님. 호텔 비즈니스 스미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함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조안나:아, 네. 조안나 럼펫으로 예약했는데요. (프론트앞에서 캐리어를 옆에 바짝 붙여 세우고 이름을 말한다. 혹시 필요할까 싶어 지갑을 찾아 가방을 뒤적이며.)
직원:네, 조안나 럼펫 고객님~ (예약자 목록을 확인하고는,) 싱글 베드 룸, 총 6박 예약하신 게 맞으실까요?
조안나:네, 맞아요. (끄덕거리며 기다리고 서 있음! 열쇠주세요.)
직원은 몇가지 안내사항을 전달한 후, 조안나에게 열쇠를 건네줍니다.
레트로 컨셉을 지향하는 곳이라 그럴까요?
일반적인 호텔 카드키 대신, 낡고 고풍스러운 구리 열쇠가 조안나의 손에 안착합니다.
조안나:앗. (특이하다... )
열쇠에는 [603]호라고 적힌 키링이 부착되어있어요.
마음에 들어?
조안나:(짤그랑 소리를 내는 구리 열쇠를 손 안에서 한 번 들여다보다가, 쥐어 주머니에 넣고 짧게 인사한다.)
(맘에 들어..)
어쩌면 조안나의 취향에 꼭 맞는 인테리어인지도.
조안나:(생각보다.. 이런게 취향인지도?)
아, 혹시 조식은 어떻게 되나요? (돌아가려고 캐리어 잡아놓고 다시 물어봄)
직원:투숙객 여러분께는 조식 뷔페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냥한 미소로 답한다.)
조안나:(좋다....)
직원:오전 7시부터 11시 30분까지, 2층의 홀에서 이용 가능하세요.
조안나: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프론트에 호텔 안내 팜플렛 같은게 보인다면.. 한 장 집어간다.)
안내 팜플렛까지 약간 까끌한 느낌의 종이로 인쇄했군요. 컨셉에 상당히 충실한데요...
2층에는 뷔페 시설이, 옥상에는 심야 이용이 가능한 작은 바가 있으며, 이외의 층은 모두 객실이라고 해요.
그 외에는 비즈니스 스미스 호텔이 얼마나 역사 깊은 곳이며, 영화 촬영지로도 이용되었고- ...뭐 그런 내용입니다.
조안나:(팜플렛을 뒤집어보면서 와, 일이 적은 날은 바에라도 들러볼까... 생각하며 캐리어 끌고 가다가, 홀을 휘 둘러본다. 엘리베이터가...)
아무리 그래도 6층까지 계단을 타고 갈 수는 없죠.
엘리베이터를 찾아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
어라.
이졸데?:......
조안나:... 엥?
저 사람, 이졸데 아닌가요?
조안나:(쟤가 왜 여기에!?)
홀 구석, 질끈 묶은 밀색 머리에 키가 큰 사람이, 막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조안나:(놀라서 쳐다만 보다가, 후다닥 뛰어가 엘리베이터를 잡는다.)
후다다닥, 사람이 뛰어가면...
좀 잡아줄 법도 하건만!
이졸데?:? ...
조안나:야!!!!
내내 바닥을 보고 있던 이졸데(추정)는, 잠깐 무심한 눈으로 조안나를 보더니...
저거저거, 닫힘 버튼 눌렀어?
텅...
조안나:이... 이게...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조안나:뭐하는 짓이지 이졸데 데미우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이졸데 데미우스...?
그간 이졸데는 호텔 스미스의 H도 꺼낸 적이 없었는데, 여기에서요?
조안나:대체 왜...? 아니,언제..? 아니, 어떻게..?
(대박 혼란스럽고 동시에 약간 열받음) 쟤가 왜....?
그래요, 갑작스레 따라오게 된 건 그럴 수도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사람이 뛰어오는 걸 보고도.
눈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닫아버리다니?
설마 저 자식 저거하려고 따라왔나?
조안나:저게 진짜... (식식대다가... 엘리베이터가 몇층에서 멈추는지 확인하기 위해 패널을 찾아본다.)
저게 진짜? 이 와중에도 조안나의 폰에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 위에 붙은 패널은...
조안나:진짜 말도 안되는 짓만 골라서 진짜 열받게
...6층에서 멈추는 군요.
조안나:...하?
이졸데(?) 외의 탑승객은 없었는지, 그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짓만 골라서 진짜 열받게 하네?
조안나:(버튼 꾹.) 두고 보자구. 누가 이기는지.
(같은 층이면 한 번은 다시 마주치겠지... 두고 보자, 두고 봐.)
이졸데 데미우스가 머리싸움에서 어떻게 조안나를 이기겠어요?
자고로 원한도 그걸 기억할 수 있는 자가 갚아내는 법.
버튼을 꾹 누르면, 죄없는 엘리베이터만 금세 1층으로 돌아옵니다.
일단 숙소에 가방부터 놓고 시작할까요, 조안나?
조안나:(빈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6층을 꾹 누른다. 헛 눌러서 한 번 더 누르고 식식대면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를 응시한다.)
이익 이제 엘리베이터까지 날 열받게 해
한 번에! 제대로 눌려야할 거 아니에요!
하여간, 로비는 한산한 편이었던 터라 심기불편한 조안나의 동승객은 없습니다.
엘리베이터 너머를 응시하는 눈빛을 보고 안 타는 걸 수도 있고...
조안나:개관시점컨셉이면 컨셉이지 엘리베이터도 구려가지고(중얼중얼)
(아마그럴듯)
컨셉이면 컨셉이지 엘리베이터도 구려가지고중얼중얼
하여간 컨셉에 목매는 사람...
아니 호텔치고 제대로 된 게 없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베이터는 착실히 6층으로 조안나를 옮겨줍니다...
고풍스런 카펫이 깔린 복도는 텅 비어있네요.
조안나:(그래... 당연히 이미 방에 들어갔겠지 꽁무니가 쏙빠져라 들어갔을지도 모르고... 그런 상상을 하니 조금 기분이 풀어져서 쾅쾅 소리 나게 걷던 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603호.. 1.. 2.. 3. 여기다.)
그래... 허세 넘치게 굴어봤자 조안나가 쫓아올 게 무서웠을 게 분명하죠!
쿵쿵쿵, 복도를 황급히 가로지르는 걸음은 분명 모양 빠졌을 겁니다...
깔끔한 문, 열쇠와 비슷한 재질의 문고리와 603호실이라고 적힌 문패가 보이네요.
들어가볼까요, 조안나?
조안나:(열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넣고 돌린다~)
찰칵.
조안나:(방은 어떠려나... 두근두근)
비즈니스 호텔이라지만 5성급인데, 좋은 방이겠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새하얀... 어라.
머리 높이로 날아오는 베개?
*회피
조안나: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퍼억-!!!!
조안나:(직격-!)
ㅍ,악! 뭐야!?
음, 호텔 스미스에선 아주 부드럽고 푹신한 베개를 쓰네요.
두터운 베개가 조안나의 얼굴에 직격하고,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당신의 귀에...
조안나:(폭신... 하지만 안경 쓴 사람의얼굴에 무언가를 던지는 것은 비인도적인 행위이다.)
이졸데?:누구야, 당신???
조안나:...?
너 왜 여기 있어?
익숙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가 꽂힙니다.
조안나:여긴 내 방인데??
이졸데? 는 침대 위에 꼿꼿하게 서서 방문 쪽을 노려보고 있어요.
손에 든 베개는 연달아 투척될 준비를 마쳤고, 얼굴에는 경계심이 가득합니다.
쟤가 왜 저러지?
조안나:뭐야? 내 침대에서 내려와. 열받게 하지 말고. (찌푸린 얼굴로 캐리어를 멈춰세운다.)
이졸데?:...로비에서 아는 척 할 때부터 이상했는데. (잔뜩 인상을 쓰면서 쳐다본다. 손에는 여전히 베개를 위협적으로 들고 있다...)
당신 누구냐니까? 여긴 내 방이라고.
조안나:무슨 소리야? (미간을 조금 더 찌푸렸다가..) 하, 사과하러 여기까지 따라온 거면 이해는 하겠는데, 내 방 열쇠는 어떻게 받았어? 프론트에 내 이름 얘기해도 아무 말 없이 열쇠 주던데, 내 이름을 대고 열쇠를 받은 것 같지는 않고... 내 방 번호는 어떻게 알고, 문은 어떻게 열었어? (쏘아붙이면서 팔짱을 끼고 선다.)
이졸데?:...? (이제 얼굴에 경계보다 당혹스러움이 더 커보인다. 뭐야, 누구야? 거기다 저 패션은 또 뭔데? 눈을 찌푸리면서 조안나를 유심히 살펴본다.)
조안나:... 이졸데, 무슨 생각으로 따라온 거야? (눈을 가늘게 뜬다. 아무리 봐도 농담을 그만두고 사과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이졸데?:...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여긴 내 방이야. (그러면서 베개를 들지 않은 손으로 열쇠를 보여준다. 조안나의 것과 같은 603호실 열쇠다.)
더블부킹이라도 일어났나보지? (그러면서도 베개를 놓지는 않는다. 여전히 거리를 유지한 채...) ...아니.
당신 누구냐니까?
조안나:...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보인다.) 그런가보지. 네가 여길 왜왔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어제는 아무 말도, 아니, 뭐?
아니, 이졸데가 이렇게 연기력이 좋았던가요?
조안나:뭐?!
거기다 '실패한 농담'을 고수할 정도로 뚝심이 강하진 않을텐데.
조안나:(화가 나다 못해 어이 없는 수준에 도달한다..) ...네 사촌이잖아. 지금 농담할 기분 아냐. 당장 그만둬.
이졸데?:사촌? (그렇게 반문하는 표정이, 이번에는 아주...)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서 맥이 탁 풀린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베개마저 내려놓았다.)
내 가족 행세하는 사람은 또 처음보는데.
*관찰력?
조안나:... 말도 안되게 쏙 빼닮은 다른 사람이라고 할 생각이면 그만둬. 그런 농담 안 먹혀. 난 어제 네 발언때문에 단단히 열 받았고, 제대로 사과할 때까지 너랑 얼굴 안 볼 생각이었어.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어이없는 발언이 오히려 화를 조금 가라앉히고 나니...
...이상한 구석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졸데'의 이목구비는 조안나가 아는 것과 꼭 같지만, 저런 옷을 입은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뭐랄까, 몇십년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올드한 재킷에 셔츠네요.
입의 흉터도 어쩐지 약간 더 커보이고.
조안나:(침대 위까지 쫓아 올라가서 옷을 확인해본다. 확실히, 이졸데는 이런 옷이 없지, 같이 사는 마당에 텅텅 빈 그 옷장 사정은 빠삭하게 안다.)... ...정말로? (몇 번을 뒤집어보다가 얼굴의 흉터도 유심히 본다.) 당신, ... 이름이 뭐야?
Q. 조안나는 어깨를 붙잡아서 뒤집어봤나?
조안나:(YES...)
당신, 이름이...
라고 물으려던 조안나의 손이,
(추정) 이졸데의 어깨를 그대로 쑥 통과해버리고 맙니다.
조안나:... ... ... ( 통과한 자기 손 내려다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눈 앞의 사람을 홀로그램 마냥 쑥! 꿰뚫어버린 손에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요.
정말로 허공을 짚은 것마냥...
이졸데?:아니, 내 이름은 어떻... (그러곤 어깨를 꿰뚫은손을 허망하게 내려다본다.)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이성체크! 0/1
조안나:(손 벌벌 떨다가 침대에 주저앉는다.)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나잠깐기절좀할게요(까무룩 기절.)
이졸데?:아니누가기절을예고하고 저기
꼬로록...
그래도 침대에서 기절하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조안나?
머리에 푹신한 시트가 닿고, 마지막으로 시야에 보인 것은...
조안나:(머리다치진않겠네폭신하네..)
'기절하는 유령'이라는 괴현상을 마주한 이졸데?의 당황한 얼굴이었습니다...
...
...
...
깜빡.
이졸데?:...저기요?
저기요?
저기?
조안나:...
...
아 꿈이 안깨나...
이졸데?:유... 유령이 기절을...
그것도 내 침대에서... 이런 젠장...
조안나:무슨소리야유령은당신이유령이지!!!!!!!!
(벌떡)
이졸데?:우와악일어났으면말을하라고!!!!!!!
애석하게도, 이것은 꿈이 아니었나봅니다.
조안나:하말도안돼
할로윈도 아닌데 대체 무슨 봉변인지!
이졸데의 유령?은 방 안을 정신 사납게 왔다갔다 하는 중이고,
조안나:나 일어났어요.
그 손에는 여전히 베개가 꽉 쥐여있습니다...
이졸데?:... ...
또 기절할 예정?
조안나:... 한 번이면 족해.
이졸데?:다행이네. 난 한 번으로도 과해...
(베개 꽉)
조안나:... ... 이봐요, 그래서, ... 내가 했던 질문에 대답은?
이졸데?:...
유령이 이름을 물을 때 대답하면 안 된다던가...
(심각하게 중얼대고 있음)
조안나:기분 나쁘단 말이야, 내 사촌이랑 얼굴도 똑같은데 이름도 똑같을까봐...
...
이봐, 유령은 당신이거든요!?
이졸데?:이 유령이 이제 날 유령으로 매도하네...
(베개 꽉...) 그래봤자 내가 순순히 죽어주진 않는다, 귀신아...
조안나:본인이야 죽었다는 걸 전혀 생각 못할 수 있어. 영화에서 보면 대부분들 그렇더라고, 브루스 윌리스도 그래서 모르고 돌아다니잖아.
...아는 거던가? 본 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네.
이졸데?:...
브루스 윌리스가 누군데?
조안나:(혼자 중얼중얼거리다가... 고개 팍 들고) ... 다이하드?
식스센스?
참나, 영화 안 보는 나도 아는데.
이졸데?:? (이게 무슨 소리람... 표정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조안나:... ... 그래, 뭐, 대충 알겠어요. 죽은 지 오래 된 귀신이군.
이졸데?:아니, 유령은 그 쪽이고.
조안나: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이졸데?:그것도 무슨 듣도보도 못한 패션의 옷을 입은...
히피 유령인가?
조안나:그야 그렇겠죠, 당신이 죽은 때보다 한~참 나중의 패션이니까.
이졸데?:지금 미래의 유령이라고 주장하는 건가? 참나.
조안나:하.. 내가 왜 이 유령이랑 떠들고 있는 거지? 방이나 바꿔달라고 해야겠어...
이졸데?:거기다 나랑 똑같은 이름의 사촌이 있는 유령? (와, 이거 설정도 가지가지네.)
조안나:아뇨,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해요. 유령은 당신이고, 지금은 2021년이에요. 그리고, 아니! 아직 당신 이름을 모르니까, 얼굴만 똑같아요. 젠장, 제발 이름이 달라야해.
당신 이름, 이졸데 아니죠? 아니라고 해요.
이졸데?:;;;;;;;
2021년, 2021?
조안나:그래, 이천 이십 일 년!
당신 언제 사람인데??
이졸데?:지금은 1961년이다, 이 유령아. (베개를 양손으로 꽉 틀어쥔다. 모르긴 몰라도 베개에는 얻어맞는 것 같으니...)
조안나:하.
유령이 베개는 어떻게 쥐는 거지?
이졸데?:그리고 이졸데는 이름이고. 이졸데 러셀. 만족해? 이제 성불할 거냐?
(베개 마구 휘두를 준비함)
조안나:...
다행이다...
데미우스는 아니네...
이졸데:(욘나 노려봄)
뭐야, 그 이상한 성은...
조안나:(이마 짚음..)
남의 성에다 왈가왈부하지 마시죠, 러셀씨.
이졸데:예, 유령 씨. 유령 씨 성함도 데미우스이신지?
(시험하듯 베개로 툭 쳐본다.)
톡.
이건 또 닿습니다. 신기하네요.
조안나:아뇨, 내 성은 럼.. 아까 당신이 유령한테 이름 알려주면 안된다면서요. 안 알려줄, 아, 뭐야. 치워요.(베개 밀어냄)
이졸데:(순순히 베개를 거뒀지만, 여전히 손에 꽈아악 쥐고 있다. 어쨌거나 물리적 타격 수단이 있다면 유령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그럼 트웬티-원 양이라고 불러드릴까? (베개 꽈악) 21년산 귀신이라며?
조안나:21년산이라니! 사람이 와인도 아니고.
(꽤나 탐탁잖은 얼굴로 뚱하니 이졸데 러셀의 얼굴을 보다가..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조안나예요. 조안나 럼펫.
이졸데 '러셀'의 얼굴은, 분명 조안나에게 익숙한 얼굴인데도 약간 낯설게 느껴집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그것이 분위기의 문제라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조안나:(갸웃... 갸웃....)
'러셀' 씨는, 유령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졸데에 비해 여유가 부족해보이네요.
조안나:정말 똑같이 생겼네...
낡은 티가 나는 옷이나 표정에서 드러나는 성격같은 것이요.
이졸데:난 그냥 나처럼 생겼다니까... (그러면서 이 쪽도 위아래로 자꾸만 훑어본다. 사촌. 사촌? 평생 발음해볼 일도 없는 단어일 줄 알았는데.)
...당신이 내 사촌이란 설정이라고? (유령 사촌?을 유심히 쳐다본다.)
조안나:... 설정이 아니라!
그냥, 당신이 내 사촌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61년의 유령씨.
뭐, 살다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죠, 유전학이란. (어깨를 으쓱인다.)
이졸데:...사람을 꼬드길 거면 좀 더 가까운 친족 유령이 나와야하는 거 아냐? (조안나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여간 이 쪽이 유령이라곤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뭐, 부모님이라거나. 자매라거나.
조안나:... 내가 지금 그런 걸로 농담 할 사람처럼 보여요? (눈썹 한 쪽을 치켜들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본다.)
이졸데:농담이지, 나한테는. 이만한 농담도 없어. (따라하듯 눈썹을 까딱인다.) 난 보육원 출신이니까.
조안나:... 잠시만, 당신 부모님이나 자매 얼굴 몰라요? 그런 걸로 사기치면 당연히 들킬 거 아냐.
...
아...
(입가를 가리더니 조금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가,) ... 미안한 소릴 했네요. 내가.
이졸데:거기다 난 상상 속의 사촌을 만들만큼 상상력이 출중하지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자신만의 추리를 이어가다가 또 눈썹을 까딱인다.)
유령이 사과를 하네. (이졸데식 표현. 괜찮다는 뜻이다.)
조안나:oO(하지만 똑같이 생긴 걸 어떡해?)
(어깨 으쓱이더니) 유령이 아니니까 사과도 하는 거라구요.
하... (한바탕 이야기를 하고 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이마를 문지른다.) 뭐...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어요, 러셀씨. (캐리어 손잡이를 탁 쥔다.) 난 지금 내려가서 유령이 나오니까 방을 바꿔달라고 할 거고, 우린 이제 작별이겠네요. 페어웰, 즐거웠습니다. 악수는 베개로라도 할래요?
이졸데:하... 이 호텔에 유령 나온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지친 것처럼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간만에 좋은 호텔 좀 예약했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
(중얼중얼... 한탄하다 말고 벌떡 일어난다. 영 탐탁찮아보이지만 일단 베개는 내밀었다.) 페어웰?
조안나:나야말로 날벼락이에요. 뜬소문인줄 알았지 내 방에 떡하니 있을 줄 누가 알았냐고요! 출장으로 온 거라 내일부터 일 해야하는데...
(베개 끝을 잡더니 두어번 흔든다.) 페어웰. 다시 보지 맙시다, 우리. 쉬어요. 꿈으로 생각해요,알겠죠? (마지막 말은 자신에게 되뇌이는 것과도 같았다.)
이졸데:난 일정 없는 줄 알아? 나야말로 내일... 하, 유령한테 한탄해서 뭐해. (와중에 베개로 전해져오는 무게감은 또 진짜 같아서 흠칫 놀란다. 오컬트 마니아들이 이런 걸 뭐라더라, 폴터가이스트?)
예, 예. 나 닮은 사촌 씨한테 사과도 잘 받으시고(와중에 기억한 듯). 출장도 건승하시고. 2021년 유령은 2021년에서 행복합시다. 난 SF가 싫어.
그러고는 침대에 다시 드러누워 버립니다.
뭔가 중얼중얼 신세한탄을 하는 것 같은데,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겠죠.
조안나는 대학원생이지 샤먼이 아니라고요.
조안나:(뒤도 안 돌아보고 허공에 대충- 손 인사나 해주고 방을 나온다.) 으, 별 일이야, 정말...
으으, 거기다 하필 이졸데랑 똑같이 생겼을 건 뭐란 말이에요?
텅, 문이 닫히고 나면 그제서야 조금 침착해지는 것 같습니다.
조안나:(다시 생각해보면 소름 끼치는 일이라, 어깨를 부르르 떨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당신 누구야! 하고 외치는 사촌의 유령이라니.
거기다 이 시간까지도 이졸데 '데미우스'는 연락 한 통 없는데 말이에요.
조안나:(문득... 생각나서 핸드폰을 한번 더 확인한다.)
조안나는 으스스한 기분에 시달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역시 연락 제로!
조안나:하.
(짜증을 뒤로하고, 검색창에 호텔 스미스 유령을 검색한다.)
진짜 해보자는 건가?
하지만 짜증나는 것과 별개로, 조안나는 검색을 개시합니다...
조안나:두고봐, 진짜.. 여기까지 따라온 거면 노력이 가상해서 그냥 봐 주려고 했는데.. (중얼중얼)
와중에 용서해주려고 했어?
조안나:(말이그렇다는거지)
조안나의 넓은 아량과 하해같은 마음을 수포로 만들다니, 이졸데미.
이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할 것입니다.
*자료조사!
조안나: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데학원생의 리서치력)
데학원생의 리서치력
데학원생은 손쉽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얻어냅니다.
우선 60년 전, 호텔 스미스가 막 개관했을 당시의 일화예요.
호텔 스미스가 막 개관했을 당시, 이상한 옷을 입은 유령이 나온다며 손님들이 대거 항의한 적이 있다는 군요.
누군가 침입한 것이 아니냐며 경찰까지 불러들였지만, 확인 결과 사람의 소행은 아녔다고 해요.
그 탓에 한동안 유령 호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합니다.
다음 이야기?
조안나:(다음?)
그 다음, 10년지기 죽마고우의 유령을 봤다는 사람의 인터뷰네요.
'말도 없이 몰래 따라온 줄 알고 어깨를 팍 쳤는데, 전혀 만져지지 않아 비명을 질렀다.'
'그때 이게 바로 유령이구나 싶어 바로 방에서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기묘한 게, 내가 끌어안은 유령 또한 엄청나게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내용의 인터뷰입니다.
다음 이야기?
조안나:...나랑 비슷한... (다음!)
바로 며칠 전에 작성된 따끈따끈한 후기네요.
[이 호텔에 유령 나와요.]
[저 어제 갔는데 방에서 막 이상한 소리 들리고, 자고 있는데 욕실에서 물 나오고 그래서 새벽에 그냥 나왔어요.]
[갈 사람들은 참고하셈.]
그리고 댓글로 달린... 이 사람 오컬트에 너무 심취했네, 하는 의견들.
그야 이런 반응이 일반적이겠죠. 이런 상황에서 로비에 유령이 나온다고 말해봤자, 사실은...
직원:^^);
이런 표정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요?
조안나:... 진짜로, 나온다니까요?
유령이랑 통성명까지 했어요!
... 정말로, 아무 방이나 상관 없으니까 바꿔주세요.
직원:음... (눈썹을 곤란한 듯 늘어뜨린다... 일단 듣고 있지만 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라는 표정...)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현재 호텔 비즈니스 스미스는 만실이라 객실 교체가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인다.)
조안나:... ...
직원:이 시간에는, 아니... 사실 이 시기에는 다른 숙소를 구하시는 것도 어려울 거예요. 내일부터 거리 축제가 시작되는 시기거든요.
조안나:(입을 움찔거리다가) ..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닌 것 같은데...
... 뭐라고요?
축제?
직원:예, 규모가 크진 않습니다만 나름 이 도시의 명물이랍니다. (관광가이드톤)
조안나:... 그다지 궁금하진 않아요. 전 일 하러 온 거라서. 그럼, 아무튼, 비는 방이 생기면 바로 옮겨주세요. ... 제발.
직원:알겠습니다. 빈 객실이 생기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고는 하지만...
조안나는 직감할 수 있습니다.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응응)
조안나:(하... 제발. 누구 하나라도 캔슬 해줘. 터덜터덜... 방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터덜...터덜...
...긍정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조안나.
어디 한 자리에 계속 죽치고 앉아있으면 그게 유령인가요? 무드등이죠.
조안나:(ㅋ)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사이 없어졌을지 어떻게 알아?
조안나:그래... 사람 없어진 방에는 더 안나올지도... (긍정회로를 돌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 아까 검색해서 봤던 마지막 글에 댓글을 단다. 님 혹시 6층?)
님 혹시 6층?
대댓글을 달아두고, 문을 열어보면...
이졸데:하...
낙담한 무드등이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조안나:...
하...
이졸데:페어웰이라며...
조안나:나라고 돌아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요? 방이 없대요. 아마 이 근처 방이 하나도 없을 거래요, 무슨 축제인지, 뭔지.
그보다 당신은 유령이면서 왜 이 방에만 있어!?
다른 방도 좀 가고 그래요!
(쉬이, 쉬이, 쫓듯 손을 흔든다.)
이졸데:올해부터 뭔, 페스티벌인가, 그런 걸 한다고는 하던데... (으으으, 유령이 잠도 못 자게 하네!)
여긴 내 방이라고 했잖아! 남이 예약한 객실에 쳐들어가라고, 지금?
조안나:... 그럼 당신도 프론트에 방 바꿔달라고 해 봐요 난 시도했고, 실패한거니까. (어차피 유령이니까 기대도 안 하면서 말을 툭 던지고 캐리어를 반 안에 눕힌다. 겉옷은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 핸드폰은 협탁에, 가방을 열어 충전기를 꺼내고..)
이졸데:되겠냐고... 내가 들어올 때부터 만실이었어. (이젠 거의 습관적으로 베개를 움켜쥔다. 자신을 위한 최후의 구명줄... 뭐 그런 걸로 생각하는 듯.) 시험 전 날이라고 호사 좀 누려보려다 이게 무슨 날벼락...
(뭐 그렇게 투덜거리다가, 조안나의 가방에서 나오는 것들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게 다 뭐야?
조안나:알면 다쳐요, 61년의 러셀씨. 이건 당신에겐 위험한 하이 테크놀러지라구요. (대충 대꾸하면서 핸드폰을 충전시킨다.) 시험? 당신 내일 시험 봐요? 근데 왜 공부는 안 해? (당연스럽게 시험 공부를 생각하는 이과 조교)
이졸데:하이 테크놀러지? (확실히 하이-테크놀러지 같이 생기긴 했다. 저 판때기 같이 생긴 건 뭐람?) 허참. 내가 진짜 이렇게 상상력 풍부한 인간이 아닌데...
경찰 시험. (에휴... 졸려서 인지, 유령이 안 나갈 걸 받아들였는지, 이제 거의 낙담한 것 같다.) 필기는 됐고, 실기. 시험 보고 오면 요리할 기운도 없을텐데 호텔이라도 가라더라고.
에휴... 내가 호사 좀 누려보겠다고... 어휴...
조안나:네, 더더욱이, 시험 전 날이면 더 안돼요. 괜히 상상력 불어넣어줘서 망하면 내 탓 할 거 아냐? (캐리어를 열어 짐을 정리한다. 잠옷과 세면도구만 꺼내고 닫는다.) ... 경찰? (슬쩍 돌아보더니... 애매하게 뚱하고, 조금 생각하는 얼굴로 본다.)
... 내 사촌 이졸데도 경찰인데.
왜 이렇게 비슷해요? 약간 소름 끼치려고 해.
이졸데:;; 난 소름 안 끼치겠냐고, 지금? (그러면서 베개를 휘익~ 던진다.)
*회피?
조안나: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아.
퍼억...
조안나:왜 자꾸 던지는 건데요?!
그래도 이번엔 세개 던지진 않았군요.
세개? 세게.
다음에 던지면 물론 세 개가 될 겁니다.
이졸데:긴장을 놓치면 안 되지, 내 유일한 퇴마 수단인데... (중얼거리며 베개를 주워온다...)
잠깐만.
당신 사촌이 그 나이에 벌써 경찰이 됐다는 건 제쳐놓고 말이지, 여기서 중요한 합의를 해야겠는데.
조안나:음?
이졸데:(심각한 표정)
침대는 누가 쓰지?
조안나:...
그렇습니다. 저 침대는 싱글 베드...
아무리 물리적으로 만져지지는 않는다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조안나:(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손을 뻗는다. 손이 휙, 이졸데의 가슴팍을 통과하면..) 둘 다 쓰면 되잖아요.
둘이 함께 눕는다면 오류난 컴퓨터 그래픽처럼 겹쳐지고 말테니까요...
이졸데:(으으으~~~~ 하는 표정)
조안나:불끄고 눈 감으면 아무것도 안 느껴질텐데, 뭐 어때?
이졸데:아니, 호텔 기물에는 똑같이 닿는 것 같단 말이지. 아까 그 쪽이 침대 밟는 것도 느껴졌고. (그러면서 자기도 조안나의 어깨께에 손을 휘적인다. 나름의 복수라고 생각하는 듯?)
유령의 무게감을 느끼면서 자고 싶진 않단 말이야...
당신이랑 이불 싸움하면서...
조안나:(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마주본다.) 나 잠버릇 없어요.
지금까지는 미처 둘러볼 여유가 없었습니다만...
여하간, 호텔 스미스의 싱글 베드 룸은 일반 호텔보다 제법 큽니다.
조안나:침대도 안 작네, 뭐. 여자 둘이면 만져져도 충분히 자요.
체리우드색 목재를 드러낸 고풍스러운 디자인,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알전구 샹들리에...
한 켠에는 소파도 있긴 합니다. 지금은 이졸데의 가방이 차지하고 있지만요.
이졸데:아니 자기는 사촌 얼굴이라고 지금(차암내)
생면부지 유령이면 몰라 사촌이라고 주장하는 유령은 더 불편하거든?? (어이어이... 모르는 거야?)
조안나:(잠깐 물끄러미 보더니..) ... 여자 좋아해요? 그래서 초면인 여자 유령은 좀 그런가?
이졸데:
문화적충격받아들이기 Roll
기준치: 30/15/6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21세기... 대체?)
...아니... 아닐걸. (대체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표정...)
아니...
맞다고 해도 당신은 내 취향은 아냐... (심각...)
조안나:(애매하게 찝찝한 얼굴...) 뭐. 그럼 다행이고요.
이졸데:...아까는 기절해놓고? (차암나... 이쯤되니 소파로 가기도 겸연쩍다.)
(그냥 터덜터덜 잠옷으로 갈아입고...)
(던지고 움켜쥐느라 한껏 구겨진 베개 두 개를 팡팡 펴서 나란히 두고...)
(포기한 얼굴로 누움)
조안나:시험 잘 보게 잠이나 푹 자요. (불 내려주고... 잠옷 갈아입고 세면도구 들고 화장실가서 씻고오기)
이졸데:예에이...
감사합니다... 눈물나겠네 진짜...
조안나:울진 말고요 눈 부으니까.
이졸데:(중얼거리면서 협탁 쪽으로 돌아누우면, 하이-테크놀로지 검은색 판때기 -스마트폰-가 눈에 들어온다. 저건 또 뭐야 진짜...)
(21세기 너무 싫어...)
(중얼거리며 잠든다...)
조안나:(내일 일정을 되새김질하며... 조식-10시까지 컨벤션센터 도착해서 미팅하고 회장 도면 체크하고 퇴근.. 자유시간..- 잠든다.)
'러셀 씨'는 침대 구석에 거의 옹송그리듯이 누워있습니다.
질끈 감은 눈은 이 이상의 하이테크놀로지를 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조안나:(정자세로 편히 누워서 눈 감음.)
조안나는, 누군가 누운 것처럼 한 쪽으로 움푹 꺼져 있는 시트에 등을 대고 눕습니다.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습니다만...
뭐, 딱히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유령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오히려 이졸데보다 놀려먹기 쉬운듯도?
조안나:(그건 맞아.)
스마트폰만 보여줘도 놀릴 거리는 무궁무진 하지 않을까요?
조안나:(내일 오면 보여줘야지 기절하려나)
이것이 손 안의 컴퓨터이자 카메라이자 계산기이자 손전등이자 21세기 인류의 빛이요, 희망...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조안나는 도로롱, 잠이 듭니다.
호텔 비즈니스 스미스에서, 멋진 밤 되세요!
...
...
...
그리고 아침.
조식 시간에 맞춰둔 알람이 조안나를 깨웁니다.
굿모닝! 몇 시인가요, 조안나?
조안나:(깨자마자 휴대폰 시계를 확인해보니.. 8시!)
(벌떡.)
(침대가 푹신해서너무자버렸다.)
8시! 외출 준비를 하고, 조식까지 먹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어요.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자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옆자리는 처음부터 아무도 눕지 않았던 것처럼 비어있다는 걸요.
조안나:흐아암.. (기지개를 쭉 편다. 옆자리에 빈 걸 보더니 어제 만났던 유령을 떠올리고, .. 역시 유령이었구나! 생각한다. 상쾌한 아침이고, 좋네~)
(오늘 놀려주려고 했는데, 그건 아쉽지만.. 생각하며 후다닥 나갈 준비.)
온기도 전혀 남아있지 않고, 소파에 놓여있던 이졸데의 가방도 온데간데 없습니다.
역시, 그냥 유령이거나 한밤의 꿈이었던 모양이죠.
조안나:해 지면 또 돌아오는 거 아닌가 몰라~ ... (중얼거리면서 20분만에 준비를 마치고, 짐을 챙겨 방 밖으로 나선다.)
이런 말은 씨가 되는 법이라고요, 조안나!
조안나:(설마~)
에이, 설마... 정말로?
하지만 바쁜 아침시간에 상념에 빠질 수야 없죠.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뷔페가 있는 2층으로 이동하면...
어라. 어째 조금 소란스러운데요.
손님:아니, 정말로 봤다니까요!
조안나:(주변을 둘러본다. 뭐지?)
뷔페 입구 근처에서, 손님 한 명이 직원을 붙들고 항의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목소리가 커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내용이 들리네요.
직원:손님, 죄송하지만 조금만 목소리를...
손님:정말 봤다니까! 유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방에 들어와서, 옆에 누웠다고요!
새벽 중이라 불도 다 꺼놓고 있었는데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조안나:(... 내 방에만 나오는 것도 아니었나보네.)
그렇다는 것은, 어쩌면 방을 바꿔도 별 소용이 없었을지도...
아는 유령 VS 모르는 유령
어느 쪽이 좋아?
조안나:...
(아는 유령.)
Q. 이유는? 0.<
조안나:(적어도 위험성이 적은 사람이라는 건 아니까.)
(그리고... 낯익어서 편안하달까. 나라도 모르는 사람이랑은 못 잤을 것 같아!)
그야 그렇습니다. 이졸데 유령이라니, 만만하기 그지 없다고나 할까.
어제도 결국은 조안나가 잔뜩 놀려먹을 수 있지 않았던가요? 응응.
조안나:(응응. 완전 만만하고 귀여웠지.)
손님:몰래 불을 켰더니 그 녀석,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갔다고! 그, 그 와중에 내 몸을 통과해서 말이야!
직원:저... 손님. 죄송하지만 그 사례는 저희 호텔의 환불 사유에 해당하지...
직원이 쩔쩔매며 손님을 달래고 있으면,
지나가는 한 무리 일행이 숙덕이는 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듣기?
조안나: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혼자.. 생각해보는 건... 여기, 알게되면 물리학 연구실에서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 어떤 이유에선가 시간을 넘어서 파장이 연결된다? 이거 제대로 연구되면 학회가 뒤집어질텐데...)
21세기만이 아니라, 60년대에서도 같은 일을 겪은 손님이 있었다면...
정말 물리학 연구실에서 뒤집어질 사안일지도?
"와... 진짜 시끄럽다, 그치?"
"근데 나도 들은 적 있어. 유령 이야기."
"그런데 그거 단순한 유령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 어떤 사람의 환생을 보게 되는 거라고..."
조안나:(역시... 물리학계가 뒤집으어 엥?)
관광객들은 까르륵 웃으며 조식 뷔페로 들어갑니다.
조안나:(... 환생?)
(뷔페 들어가다말고 관광객들 뒷모습 물끄러미봄)
(... 그럴리가~)
아냐, 아냐. 그럴리가. 물리학 법칙중에 뭐가 있을지나 더 생각을.. (중얼거리며 조식 뷔페로 들어간다.)
아니, 설마요. 세상에 하고 많은 과학 법칙들을 다 무시하고 환생이라니.
그건 정말 유령보다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요!
그러나 조안나의 상념을 방해하는 듯, 아까 그 관광객들은...
제법 큰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인 것 같은데요, 조안나.
들어볼래? ^^)9
조안나:(하지만 그 똑같이 생긴 얼굴은 어떻게 할건데~!!!!! 생각하다가 같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귀를 쫑긋 세우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이졸데 같이 생긴 사람이 흔하진 않다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으면, 어디보자.
조안나:(그 흉터 하며~!!!)
툭툭 내뱉는 말투까지도요~!!
어렵잖게 일행의 대화를 들을 수 있습니다.
A:야, 좀 더 말해봐. 환생이라니?
그, 60년 전에도 이런 일 있었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일행에게 핸드폰을 보여준다. 조안나가 처음으로 찾았던 글을 보여주는 듯하다.)
B:그래. 근데 그거 말고, 하나 더 있어.
자기가 연인의 환생이라는 유령을 만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쓴 글이 어디 신문에 투고가 됐다나봐.
60년전 신문이라 찾기 힘들었지만- 어디보자.
환생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여기에다 부제로 호텔 스미스. 같이 검색하면 나온다고.
그 이후로는 자기들만의 즐거운 오컬트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조안나:(조용히 핸드폰 꺼내서 검색해본다.)
조안나, 검색도 좋지만...
급하게 앉느라 접시를 소홀히 챙긴 건 아닌가요?
조안나:(앗..)
(내 접시는... 소홀했다 그럼에도 알차다 1)
(...)
어디보자, 망고는 한 조각도 안 챙긴 망고 샐러드...
계란 후라이, 이건 준수합니다.
빵 한 조각과, 어쩐지 쨈 없이 버터만 두 개.
검색이 끝나면 다시 다녀오는 게 좋겠어요.
*자료조사!
조안나:(계란 후라이만 잘라 버터바른 빵에 올려먹는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물론 데학원생은 한 손으로 빵을 먹으면서도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문사 사이트가 아니라, 어떤 괴담 블로그에 올라온 오래된 글이네요.
카테고리는 <믿든지 말든지!>
핸드아웃, <환생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를 공개합니다.
조안나:(나라면 보통 안 믿지. 생각하면 빵 한 입.)
흠... ...
확실히 로맨틱한 글이긴 합니다만...
조안나:다시 못 만나는 건가...
그렇지만 전생의 가족이 이번 생에도 가족이고, 다음 생에도 가족이라는 것은...
엄숙하게 이졸데의 얼굴을 떠올려봅시다. 징글징글하진 않나요?
조안나:...
소오올직하게?
조안나:(그렇진 않은데...)
진짜루? ><
조안나:...
여하간 이런 상념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조안나의 접시가 부실하다는 것이죠.
오늘 늦은 시간까지 컨퍼런스에서 일해야할 조안나의 접시가 말이에요.
이걸로 식사를 끝낼 건가요?
조안나:... (이 정도면 충분하지...만)
(기왕이니 스크램블 에그를 먹을래.)
그럼, 그럼.
역시 호텔 스미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식사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느껴져요.
폭신폭신한 스크램블 에그를 먹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조안나:...?
(밥 잘 먹다말고 둘러본다. 시선이 느껴진 방향을 돌아본다.)
휙.
...
고개를 돌려보아도, 당신을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마다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느라 즐거운 친구들, 가족들, 연인들...
단순히 기분 탓이었던 걸까요?
띠링.
짧은 문자 착신음이 울립니다.
조안나:음? (기시감을 뒤로 한 채 핸드폰을 확인한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니라...
금일 Conference 에 대한 안내.
로 시작하는...
당신의 교수님으로부터 온 문자입니다.
조안나:...
길고 딱딱하게 적었지만, 요약하자면 '빨리 오라'는 것이군요.
조안나:(세상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얼굴로 훑어보더니 대충 입안에 쓸어넣고 일어난다.)
우걱... 우걱...
폭신하고 부드럽던 스크램블 에그는 이제 스폰지밥을 먹는 듯한 식감입니다.
...힘을 내자고요, 대학원생!
...
...
...
그리고 저녁. 조안나는 비로소 일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옵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조안나:(피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다른 조교가 세팅한 자료때문에 혼나고 계획 어긋나서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이 지치는 순간이 크게 둘 있는데, 하나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그리고 두번째는... 도와주겠다고 온 사람이 일을 더 꼬아놓을 때입니다.
터덜터덜, 예정보다 늦어진 일정. 피곤한 걸음으로 로비에 들어서면 바깥은 벌써 어두워요.
어제도 숙면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정말! 제대로 된 잠을 자야할 것 같습니다.
...설마. 또 유령이 나오진 않겠죠?
조안나:... (터덜터덜... 나오든가.. 말든가..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
터덜...터덜...
조안나:(바에 가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 6층을 누르고.. 벽에 머리를 기댄 채로 멍하니 )
이 피로에다가 알코올까지?
촤핫...
그러면 아마 내일은 눈을 뜨지 못하게 될 겁니다. 분명해요.
조안나:(눈 안 뜨고 싶다...)
오늘따라 6층에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조안나를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손님! 내리셔야해요!
조안나:oO(가요, 가..)
에휴, 내가 간다, 가.
터덜터덜, 603호실로 들어가서 문을 열면...
이졸데:하...
또 왔어...
이젠 침대에 고개를 처박고 들지도 않는 이졸데가 보입니다.
조안나:... (터덜터덜 들어가서 침대에 풀썩 엎어진다.)
나 피곤하니까 그냥 둬요...
이졸데:누가 들으면 내가 괴롭힌 줄 알겠어, 진짜...
럼펫 씨... 피차 피곤한 처지에 이러지 맙시다...
조안나:(이불에 얼굴 묻은 채로 숨만 쉬다가..) ... 시험은?
이졸데 목소리로 '럼펫 씨'라는 말을 듣는 건 처음이죠?
그러나 그 목소리까지 낯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안나는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 '이졸데 러셀'이 몹시 낙담한 상태라는 걸요.
이졸데:(하... 죽어라 술이나 퍼먹고 기절했어야하는데...)
(대충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 같다. 여전히 고개를 처박고 있다.) 붙었으면 이러고 궁상 떨지는 않았겠지.
조안나:(파묻었던 고개를 슬그머니 돌린다.) 그래, 목소리 들었으니 알아. 또 혼자 땅 파고 있었겠네.
이졸데:...난 그 쪽 사촌이 아니라니까?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럼펫 씨'를 말할 때와 마찬가지로 낯설어보인다. 사촌이나, 자매나, 하여간 가족을 뜻하는 단어는 별로 말해볼 일이 없었으므로.)
그 '이졸데'는 몇 살에 붙었는데?
조안나:당신이 그 애 환생일지도 몰라. (고개를 들어 손을 아래에 끼우고 본다.) 스물 여섯. 당신 지금 몇 살인데?
이졸데:...스물 여섯. (여전히 침대에 푹 엎드린 채로 고개만 돌려 쳐다본다. 뺨이 시트에 납작하게 달라붙는다.) 당신 공부하는 사람 아냐?
환생 같은 걸 믿어? (차암나 하는 투.)
조안나:나? 안 믿지. 소문이 그렇다는 걸 알려줄 뿐이야.
이졸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꾹 다물고 바라만 본다. 스물 여섯. 1960년대의, 취업하지 못한 미혼 여성으로서는 턱없이 많은 나이.)
(얼굴도 본 적 없는 가족과 원하는 직업을 모두 가졌다는 동명이인. ...을 안다고 주장하는 유령. 평소라면 하지 않을 치졸한 소리가 툭 나온다.) ...유령이면 따라가고 싶게 만들어야하는 거 아냐?
도와달라거나, 나같이 잘난 사람이 필요하다든지.
지금은 배만 아파 죽겠는데.
조안나:흐으음... 근데, 내가 아는 이졸데는 그런 얘기에 민감해. 귀를 쫑긋하고 안 듣는 척 하면서 다 신경써. 난 당신 홀려서 어떻게.. 하려는 심보같은 거 없어.
(가만 미소짓는다. 의기양양하게 말해주면 이졸데는 언제나 나를 홀라당 믿어버린다.) 당신 삶에도 좋은 일이 생길거야. 볼썽사납게 우울해하지 마. 안 어울리니까.
이졸데:... 이거 진짜, 술이나 퍼마셨으면 환청인 줄이나 알지...
(짜증이 나는지, 멋쩍은 건지, 하여간 옆에 놓여있던 베개를 조안나의 얼굴에 툭 얹어버린다. 내 팔자야.)
조안나:아.
이졸데:흥.
...걘 어떤 인간인데? 어느 쪽 사촌이야?
조안나:궁금해졌어? (조금 웃더니 베개를 끌어내려 깔고 눕는다.)
이졸데:에휴... 들어나보자고.
(그러면서 자기도 몸을 뒤집는다. 천장을 보고 반듯하게 누웠다.)
조안나:음, 걔랑 나는 외가쪽 친척이야. 우리 엄마랑, 걔네 엄마랑 자매야. 이모의 딸... 인거지.
지금은 같이 살고 있어. 룸메이트지, 뭐.
이졸데:이모의 딸... (...그나저나 말투는 언제 이렇게 됐지? 진짜 사촌한테 하는 투 같네.)
넌 외동이야? 네 부모님이나 형제랑 안 살고?
조안나:응. 난 외동, 이졸데.. 데미우스는 형제 자매 많음.
이졸데:...몇 명?
조안나:잠시만, 세어보자.. 위로 오빠가.. ...
... 내가 너무 무신경했어?
(문득 몸 일으켜서 들여다봄)
이졸데:몰라? (가족이라며? 하는 얼굴로 끔뻑끔뻑 올려다본다.)
조안나:아니, 당신이... 가족을 모르고 살고 있으니까.
이졸데:아, 그거.
난 없으니까 들어나보자는 거잖아. (대수롭잖다는 투로 말하며 손바닥을 내젓는다. 커다란 손인데도 바람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뭐 얼마나 듣기 좋은 얘기 하나 보자고.
조안나:...이 얘기도 한 세월이긴 한데. 듣다 잠들면 나 두 번은 얘기 안 해줘. (바람빠지는 소리로 웃더니 말소리가 조곤조곤 이어진다. 데미우스 가 2남 3녀 형제 자매들의 이름 유래부터 시작해서, 이졸데가 제 이름을 싫어한 이야기나, 외동..이 아니라 안 맞는 손윗 형제뿐이었던 자신이 부러워했던 복작한 집이나...)
이졸데:(2남 3녀, 거기다 그 끔찍한 네이밍 센스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네 명의 형제들이라니. 듣다말고 중간중간 비죽 웃음을 짓는다. 이 이름 때문에 살면서 T로 시작하는 남자들을 얼마나 증오했는지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얼마나 안 맞으면 존재를 잊어버려? (조안나의 손윗형제를 잠시 상상해봄)
조안나:... 나 사실, 그냥.. 걔 얘기 하기가 싫어서 일부러 외동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게 익숙해졌어.
그나저나 비슷하구나.. 그치만 이름은 그 애가 더 싫어했을걸. (조금 웃는다.)
이졸데:참나. (바람빠지듯이 푸핫 웃는다. 정말로 우스울 때만 내는 소리다.)
그러고보니... 넌 몇 살인데, 럼펫. '이졸데'랑 또래?
조안나:으응?
아... (너무 당연해서 말 한 적도 없는 사실.) ... 동갑.
이졸데:그래? (잠시 침묵.)
그정도면 뭐, 쌍둥이가 있는 기분인가.
조안나:쌍둥이...
라기엔 너무 달라, 우린. (조금 웃는다.)
이졸데:그래 보이긴 하네. (눈만 굴려서 옆을 쳐다본다. 딱 봐도 똑똑하고, 반듯하고.)
(자기가 하는 일을 의심해본 적이 없고. 두꺼운 책 앞에서 좌절해본 적도 없을 거고.)
조안나:(그 얼굴을 마주본다.) 걘 당신이랑 많이 비슷해. 좀 더 뻔뻔하고, 좀 더 대범하고, 좀 덜.. 섬세하다고나할까.
이졸데:대신 말해줘? 무신경하다고. (스스로도 안다는 것인지, 아니면 많이 들어봤다는 것인지.)
그래서 싸웠어?
조안나:그으래. (조금 웃더니 묻는 얼굴을 가만히 본다.) ... 싸웠다는 얘기도 했나, 내가?
이졸데:나랑 마주치자마자 소리낼 수 있는 사람 흔치 않은데(그게 제일 인상 깊었던 듯.) 이상하다 했지.
마주치자마자 고래고래 소리질렀잖아. 아냐? '내'가 뭐 열받는 소리해서 싸웠는데 사과를 못 받았다며?
조안나:... (한숨 쉬곤 시선이 벽으로 향한다.) 거봐, 당신이 더 섬세하지. 그 애는 그런 거 귀담아 듣지도 않는 것 같거든. 내가 하는 말을 반은 듣는지, 들은 거 반은 기억하는지 모르겠어.
이졸데:내 생각엔, 장담하는데, 막내라서 그래. 어디 눈치 한 번 안 보고 살았겠구만. (차암나... 부러운 자식... 하듯이 툴툴거린다.)
...근데 후자는 그냥 기억력이 나빠서일수도. (응...)
걔가 뭐라고 했길래?
조안나:흐응. (뚱한 얼굴로 천장을 보게 돌아눕는다.) 오란다고 다 가냐?
... 뻔히 일로 가는 거 다 말 했는데.
이졸데:어이쿠.
조안나:내가 오고 싶어서 왔나, 해야하는 일인걸 어떡해.
... 진짜... 열받아.
(점점 표정이 찌그러진다.)
이졸데:주둥이가 한 건 했군. 걘 입 찢어진 적도 없나봐?
조안나:찢어지고도 그래. 덜 찢어져서 그런가.
이졸데:뭐야, 이것도 똑같아? 하긴... (입가를 매만진다.) 흉 없으면 얼굴이 완전 달라보이지. 헷갈리진 않았을 거야.
조안나:그치. 아마.. 1분정도?
금방 알아챘을걸...
가까이서 보니까 알겠더라. 당신 흉터가 더 길고 깊었어. 꿰매지 않고 아문 흉이라 벌어지기도 했고. (고개를 돌려 입가의 흉을 가만 보며 말한다.)
이졸데:그렇겠지. 2021년... (잠시 말을 멈춘다. 그러니까 내가 왜 이 유령이 진짜 미래인이라는 전제로 말하고 있는지...)
...2021년엔 의사들 솜씨도 더 낫지 않겠어? (하여간.)
그래서 뭐라고 해줬는데?
조안나:당연하지. 세상이 엄청나게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아직도 그러고 있는걸. 당신 알면 놀라서 까무러칠 걸. 반도 못 듣고 기절해, 분명.
... (입을 떼기 전에 한숨을 푹 내쉰다. 말투는 어조없이 건조하고 조용하다.) 넌 내가 하는 말 안 듣지, 기억하는 법이 없어, 2주전에 분명히 학과 컨퍼런스 준비 때문에 출장가야한다고 누누히 말했고 그래서 아질다랑 앤 산책도 부탁해뒀다고 했는데, 일때문에 가는 거 뻔히 알면서 꼭 그렇게 말해야돼? ... 뭐 그런 말을...
... 15분정도.
이졸데:아하.......
(이제 대충 이 사촌들의 언쟁이 어떤 양상일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응. 이 쪽에서 따발총 쏘고 내 얼굴을 한 '이졸데' 씨는 그거 반도 안 듣고. 저거 다 기억할만한 머리도 안 되고.)
...아직 사과도 못 들은 모양이고. (들었으면 이렇게 화나진 않았겠거니.)
조안나:... 맨날 그래. 사과라는 게 문화로 자리잡질 않았어. 나도 그 태도가 열받으니까 무시하고. (켕기는 게 없지 않으니 말이 길어지지는 않는다.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점은 단적인 문제이기 어렵고 자주 분노로 그 조율을 포기한 채 그 분출만을 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다.)
이졸데:흠... ... (그 말을 가만히 들으며 짐작해보건대, '이졸데'라는 사촌 녀석은 저 따발총에 맞받아서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남의 분노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그냥 듣기만 하고, '화는 그 때 나한테 충분히 내지 않았나?' 하고 넘어가버리기.)
(...가족도 있는 녀석이 좀 더 성의를 보이면 안 되는 거야? 나한테 사촌이든 자매든 있었으면, 차암내, 중얼중얼...)
고생이 많겠어. (결국 이런 말이나 한다.) 그렇게 다른데 용케 같이 사네?
조안나:... 그래도. 같이 있으면 편하고, ... 다른 사람이랑 지내는 것보단 좋아. (우물거리면서 천천히 하나씩 짚어낸다. 꼭, 그럼 그만할까? 하는 질문에 반박하는 이유를 찾아내듯.) 오래 안 만큼 잘 알고.. 모르던 것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고... ... 걘 나를 버텨. 그게 가장 커.
그러니까... 내가 짜증내거나 심술부리거나,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뵈는 게 없을 때는 그 무신경함이 아주 괜찮거든.
이졸데:...동갑이라고 했지. (그럼 잘 알고 익숙한 거야 당연하지만, 무신경함이라.)
(스스로의 특징, 그것도 자주 단점으로 꼽히곤 했던 게 '괜찮은' 것으로 꼽히는 건 이상한 기분이다. 더 겸연쩍은 것은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는 점이다. 방금 전에 스스로 생각했으니까. '이졸데'는 맞받아치지 않는다는 것.)
...운도 좋네? (뒷담화나 해줄까 했더니 결국 변호하고 있잖아?) 이런 사촌이 있으면 좀 잘해줄 것이지. 내 생각엔 좋은 인간이 너무 많아서 철이 덜 든 거야, 걔가.
조안나:(고개를 끄덕였다가, 이어진 말엔 푹 웃는다.) 그건 그래. 철은, 확실히 덜 들었어.
이졸데:그렇지. (그렇게 말하는 이졸데 '러셀'의 표정은, 조안나가 아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이들어 보인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건 내가 심술이 나기 때문이지만.) 이번에는 용서하지 말아봐.
조안나:응?
이졸데:용서하지 말고, 아주 본때를 보여주라고. 걔도 인생에 시련이 좀 필요해.
조안나:... ... 그건... 그래.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아직도 연락 한 통 없거든.
... 생각해보니 괘씸하네.
이졸데:괘씸하지. 어쩌면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이졸데'란 게 그렇게 머리 좋은 이름이 아니란 말이지... (조안나의 뒷담화를 받아주려다, 이제는 제가 종용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게 웃겨서 조그맣게 소리내 웃는다.)
조안나:하.
이졸데:...그러니까 그 기억력을 못 고치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봐. 그 때까진 내 사과로 참을래?
조안나:... 그랬을 것 같아서 더 열받아. 지금쯤 피자 먹고 누워있을 걸.
... 당신이 대신 사과 해주는 거야? (얼떨떨한 얼굴로 마주본다.) 왜 그렇게까지 해? 내가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였나...
이졸데:솔직하게 말하자면... (뭐... 유령 앞에서 내가 체면 차릴 거 있나? 옹졸한 속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졸데'가 엿 좀 먹어봤으면 하는 건데. 얼굴은 나름 똑같다며? 기분정도는 날걸... (아닌가? 그러면서 눈을 굴리다가)
"미안해, 조안나."
(그러곤 어떠냐는 듯이 본다. 과연?)
조안나:... ... (입술을 꾹 물고, 눈은 동그랗게 뜬 채로 마주보다가, 슬금슬금 웃는다.) 기분... 썩 괜찮네. (눈썹을 들썩이더니 네 머리 근처에 손을 띄워둔다.) 닿았으면 한 대 쥐어박아줬을텐데.
이졸데:기분 좋은데 왜 쥐어박아. (그러면서 웃는다.)
조안나:내가 얼마나 열받았는지 알라고. (같이 헤헤 웃다가) 그리고 지금 심정으로는, 데미우스 말고 러셀, 당신 한 번 꼭 안아주고 싶어.
이졸데:어제는 나보고 여자 좋아하냐면서... (응... 그 질문 진짜 충격이었지. 회상하고 있는지 잠시 사람이 흐릿해지는 느낌.)
조안나:... 그거랑은 상관 없는.. 아니, 오해, 아냐.
...아냐!
이졸데:어어. (건성으로 대답하곤 조안나의 배 위에 있는 베개를 쓱 가져온다. 가볍게 안아봐도 역시 온기는 없다. 그냥 침대 한 구석에 있던 베개처럼.) 이걸로 포옹한 셈 치지.
조안나:난... 나는.. (남자를 좋아하나? 그다지.. 여자를? 음.. 그럼 뭐가 좋지?) 난.. 공부하는게 더 좋아.
...
이졸데:...(공부를...)
조안나:되게 대충이네. (그러더니 이졸데의 품에 안겼던 베개를 빼서 안는다. 내가 남긴 온기뿐이고, 다른 향은 없다.)
이졸데:책이란 이름의 외계인을 사랑하는군... (그러면서 휙 돌아눕는다. 일말의 친밀감도 날아가는 것 같다는 시늉.)
조안나:..뭐야? 그 반응. (안았던 베개로 툭툭 친다.) 뭐냐고.
이졸데:어어, 취향 존중하겠다고. (그러더니 갑작스레 몸을 일으켜 앉는다. 침대 한 켠이 푹 꺼진다.)
방금 무슨 소리 안 났나? 창 밖에서?
...치익...
어라, 조안나의 귀에도 자잘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해요.
조안나:아니, 그러니까... 응? (따라 창밖을 본다.)
러셀이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휙 열어젖히면...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조안나:헉.
... 예쁘다.
그리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들뜬 웃음소리.
아, 축제 기간이라고 했었죠.
러셀의 귀에도 어떤 소음이 들렸다는 것은, 어쩌면...
이 축제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60년 이상 이어져왔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에는 어둠을 가르는 빛의 선분이, 아래에는 길을 가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즐겁게 오가고 있어요.
이졸데:(그 중에서도 밤하늘 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참.
오늘부터 무슨 축제를 한다던데.
조안나:맞아, 축제 기간이랬지...(창밖을 응시하다가, 네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 구경하러 갈래?
(그러더니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은 어느덧 한밤중. 이미 11시가 넘었습니다.
이제 막 야시장이 열리는 것처럼 거리에 알록달록한 조명이 켜지네요.
이졸데:일하러 왔다면서? 내일도 바쁜 거 아냐?
조안나:으음... (잠시 내일 스케쥴을 생각해본다.. 얼마나 바쁘더라, 내일 일정.. 91)
(ㅋ)
이졸데:(지옥이네)
조안나:... 너무 오래 있다 오는 것만 아니면~...
... 갈래. 가자.
이졸데:(91... 다시 말해 구원이 필요해보이는 수준의 스케줄을 지닌 게 분명한 얼굴인데...)
(흠...)
조안나:(리프레시라는 이름의 구원을 해주라)
(눈 반작반작)
이졸데:나랑 같은 거리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2021년의 거리 축제란 건 대체... (그러면서도 나갈 채비를 하다가 말고)
...지금 따라가면 진짜 저승가는 거 아냐? (이 유령아~ 하던 때와 비슷한 표정 지어봄)
조안나:좀 달라도 말이야~ (나갈 분위기인걸 보고 저도 나갈 채비를 한다.)
...
무서운 소리 하지 말고!
(잔뜩 찌푸림!)
이졸데:그래. (결국 픽 웃는다.) 다르면 뭐...
다른 걸 보는대로 재밌겠지. 불꽃놀이는 똑같은 모양이고.
근데 밖에선 말 좀 줄이자. 난 허공과 대화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진 않아...(;)
조안나:응. 다른게 보이는 거면 서로 설명해주면 되잖아? 그럼... 축제를 두 배로 즐기는 거지. (아.. 하더니) 난 괜찮을듯? 전화통화하는 척 하면 돼. (에어팟도 챙긴다~)
이졸데:...그게 대체 뭔데? (뭐지? 귀에 뭔가 쑥 꽂아넣었는데?)
조안나:그럼 넌 듣기나 해, 설명은 내가 해줄게. (관심이 에어팟에 쏠린 걸 알자,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세워 대고 쉿. 한다.) 알면 다쳐.
이졸데:뭔... 하얀 같이 생겼네. (알면 다친다는 말에도 기어코 귀를 들여다보고야 만다. 한가지 확실한 건, 이걸 따라가도 적어도 저승에 가진 않을 것 같다...)
조안나:에이, 껴 보지도 못하는 거 왜 들여다보는거야? 너무 궁금해하지마, 다친다니까? (귀를 들여다보는 걸 밀어내려다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주춤주춤 뒤로 빠진다.)
이졸데:흠... ...
내가 본다고 그걸 미리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본인의 지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음.)
(하지만 슬슬 물러나준다.)
조안나:... (하긴... 떠벌이처럼 미래의 발명품이나 미래의 사건을 선언하고 다녀서 사이비교주같은 게 될 성격은 아니긴 하다. 데미우스라면.. 뽐내듯 떠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러셀이라면? 안 그럴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설명해주기 약간 귀찮은데.)
... 무선 이어폰인데.. 당신 살던 때에 이어폰은 있었어?
입을 열자마자 알 수 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더 귀찮은 일이 될 것임을...
이건 무선 이어폰이야. 그래서 이어폰이 뭐냐면, 핸드폰이나 노트북에 연결해서...
조안나:아, 아냐. 됐어. 역시, 알면 다쳐. (=귀찮아)
핸드폰이 뭐냐면, 휴대용 컴퓨터 같은 건데...
컴퓨터가 뭐냐면, 전자 계산기 같은 건데...
어쩌고 저쩌고...
조안나가 발명의 역사를 주의깊게 보았다면, 러셀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1962년이며...
소니사의 '유선' 이어폰 발명은 1979년임을 기억할 수 있을지도.
조안나:(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러셀이 모른다는 건 확실히 알았음)
그리고 식스센스는 1999년이죠
이졸데:(진짜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
조안나:... 가자!
이졸데:... 그래!
조안나:(문이나 열어제끼기-)
이졸데:(응, 아마 진짜 설명을 시작했다면 조안나보다 러셀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조안나:(아무래도 그랬겠지만 제아무리 조안나라도 무지의늪에서 계속해서 따라올라오는 것들을 건져내며 설명하는 건 벅찬 일이다.)
그럼그럼. 어쩌면 현대의 컴퓨터가 지닌 성능과 그 발전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야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간.
두 사람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허공에 대고 하는 조안나의 설명은 무선 에어팟 덕분에 완벽하게 감춰졌고,
묵묵히 들을 줄만 알았던 러셀은,
이졸데:이런데에 팔찌 파는 노점상이 다 있네.
그러곤 옆을 돌아보며, 어라~
여깄던 내 일행이 어디갔지, 나참...
하고 둘러대는 뻔뻔함을 몇 번 보여주었습니다.
조안나:(좀 웃더니) 아, 연기 진짜 못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응?
팔찌라.. 하나쯤 사 봐, 어때?
이졸데:참나. 걔가 워낙 뺀질뺀질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요. (뻔뻔하게 노점상 주인에게 말을.. 붙이는 것 같다. 조안나의 눈에는 축제용 입간판에 대고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곤 허공에서 불쑥 무언가를 주워든다. 호텔 스미스의 마스코트색. 분홍색과 남색 실이 엮인 팔찌.) 예, 이걸로.
조안나:(옆에서 큭큭거리는 중) 어, 그랬나? 내 기억엔 그 애 꽤나 성실한데.. (하고 통화하는 척.)
(갑자기 러셀의 손 안에 생겨난 팔찌를 보고 잠깐 놀라더니 누가 봤을까 주변을 살핀다.)
아무래도, 상대방이 상호작용하는 물체는 눈으로 볼 수 있나봅니다.
그나저나 반경이...
얼마나 넓은 거죠? 라는 의문이 들 무렵.
입간판을 지나친 러셀의 모습이 허공으로 스르륵, 사라집니다.
조안나:...어,
(허공에 멈춘 시선이 흔들린다. 눈을 여러번 깜빡이는 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사람을 찾듯 당황한다.) 어라, 러, .. 이, ... 저기.. (들리지 않으려나. 멈춰 선 채 당황한 얼굴로 두리번거리기만 반복한다.)
들리지 않으려나.
어쩌면 그도 조안나가 보이지 않아, 1960년대의 이 길에서 당황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조안나:(조금만 뒤로, 조금만 돌아와, 혼자서 중얼거린다.)
돌아와..
하긴, '호텔 스미스의 유령'이 먼 바깥에서 보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겠죠.
...
조금만 뒤로.
딱 경계를 가르는 듯한 입간판 너머에서 불쑥, 눈에 익은 발목이 튀어나옵니다.
이졸데:여기가 경계선인가? (흠. 그러면서 노점상이 있을 곳을 흘끔거린다. 주인과 눈이 마주쳤는지 눈인사도 하고.)
조안나:... ... 놀랐잖아. (입간판 옆에 서서 올려다본다. 당황했던 얼굴은 조금 일그러진다.) 없어진 줄 알고...
이졸데:(시선을 맞추려다가, 주변을 둘러봤다가, 아, 이거 참. 노점상 아주머니가 쳐다보는데. 어휴, 내 팔자야.)
(그냥 무신경함을 발휘해서, 허공을 보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술 마신 관광객이려니 해주세요.) 어제는 페어웰 하자면서?
조안나:... 아니게 된지 하루도 더 지났는데. (어느새 부루퉁해진 얼굴로 보다,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더니 먼저 호텔쪽으로 시선을, 이어 몸을 돌린다.) 놀란 건 놀란 거지. 별 다른 의미는 없어.
이졸데:(아... 또 주둥이가 한 건 했군... 내가 딱히 '데미우스'를 뭐라고 할 군번이 아냐. 옆에 따라붙어서 걷는다.)
(아니다, 뭐라고 해도 될지도?)
미안해. (난 사과는 제 때 하거든.)
조안나:... (댓발 나왔던 입이 들어간다. 멀리 보지 못하고 내려앉은 시선이 몇 번 깜빡이더니 네쪽으로 흘긋, 두어번 돌아간다.) ... 그래.
이졸데:(비죽 웃는다. 방금 산 팔찌를 보여준다.) 덕분에 잘 샀어.
그렇게 웃는 유령의 머리 뒤로, 마지막 불꽃놀이가 터집니다.
하늘을 수놓는 갖가지 꽃, 선분들, 매캐한 화약 냄새,
조안나:... 예쁜 거 잘 골랐네. (슬그머니 입꼬리가 기울어진다. 뒤편에서 터진 빛과 소음에 시선이 빼앗겼다가, 네 얼굴로 돌아온다.)
거리의 불빛, 노점상의 간식 냄새,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
모두가 행복한 시간.
조안나:(... 닿았으면 조금 더 즐거웠을텐데.)
이졸데:기분 전환은 성공했어?
조안나:... 응. (썩 편안한 얼굴로 끄덕인다.)
이졸데:그래.
나도, 덕분에.
조안나:(그 말에 입꼬리가 쓱 올라간다.)
나오길 잘 했지?
거기까지 인정하기는, 역시
'이졸데' 답게 영 겸연쩍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호텔로 들어가는 걸음걸이는 한결 가벼워져있습니다.
아마 조안나가 없었다면, 오늘 그는 싸구려 술이나 잔뜩 마시고 잠들었을테니까요.
...두 명의 유령이 서로를 위안하는 밤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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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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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텔 스미스에서의 두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주 :(부스스..)
엥?
조안나:(내가 부스스)
부스스... 한 모습의 중국인 관광객도,
부스스... 한 모습의 조안나 럼펫도,
너나할 것 없이 눈을 꿈뻑거리며 2층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조안나:(다들 간밤에 야시장 좀 즐겼나본데...)
거리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으니까요!
방에 돌아오자마자 '러셀'과 함께 곯아떨어졌던 기억은 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역시, 어제처럼 조안나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안나:(피곤한 덕분에 꿈도 안 꾸고 깼지만...)
(... 해가 지고 나면 다시 나타나겠지, 찝찝한 마음을 구석으로 밀어두고 뷔페로 들어간다.)
아니, 이 맛은...!
옆옆 테이블에서 아까 그 아저씨가 눈을 번쩍 뜨고 있습니다.
조안나도 잘 먹어야죠, 91점짜리 꽉 채운 스케쥴이 기다리고 있다구요.
#오늘의 아침 메뉴는?
조안나:(오늘 스케줄을 되짚어보니 약간 체할것 같기도...)
(스프와 빵, 샐러드를 약간 챙겨온다.)
(베이크드빈이 있길래 그것도.)
부실하다, 조안나!
그것만 먹고 어디 힘을 쓸 수 있겠어요?
조안나:(하지만...)
(아침엔 입이 짧은 편이라... 이것도 꾸역꾸역 넣는중)
그럴 수 있지
우걱우걱, 꾸역꾸역, 어떻게든 아침식사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오면,
*듣기?
조안나: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벌써 내일이지? 1101호 손님, 결국 안 오려나?"
""글쎄. 벌써 60년이나 지나기도 했고… 매니저님도 아마 안 올 거라고 하더라고."
어린 직원들이 모여 소곤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60년? 요즘들어 자주 들리는 숫자네요.
조안나:... (소리가 들린 쪽을 문득 지켜본다.)
(60년 전의 손님이 재방문하는 걸까. 그럼... 그때 만났던 같은 객실의 불청객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어쩌면 그럴지도! 제법 낭만적인 이야기인데요.
직원들은 일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얼굴에서 앳된 티가 납니다. 원한다면 구슬려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출근길의 조안나에게 과연 그런 열정이?
조안나:...
(시간이.. 얼마나 여유 있으려나...)
(시간을 확인한다. 대충 8분 정도 여유 시간이 있으니...)
(..빨리 물어보자!)
저기요. (성큼성큼.)
...빨리 하자!
데학원생은 탐문 리서치에도 지지 않습니다.
직원:네, 네! 안녕하세요, 고객님! (빠릿빠릿한 척!)
조안나:어쩌다 말씀하시는 걸 들어서... 1101호... 혹시 60년 전의 손님이 재방문 하시는 건가요?
직원:아, 아아... 저희가 목소리가 좀 컸죠? (머쓱하게 웃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으음... 원래 손님께는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안 되는 건데...
...그게 말이죠. (속닥...)
조안나:근데요? (미소..)
네,네.
직원:그게, 그냥 재방문이 아니고요. (속닥속닥.)
조안나:(직원 교육이 철저하진 않은 모양이군... 생각하며 듣는다.)
직원:(한 한 달쯤 후에 어리둥절 잘릴 것 같은 아르바이트생 얼굴.) 딱 60년 전에 말이에요. 어떤 손님이 2021년의 방을 지금 예약해두고 싶다고 떼를 쓴 일이 있었대요.
(신기하죠! 표정으로 기다림)
조안나:어머.
그건.. 신기한 일이네요. 그렇게 이른 예약이라니.
직원:그죠? 한 달이나 두 달도 아니고 60년 일찍 예약이라니. (신났다!) 자기가 묵었던 이 방을 60년 후에도 빌려야겠다고, 거금을 내면서 떼를 썼다더라고요.
조안나:아하... 그게 오늘인 거구요? (갸웃거리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직원: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워낙 강경하셔서 받아버렸고... (그러곤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맞아요. 다해서 일주일을 예약하셨는데 그 기간이 최근 며칠이었거든요. 내일이 예약 마지막 날이죠.
조안나:어머...
60년은 길죠, 아무래도. 잊으셨을 수도 있고...
직원:그렇죠? 아직까지 얼굴 한 번 안 비추신 걸 보면 잊어버렸을지도요. 으음...
왜인지는 저희도 모르겠어요. 1101호실이라고 딱히 다른 방보다 크거나 넓진 않거든요.
그 손님이 '투숙 기간에는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해둬서, 지금은 청소도 안 되어있을 걸요?
조안나:흠...
별일이네요. (어깨만 으쓱인다. 어쩌면.. 다른 이유일지도 몰라. 일부러 비워두려고 한 걸지도.)
직원:뭐, 그래도 낭만적이니까요! 전 오신다는 쪽에 3달러...
조안나:아?
를 걸었다고 말하려던 직원을,
조안나:내기를 했어요!?
보다못한 동료 직원이 입을 틀어막은 채 질질 끌고 갑니다.
조안나는 저 친구가 조만간 잘린다에 5달러 걸어도 되겠어요.
조안나:(누가 나랑 내기 안 해주나. 이길 자신 있는데.. 손님한테 떼쓴다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래도 성수기라 급하게 충원한 인력인 모양이에요.
조안나:(... 나도 가야지. 오늘은 바쁘니까...)
지금 지난 시간은... 6분?
조안나:(후다닥 호텔을 나선다.)
시간배분 완벽하고!
후다닥, 호텔 정문을 나와 거리로 뛰어듭시다.
조안나:난 좀 더 여유있게 살고 싶은데. . .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성격)
난 좀 더 여유있게 살고 싶었어... 근데모든일은제시간내에반드시끝내면서
그러긴 어렵겠습니다, 조안나 럼펫.
꿍!
조안나:(시간이 남으면 사이드 프로젝트도하곡)
지금도 급하게 나오다, 시커먼 후드를 쓴 누군가랑 어깨를 부딪히고 말았는걸요!
조안나:
아이고 데학원생 살려
조안나:앞 좀 보고 다녀요-!
(떨어트린 핸드폰이랑 수첩 집어든다.)
앞 좀 보고다녀요ㅡ!
라는 조안나의 말은 듣거나 말거나.
지저분한 후드를 쓴 인영은 조안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후다닥, 멀어져갑니다.
저거저거, 저 사람도 여유 있게 살긴 글렀구만.
조안나:(뭐지... 뒤꽁무니를 가만 보다가, 정신차리고 가던 길을 마저 걷는다.)
대체 뭐지... 노숙자인가?
하여간 이럴 시간은 없습니다.
저 사람이랑 부딪히고, 수첩을 줍느라 남은 2분을 모조리 소모하고 말았으니까요.
조안나:(늦겠다-!!!)
여유없는 삶의 한가운데로 뛰어듭시다, 조안나!
...
...
그리고,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덧 퇴근 시간.
조안나는 터덜,터덜, 호텔로 이어지는 대로를 걸어오는 중입니다.
조안나:(지쳤어... 28정도 지쳤어..)
제법 건강한데?
조안나:(어라 쌩쌩하네)
(저벅저벅걷기)
복 달아나는 걸음 스톱. 조안나는 저벅저벅 힘차게 걷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빠릿빠릿했던 덕인가보죠.
가로등이 어둑한 거리를 밝히고,
사람들은 오늘도 축제를 만끽하기 위해서인지 들뜬 얼굴로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예비된 체력도 넉넉하겠다, 조안나도 한 번...
노인:거기, 젊은이!
조안나:음?
(두리번... 거리다 돌아본다.) .. 저요?
으잉? 대로 한 켠에서 누군가 조안나를 불러세웁니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 노인이 고개를 진중하게 끄덕이고 있군요.
주름살 깊게 패인 얼굴에서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고,
주변에는 나무로 된 지팡이며 수정구슬, 룬스톤 같은 것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노인:그래, 자네 말일세.
혹시 이상한 일에 휘말리지 않았나?
조안나:(노인의 돗자리 앞으로 가 선다.) ... 이상한 일.. 이라고 하면... 어떤...
노인:허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앉으라는 듯이 손짓해보인다. 거친 손에 검버섯이 잔뜩 피어있다.) 삿된 기운이 가득 차 있구먼.
혹시 엮여서는 안 될 것과 엮이지 않았나?
조안나:(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앞에 쪼그려앉는다.) 그렇게 나빠요?
... ... 그렇지는.. 않을걸요..?
엮여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노인:큰일이구먼, 큰일이야! 단단히 홀렸으이!
내가 점을 봐주겠네, 젊은이.
해결책을 알려줄테니 소상하게 말해보게나.
조안나:아니, 저는, 괜찮, 진짜 괜찮아요.
노인:어허!
노인은 옆에 놓인 지팡이로 바닥을 텅! 내리칩니다.
그 번뜩이는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이상하게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아요.
이성체크.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꺅!
노인:내가 복채나 받자고 이러는 것이 아니야! (쓰읍!) 대가는 됐으니 잠자코 들어나보시게.
젊은이, 유령에게 시달리고 있지? (눈 번쩍!)
조안나:아 아니... 진짜 괜찮은...
...
...
노인:으응?
으이?
조안나:그걸 꼭 유령이라고 말하자면 유령이 맞긴한데 굳이 따져보면 유령은 아니고...
... 잔상... 이라고나할까요?
노인:어허! 벌써 현혹되었구먼, 현혹되었어. 자고로 사람 눈을 속이는 것 중에 좋은 거 하나 없는 법이지.
맡겨보시게. 허이차!
노인은 수정구슬을 양손으로 문지르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조안나:아니진짜괜찮은데...
노인:알람브라카다브라...
샬라카둘라매치카볼라... 비비디바비디부...
삐리카삐리랄라포포리나페페르투...
그러고 있으면 수정구슬 속에 뭔가 안개같은 게 일렁이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
노인:허엇! (눈을 번쩍 뜬다.)
조안나:(진짜못미덥고싫다..)
노인:보석을 찾아야 하네, 젊은이! 그 호텔의 잠긴 방에 저주받은 보석이 있을 거야.
조안나:...예?
노인:그것이 호텔의 기운을 해치고 있어. 보석을 회수하고 그 방의 기운을 정화해!
오로지 젊은이만이 할 수 있는...
노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문득...
조안나:(진짜너무사이비같다...)
조안나의 등 뒤를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조안나:엥? (고개가 따라 올라간다.)
노인:며,명심하게! 자네만할수있는일이야그렇지않으면호텔에큰재앙이닥칠걸세!!!
괴한1:거기 서라~~~!!!!
조안나:엥!?!?!?!!?!?
노인은 지팡이도, 돗자리도, 수정구슬도 내버린 채,
무지막지한 속도로 줄행랑을 치고...
조안나:뭐였는데요!?!?!?!?!
...그 뒤를 수염이 덥수룩한 두 명의 남자가 휘잉~ 쫓아갑니다.
조안나:(두리번 두리번)
....뭐야!?
다들 발이 어찌나 빠른지, 이젠 거의 점으로 보일 지경이네요.
조안나:...뭐야..?
...조안나의 발에 노트 한 권이 툭 채입니다.
조안나:(문득 아래를 본다. 이건 또 뭐람? 하고 집어든다.)
돗자리가 바람에 뒤집어지면서, 그 밑에 깔려있던 공책이 딸려나왔군요.
노트를 집어들면 안에서 [열쇠]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조안나:...?
(열쇠를 집어든다.)
별다른 사용감이 없고, 내용이 적혀 있는 건 [맨 앞 페이지] 한 장 뿐이네요.
...
굉장히 낡은 감이 있는, 호텔 스미스의 1101호실 열쇠입니다.
조안나:... 1101호!?!?
... ...
에에엥??
조안나:(뭔가.. 알면 안되는 걸 알고 받지 말아야할 걸 받아버린 이 기분...)
찌..찝찝해.
(노트 첫장을 읽어본다.)
노트 첫 장에 적혀있는 것은, 이름이 거의 다 지워진 짧은 주문입니다.
주문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면...
...문장을 읽는 순간 자연스레, 뇌의 주름 사이를 파고들 듯 지식이 스며들었기 때문이에요.
정말로 알면 안 되는 것을 알아버린 기분이 들어요. 기묘한 경험에 이성체크.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전공 지식도 이렇게 스며들면 좀 좋아?
조안나:하...
이성치 +1 합니다
조안나:이 기분... 고등학생때 이후로 처음이야... 읽자마자 머리에 새겨지는 기분..
이게 바로... '뇌새김'인가?
조안나:(그립네.. 생각하며 일어나 호텔로 돌아간다. 정말.. 알고싶지 않은 걸 알아버렸네...)
저 재능으로 학원을 차렸다면 대성했을 것을.
터덜터덜, 직업 잘못 찾은 사이비를 생각하며 호텔로 돌아갑니다.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의 제일 큰 문제는,
'알아버린 사람'에게 책임까지 뒤집어씌운다는 점이겠죠, 조안나.
호텔에 재앙이 닥칠 거라는 말을 믿나요?
조안나:(알고 싶지 않았는데~!!!!)
알고 싶지 않았는데~!!!!!
조안나:(이런 데 휘말리면 신경쓰여서 일도 공부도 손에 안 잡힌단 말이야...)
본래 호텔의 안전은 호텔의 직원이 지켜주는 법이겠으나...
그 방은 손님의 신신당부로, 직원들조차 들어가지 않는 곳이라잖아요.
으으, 찝찝해.
603호실에서 유령 보디가드라도 챙겨가야할까요?
조안나:(일단~... 방으로 돌아간다. 상담할 유령이라도 있으면 좋지.)
그럼그럼. 비록 그 노인은 현혹이 어쩌고 눈을 속이고 저쩌고 했었지만요.
603호실로 터덜터덜 들어가보면...
이졸데:왔네? (팔자좋~게 소파에서 손 흔든다.)
이졸데 러셀이, 어쩐지 상당히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드러누워 있습니다.
아... 하긴.
조안나:꽤 느긋하네?
저 유령은 어제 시험에서 낙방한 몸. 다시 말해 별다른 직업이 없는 상태이니...
마침 호텔이겠다, 집안일도 안 하고 하루종일 죽어라 논 모양입니다.
무표정한 얼굴이 상당히 행복해보이네요.
이졸데:어어~ (여유~로움~)
조안나:오늘 종일 뻔질뻔질 논 얼굴인데~... (가방 내려놓고 침대에 풀썩 엎어진다.)
이졸데:날백수가 할 일이 그거 밖에 더 있나. (빈둥빈둥, 소파에 놓여있던 쿠션을 툭 던진다.)
(이번에는 머리 말고 배 위에.)(명중!)
조안나:으.
(베개가 배 위에 얹히자 그대로 안고 옆으로 구른다.) 좋겠~다~...
난 무지무지 바쁘게 살고 돌아오다가 이상한 할아버지도 만나고 오는 길인데...(중얼중얼)
이졸데:어쩌냐, 내가 직장이란 게 있었어야 공감을 해줄텐데... (자학개그하며 뒹굴거리다가...)
이상한 할아버지?
조안나:참나아... (데굴..)
응.
나보고 이상한 일에 얽혀있지 않냐면서...
... 떠들다가 갑자기 덩치들한테 쫓겨서 줄행랑 치긴 했는데.
이상한 물건을 두고 가서....
호텔에 재앙이 내리지 않게 하려면... 내가 해결을 해야한다나, 뭐라나...
이졸데:...
oO(이게 무슨 소리람... 표정)
음, 조안나도 잘 아는 얼굴입니다.
'지금 이게 네 설명의 문제인지 내 문해력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니 일단 조용히 있는데 이해는 안 된다' 표정이네요.
조안나:...
이상한 일을 떠넘겨받았어.
이졸데:무슨 일인데?
조안나:(열쇠와 노트를 꺼내서 보여준다.)
1101호실이... 60년 전, 당신 있던 시기에 오늘 날짜까지 예약이 되어서 비어있대.
그건 오늘 아침에 직원한테 들은 일이야.
그리고...
방금 만난 할아버지가 열쇠를 줬어. 닫혀있는 호텔방에 들어가서 해결하래.
아니면 재앙이 내린대.
이졸데:허어. (노트와 열쇠를 번갈아 쳐다보고, 조안나의 말을 세 번쯤 곱씹어보고는, 대충 상황을 파악해낸다.)
(존나 오컬트 판타지 같은 상황이군!)
그걸 믿어? (정말로, 순수하게 믿느냐는 뜻의 질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신경이 쓰이냐는 뜻.)
조안나:...
안 믿지! 안 믿지만...
완전 신경쓰여...
거슬려, 정확히는.
그러니까..
...
조안나:(이마짚음..) 들여다보기라도 해야할 것 같아. 헛소리였다는 걸 눈으로 보든, 누가 봐주지 않으면 신경쓰여서 내일 일 못할 것 같아.
이졸데:너도 참... (뭐라고 할까...)
(피곤하게 사는 타입이라고 하면 화내겠지.)
조안나:(맞지만들으면화낼듯)
이졸데:(아마 이졸데 데미우스가 했다는 망발도 꼭 이 일환이었겠거니, 러셀이라면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본의는 "몸 좀 아끼고 살아라 바보야"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걸 표현해낼 어휘력과 섬세함의 부재는 통탄할 일이지만...)
...그래, 뭐, 가보려고? (그러면서 저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안나:가.. 봐야겠지.... (여전히 침대에 드러누운채로 바람빠지는 정도의 소리로 말이 샌다.)
이졸데:언제 갈 건데? oO(운동 좀 해... 라고 말하면 화내겠지)
조안나:... 곧?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한다.)
오늘 조안나가 퇴근한 시각은?
조안나:(5시.)
5시, 그리고 퇴근 이후의 -교수님과 함께하는- 식사에 6시,
퇴근길에서 노인과 대화하는 시간이 제법 길었던 걸까요?
지금은 어느덧 8시에 가까워져가고 있습니다.
조안나:시간이 벌써... 으, 으으...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이 있어 드러누웠을 땐 습관처럼 이졸데한테 와서 일으켜달라고 했는데... 잡질 못하니... 생각하다 허공에 베개를 뻗는다.) 좀 일으켜 줘.
이졸데:(얘도 은근히 응석을 부리는 편이구만. 지금 내가 자기 사촌이랑 똑같다고 똑같이 한다 이거지?)
(그치만 싫지 않음...)(베개 잡고 그대로 주우욱 당겨준다.)
조안나:(주우욱 일어난다.)
이졸데:(마무리로는 베개로 정수리 툭)
조안나:아.
뭐야.
이졸데:하... 재밌단 말이지.
조안나:뭐가!?
이졸데:(킬킬거리면서 휘적휘적 멀어진다)
조안나:... 뭔데? (주섬주섬 일어나 따라간다.)
이졸데:준비는? (시치미 뚝.)
조안나:혼자 실실대기나 하고... (구시렁구시렁)
이졸데:(완전 근엄한 얼굴)
조안나:뭐... 준비할 게 따로 있나?
(안경 밑 긁적.)
이졸데:뭐... 스트레칭이라도?
조안나:아아.
이졸데:(그러면서 자기도 몸을 쭉쭉 편다...)
조안나:(팔만 위로 쭉- 뻗었다가 내린다.)
됐어.
이졸데:...
조안나:뭐.
왜.
이졸데:...
조안나:뭐.
이졸데:왜 아직 운동을 안 시키고 내버려뒀지...?
분발해라, 이졸데 데미우스...
(중얼거리며 앞장섬)
조안나:뭐라고!?
그게 무슨소린데
내가뭐
이졸데:어어
가자가자
조안나:나운동해한다고
이졸데:이호텔의운명이네손에달렸다어어
조안나:야나운동나름좀해매주
하나어이없네야
이졸데:아알았다고알았다고
조안나:그게알았다느말투야?아닌거같은데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버튼 꾹)
이졸데:하나이졸데데미우스말뽄새존나빤하구만
나까지간파다당했네참나
조안나:존?
존나아?
말예쁘게안해?
이졸데:(먼산~ 봄~)
몇 층이라고?
조안나:11층.
이졸데:그래. (시침 뚝!)
조안나:... ... (노려보는중)
엘리베이터는 곧 도착했습니다만, 어라.
탑승객이 꽉 차 만원이네요. 다들 식사하고 돌아온 건가?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이졸데:(그 속으로 쏙 올라타서 눈짓한다. 왜 안 타? 표정.)
조안나:... ... (눈치... )
이졸데:(오류난 컴퓨터 그래픽처럼, 다른 손님들에게 몸이 묘하게 겹쳐있다....)
조안나:머, 먼저 올라, 가세요...
(어색한 웃음...)
이졸데: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조안나:하핫..
내려 빨리. (입모양만)
아무래도, '서로의 시간'에 속하는 다른 사람들까지 보이진 않는 모양이죠.
이졸데는 투덜투덜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립니다.
이졸데:텅 비었고만.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배웅해준다)
조안나:난 못 탈 상황이었어.
... 그냥 따로 11층에서 만날까? 그게 나을지도.
이졸데:뭐, 다음 엘리베이터도 꽉 차있진 않겠지. 여기도 2021년엔 더 잘나가는 모양이네...
(그러곤 문득,)
지구에 사는 사람 숫자는? (궁금한 듯?)
조안나:...
77억.
이졸데:와.
언제 그렇게 불었어? 한 50억 예상했는데.
조안나:세상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니까~...
발전한 만큼 사람이 덜 죽어.
더 태어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인구조사쪽으로는 관심이 없어서...
이졸데:하여간 희소식이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6층에 도달한 엘리베이터는, 이번에야말로 텅 비어있다.)
좀 늦게 태어나는 편이 나았으려나.
조안나:희소식인가? 환경오염 속도는 더 빨라졌을걸. ( 무감하게 말을 얹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흠? 어째서?
이졸데:뭐어.
기술도 발전했다고 하고, 먹고살기도 나아보이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사촌 한 명 있는 것도 괜찮은 인생인 것 같고.
(그러곤 시침 뚝.)
조안나:...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 기울여서 얼굴 들여다봄)
(느물느물 웃으면서...) 썩~.. 맘에 들었나보다?
흐흥, 그치. 내가 참 괜찮은 사촌이지.
이졸데:.. (느물느물 웃는 표정 봄...)
너 되게... 얄밉게 웃을 줄 안다? (뭔가 불만스러움)
(흥! 11층 누른다.)
조안나:아니 막.. 그런 기분이네... (큭큭 웃는다.)
너무 얄미웠어? (입가를 가리고 마저 웃는다.)
이졸데:눈이 웃고 있잖아, 눈이! 하나도 안 가려진다고!
조안나:헷.
이졸데:(하참내 칭찬 한 번 했다가 차암내)
(마침 11층에 도착했으니 쑥 내려버린다. 하차암내...)
조안나:(졸졸 따라내린다.)
거기~ 유사 사촌~ 같이가지~
11층 복도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조용합니다.
유사 사촌은 발소리 없이 첫번째 문 앞에 멈춰서고,
고개를 들어보면, 1101호라고 적힌 문패가 달려있네요.
준비가 되었나요, 조안나?
조안나:(흠~... 긴장이 될 법도 한데 농담하다 와서 그런 지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열쇠를 구멍에 쓱 밀어넣고 돌린다.)
조안나의 의기양양한 말을 이졸데가 철썩같이 믿어버리는 것처럼,
이졸데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어쩐지 긴장을 풀어주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황동 열쇠를 꽂아넣고 돌립니다. 찰칵...
잠금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나고,
조용히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내부로부터 음산한 분위기가 풍겨옵니다.
분명 방을 비운 지는 일주일 정도 지났다고 하지 않았나요?
먼지는 쌓여 있지 않지만, 어둡고 불쾌한 공기는 적어도 몇십 년 간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것만 같습니다.
조안나:... 이상하네...
얼룩덜룩한 [벽], 지저분한 [바닥], 구겨진 [침대], 난잡한 [테이블]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졸데:...(인기척이 없는지 귀를 바짝 세우다가,) ...사람은 없어.
조안나:너무 오래된 방처럼... (두리번거리다가 벽에 시선이 닿는다.)
이 방의 음산한 기운이 가장 강하게 풍겨오는 곳입니다.
사면 중, 지금 조안나가 마주한 벽의 벽지는 물결이 치듯 느리게 울렁이는 것처럼 보이고,
조안나:... 멀미날것같아.
그 말처럼 기분나쁜 멀미와 불쾌감이 밀려들어옵니다.
벽지 위에 덧그린 정체모를 수식들은 또 어떤가요?
적어도 절대로 손을 대선 안 될 종류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조안나:이게 다... 무,...
이성체크. 1/1d3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졸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웩. (그렇게 말하는 편이 오히려 기분에는 낫다. 누가 들어올 때를 대비해 조용히 문을 닫는다...)
오래된 것치곤... 낡은 감은 없는데. 저런 거나. (그러면서 바닥의 한 지점을 가리킨다.)
조안나:그치만, 방을 예약한 손님이 오지 않은 것 치곤 너무... (시선이 따라간다.)
바닥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잔뜩 떨어져있습니다.
올드한 안경부터, 구깃구깃한 담요, 먹다만 비스킷, ...양말 한 쪽?
조안나:이게 다 뭐야?
모두 요즘의 물건으로 보기엔 턱없이 오래된 디자인이지만,
낡은 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색이 누렇게 바래거나, 녹이 슬었거나, 곰팡이가 피어야할텐데도요.
그 가운데 한 권의 [책]이 놓여있습니다.
이졸데:저 양말 유행했었지. (joke)
조안나:... 당신이랑 같은 시기일것 같은데. (책을 집어든다.)
어쩐지!
이졸데:이것도 그렇고. 물론 난 안경은 안 쓰지만. (그러면서 바닥에 놓인 안경을 집었다가 놓는다.) 다 1960년대산이다?
하지만 안 들어온 건 최근 일주일 뿐이라며?
조안나:... 이 방에 60년 전에 묵었던 사람이 지금 이 방을 예약했어. 처음에는 그때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러 오는 걸까,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 든 생각은 반대였거든.
일부러 방을 비워두려고 했다.
유령 사태를 피하고싶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뭔가 꾸미고 있었을지도.
이졸데:하... 난 추리 소설이 싫어. (로맨스와 SF에 이어 또 하나의 장르가 가슴 속에서 쫓겨났다. 조안나의 손에 들린 책을 고갯짓한다.)
요약해줘. (세 줄 요약 부탁!)
이런 걸 보면 저 쪽도 이졸데가 맞긴 맞아요, 조안나.
조안나:(아주 익숙한 얼굴로 책을 쓱 벌린다.) 이곳이 60년 후와 연결된 걸 알아서, 60년 후의 방을 예약했어. 혼자 독차지하고 무언가 일을 꾸미려고.
그리고, 그런 계획을 세울만큼 담대하고, 자의식 강한 녀석들은 기록을 남겨두기 마련입니다.
조안나의 손에 들린 것은 아주 조잡하게 만들어진 일지네요.
조안나:60년 후에 자신이 그 곳에 존재하지 않아도, 공간이 연결되니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본인은 오늘 이곳에 없어도 그 무언가의 시도가 가능한거야.
그게 재앙이든 뭐든간에.
조안나가 이곳에 보내진 것은, 어쩌면...
일지를 살펴봅니다. 엉망진창 악필로 쓰인 이야기지만, 내용은 매우 일관되어있습니다.
'보석'.
일지의 주인이 그 보석을 얼마나 탐냈으며, 그것을 갖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러야했는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자긍심에 찬 어조로 서술되어있네요.
조안나:보석...
그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쓴 페이지를 눈여겨볼만 합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조안나:미래의 내가 보석을 회수...
아냐, 틀렸어, 내 생각이..
이졸데:(요약해달라고 해놓고 옆에서 쓱 훔쳐보고 있다)
조안나:보석을 찾으러 올거야.
이졸데:...이런.
너 싸움 잘해?
조안나:... 아니?
전혀.
이졸데:....
조안나:어...
...
...
경찰 부를까?
이졸데:(뭔가 각오한 얼굴로 주먹 꽉 쥠)
...믿을까?(;)
조안나:... 안 믿겠지...
이졸데:안녕하세요, 호텔 스미스의 투숙객입니다. 다름 아니라 저주받은 보석을 이용한 흑마법 모의를 확인하여 수사를 부탁드리고자...
조안나:하지만...
아!
이졸데:(드물게 유창한 어조)
조안나:안 믿어 당연히!
그렇게 말하면 아무도 안 믿어!
이졸데:그렇겠지. (어휴.)
조안나:굳이 경찰을 부르려면 거짓말을.. 해야지.
아니면...
...
이졸데:아니면...
조안나:근데 당신, 이 시대 사람이랑은 못 싸우잖아.
이졸데:그야 그렇지. 근데... (그러면서 방 안을 미심쩍은 눈으로 살펴본다.)
조안나:(뭐라도.... 집어들어보려고... 둘러본다.)
이졸데:여기가 네 시대의 방인지, 내 시대의 방인지, 애매한 느낌이, 에이씨...(어휘력의 한계에 부딪히자 비속어를 사용하고 마는데..)
하여간 그 보석이라는 걸 쓸모없게 만들어도 되는 거 아냐?
조안나:(테이블을 둘러본다.) 망가트려버리자고?
방법이 있긴 한데... 그 노인이 두고 간 주문...
이졸데:읽자마자 뇌에 쑤셔박아준 그거 있잖아.
솔직히 사이비같지만...
(안 해보는 것보단 낫지 않냐는 표정)
조안나:하지만 보석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데..
목재 테이블 위에는 잿가루가 난잡하게 흩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주문을 익힌 이졸데와 조안나는 그 속의 규칙성을 눈치챌 수 있어요.
이것은 마법진, 심지어 이미 피를 먹어 준비된 마법진입니다.
조안나:...
보석만 찾는다면 모든 조건이 갖춰지는 거예요.
조안나:준비는 다.. 되어있네.
보석. 찾아봐.(두리번거리다가 침대쪽으로 간다.)
이졸데:그래, 어쨌든 그 보석이라는 것도.. (영 미심쩍긴 한데, 어디가 의심스러운지를 모르겠단 표정으로 보다가...)
이 방에 있을 거 아냐?
그러면서 성의없이 이불을 휙 뒤집으면, 어라.
조안나:있겠지? 여기 숨겨뒀으니까...
섬세하게 세공된 금속 보석함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너무 대충 숨긴 거 아냐?
이졸데:너무 대충 숨긴 거 아냐?
...진짜? (이거 열어봐? 표정으로 봄)
조안나:...
이거야?
진짜로?
이졸데:...
조안나:진심이야?
이졸데:설마?
이렇게?
화분 밑에 집열쇠 숨겨놓는 사람들마냥?
조안나:뭐가 이렇게.... 대충이지?
이졸데:내 말이?
(그러면서 뽈칵 열어본다.)
조안나:이불 속은 숨긴 것도 아니고 들고 자다가 일어나서 그냥 나간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대충이야?
그 안에는 정말로, 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푸른 보석이 들어있습니다.
보석함을 열자마자 나오는 빛이 이 방의 작은 광원이 되는 것 같아요.
조안나:...
그러나, 그 빛은 따스하거나,
아름답거나,
위안이 되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벽지를 바라볼 때와 비슷한 불쾌감이 밀려듭니다. 위험한 물건인 게 틀림없어요.
이성체크.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람람 (GM):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졸데:으. (턱! 다시 뚜껑을 닫아버린다.)
조안나:아.
닫으면 어떡해1
여기 올려놔. (이졸데를 테이블로 끌어낸다.)
이졸데:아, 알았어. 알았다니까.
(순순히 끌려가주다가 말고 문득 멈춰선다.) ...
조안나:... 왜.
왜?
왜??
이졸데:아니, 저기 적혀있던 게 진짜면. (책을 고갯짓한다.)
조안나:응.
이졸데:이걸 봉인인지 뭔지 하고나면 못 보겠네 싶어서. (라고만 하지만, 물론 그 기저에 깔린 마음은 '아쉽다'는 것이겠지.)
조안나:...
아.
...
이졸데:...
인사라도 해야하나, 이거?
조안나:(고개가 아래로 기운다.)
이졸데:... 왜, 섭섭해?
조안나:조금.
이졸데:집에 가면 똑같은 얼굴 하나 있다며. (키득키득 웃는다.)
조안나:그래도.
걘 당신보다 덜 섬세하고...
이졸데:그래도 가족이랑 사는 법은 걔가 더 잘 알겠지.
(그러더니 테이블에 보석을 내려두고, 도로 침대 쪽으로 걸어간다. 베개나 이불은 공유할 수 있는 것 같았지.)
(잠시 고민한 끝에 구깃한 이불을 머리부터 뒤집어 쓴다. 키가 커서 종아리까지 다 보이는 바보 할로윈 유령 같다.)
조안나:(보석을 내려다보다가) 있지, 나.. 나흘은 더 여기 묵으니까.
혹시 60년 뒤에... (돌아보곤) ... 뭐야?
이졸데:나 이대로 들어? (팔을 휘적인다.)
조안나:어?
이졸데:전에 안아주고 싶다며.
베개나 이불은 닿는 것 같고.
조안나:...
이럴 땐 또 기발하네.
이졸데:그럼 안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 (천에 가려진 어깨가 으쓱한다.)
조안나:(종종걸음으로 다가가 이불더미를 안는다.)
폭.
어쩐 일로 '이졸데'가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요?
호텔 스미스의 기물은 두 유령들의 물리력을 충실하게 전해주어서,
지금은 눈 앞에 멀쩡히 선 '이졸데'를 끌어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불을 뒤집어쓴 바보 같은 모양새긴 하지만요.
조안나:숨 안 막혀?
이졸데:(지금 표정 안 보여서 다행이다. 대놓고 아쉬운 티를 내기는 자존심이 있는걸.) 숨막혀. 네가 쓸래?
조안나:(이불더미 이졸데한테 안겨있기...) 아니. 네가 쓰고 있어. (마찬가지로, 지금 얼굴은 그다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심란한 방의 풍경에서 멀어지려 눈을 감고, 놓지 않고 한참을 안은 채로 있다가 둘러안았던 팔에서 힘을 푼다.) ... 내가 보고싶어서 어떡해?
나야 집에 가면 같은 얼굴이라도 본다지만.
이졸데:그러게나 말이다. (퍽이나 보고싶겠어, 하는 투로 나오는 목소리. 그에 반해 표정은 제법 쓸쓸해 보인다. 이불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줘서 보이지는 않지만.)
호텔 스미스쯤은 아무때나 예약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먹고 잘 살아봐야지.
60년 후에 또 오라며? (못 들은 뒷말을 날조하며 소리내서 키득거린다. 팔을 풀어 놓아준다.)(얄밉게 펄럭댐)
조안나:... 괜히 똑똑하게 굴어. (얄밉게 펄럭대는 걸 흘겨보다가 침대로 퉁 민다.)
이졸데:유령이 사람잡네... (여기에 풀썩 엎어져주는 것이 아마 이졸데식 친절.)
조안나:... 올거야?
이졸데:갈 수 있으면?
근데 기대는 하지 말고, 나 머리 나빠.
조안나:큰 기대는 안 해야겠네.
이졸데:잘한다 이졸데 데미우스... (걔도 머리 나쁘겠지, 당연히...)
(농담을 잔뜩 하고나서야 비로소 이불을 침대에 던져둔다. 테이블 쪽으로 다가간다.)
조안나:(이졸데가 일어나기 전, 엎어진 이불 더미에서 머리가 있을법한 위치를 두어번 쓰다듬어준다.)
... 자. 갑자기 만났으니 갑자기 헤어지는 것도 그러려니 하자.
이졸데:상당히 아쉬워보이시네요, 조안나 럼펫 양...
(깐죽거리며 쳐다본다) 혹시 아직 준비가 안 되셨는지...
조안나:(테이블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아아니.
이졸데:그으래라.
네가? 아니면 내가? (주문을 욀 사람을 정하자는 듯.)
조안나:내가 할게.
이졸데:그으으래. (마지막까지 알차게 놀려주고)
내가 걔 용서하지 말랬다?
잘 지내.
조안나:... 그렇게 해 볼게.
(고개를 들어 마주본다.) 잘 지내. 보고싶을거야.
이졸데:나도.
그렇게 말하는 이졸데의 얼굴은, 제법 후련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된 거겠죠, 조안나?
주문을 외워주세요. 집으로 돌아가는 도로시처럼요.
조안나:(테이블에 보석을 올려놓고 주문을 외운다.)
2
조안나, 마력 2점 차감.
테이블에 보석을 올려두고, 신중히 주문을 외웁니다.
순간 피를 먹은 마법진에서 빛이 솟구쳐 오르고,
조안나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방 안에는 거대한 회오리가, 어라?
이졸데:...원래 이런 건가? (엥? 표정)
바닥을 떠나 자유롭게 부유하기 시작하는 양말, 책, 종잇조각,
이불들, 그리고...
팍!
조안나:(어리둥절)
무언가가 조안나의 얼굴에 촵! 달라붙네요.
어푸푸!
왜 이렇게 내 머리를 가만 두지 않는 거야? 떼어내보면,
조안나:앞프,악
60년 전, '내일' 일자의 신문이네요.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조안나:(ㅣㄴ문을 팍 떼어낸다.)
...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볼 틈도 없이...
노인:위험하네, 젊은이ㅡ!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뛰어 들어옵니다.
저건... 아까 점을 쳐줬던 노인?
그리고 거의 동시에,
쨍그랑!!!!!!!!
조안나:(고개를 돌리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당신-!!!!!
누군가 11층 창문을 깨부수며 방 안으로 쳐들어옵니다.
으악! 낮에 봤던 그 괴한들!
조안나:꺅!!!!!!!!!!
두 명의 괴한은 일그러진 얼굴로 이졸데와, 조안나와, 노인을 번갈아보고는,
괴한1:보석을 내놔!
광포하게 소리칩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졸데:뭔데??????
람람 (GM):이졸데 - 괴한1 - 괴한2 - 조안나 - 노인 순서로 턴이 돌아갑니다.
이졸데의 차례.
이졸데:뭐냐고??? (일단 조안나를 등 뒤로 감추, 에이... 잡히지도 않는데 어떻게 감춰?)
(그러려면 내가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다짜고짜 보석함을 집어들고 괴한 1의 대가리를 깐다.)
보석함
기준치:75/37/15
굴림: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6
조안나:우아아악
이졸데:미친 거 아냐??? 어떻게 11층 창문에서
그러나 이졸데의 손에서 나는 타격음도 그리 현실적이진 않습니다.
빠악!!!!!!!!!!!!!!!!!!!!!!!!!
머리를 후두려 맞은 괴한은 순식간에 반 이상의 체력을 잃고 맙니다.
괴한1:커, 커헉...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럼에도 기절하지 못한 것이 그의 비극일까요?
괴한 1의 차례.
괴한1:크... 크윽... 크아악!
(신음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이졸데를 노린다.)
비무장
기준치:45/22/9
굴림: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2
이졸데:아니, 이 새끼가?
(반격!)
보석함
기준치:75/37/15
굴림: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4
아...
맞은 곳 또 때렸다.
빠아악ㅡ!!!!!!!!!!!
연이어 타격음이 울려퍼지고, 괴한은 그 자리에 뻗어 기절하고 맙니다.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조안나:...
괴한2:...크윽!
조안나:죽이진...
이졸데:오기만 해봐!
조안나:(조용히 뒤에 숨음)
이졸데:쟤 때리면 너도 죽고 나는 산다
알겠어? 알겠냐? 오기만 해봐
이졸데가 눈을 부라리자...
괴한 2는 결국... 비겁하게 노약자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괴한2:요...용서치 않겠다ㅡ!
비무장
기준치:45/22/9
굴림: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2
노인:이이이놈들이이이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이고오오오
노인은 쿠당탕! 몸을 굴려 괴한을 피해냅니다.
조안나:(내가뭘본거지?하는얼굴로 보는중)
그 몸짓에서는 일평생 36계 줄행랑을 시행해온 듯한 노련함이 묻어나네요.
뭘 본 걸까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조안나의 차례가 되어버렸습니다.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행동 선언!
조안나:이 이게 무슨 상황인건데!!!!!!
이졸데:아니 나도 모르지!!!
뭔 인간이 11층 창문을 깨고 들어와? (< 그 인간을 후드려깠음)
조안나:(책을 들더니... 내리찍어본다.)
누구를?
조안나:
근접전(격투)
기준치: 25/12/5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1
(아 기절한 쪽을)
빡.
물론 기절한 머리를 맞추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일당을 제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괴한2:이... 이 잔인한...!
기절한 채로 얻어맞는 동료를 본 괴한이 눈물을 삼켰을 뿐입니다.
조안나:(때렸다! 라는 뿌듯함.)
뭐든 자아존중감이 중요한 법.
한 건 했다!
그리고 노인의 차례.
노인:이이이녀석들! (그러면서 이졸데와 조안나의 근처로 슬슬 다가왔다. 같은 편이라고 어필하고 싶은 듯.)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기묘한 언어를 읊는다. 허잇차! 주문-마탄을 사용한다.)
3
슈욱!
단단하게 뭉쳐진 바람은 괴한2의 머리를 강타합니다.
괴한2, HP-3.
그리고 다시 이졸데의 차례.
이졸데:죽어라ㅡ!!!!
조안나:진짜로죽이진말고!!!!
이졸데:죽지는 마라ㅡ!!!!
보석함
기준치:75/37/15
굴림: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6
딱 죽이지만 않았습니다.
보석함의 모서리가 괴한의 머리에 틀어박히고,
그의 눈이 초점을 잃고,
타격의 영향으로 뽈칵, 열린 보석함에서 보석이 데굴데굴 굴러가...
노인의 손에 들어가는 모든 일이 거의 동시에 벌어진 것 같아요.
두 명의 괴한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전투 종료.
이졸데: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조안나:보석!
이졸데:어? 왜?
조안나:(총총 뛰어가 노인한테서 보석 뺏음.)
노인:음훼훼훼훼훼...
조안나:그걸 왜 당신이 가져요!
노인:이히히히히히히히!
아, 안 된다! 이 놈아!
조안나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식겁한 노인은, 또 지팡이를 번쩍 들어올립니다.
노인:숭구리당당숭당당~!
(주문-포박 사용!)
기괴한 주문과 함께, 어라.
음침한 양탄자와 잡동사니들이 조안나의 발목을 휘감기 시작해요.
*회피!
조안나:꺄악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이게뭐야!!!!!!!!!!!
돌돌.
늦었다.
조안나:(돌돌)
조안나는 양탄자에 둘둘 말려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이졸데:뭐하냐진짜... (그러면서 허둥지둥 양탄자를 풀어내려 해본다. ...이거 왜 이렇게 단단해?)
조안나:이거 말고!!! 저 할배 잡아!!!!
노인:아아! 드디어 손에 넣었어! 60년의 기다림 끝에...
노인의 얼굴에서는, 세월 앞에도 닳지 못한 어떤 광기가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보석은 해제 주문을 외었음에도 더 강한 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애당초 주문을 전해준 것도 저 노인 그렇다면 처음부터 우리를 속이고...
그 때,
노인의 손에 들려있던 보석이 기묘한 색으로 빛나며,
...주인의 손을 집어삼킵니다.
이졸데:이런미친...(앞으로 달려들려다말고 창가로 훌쩍 물러난다.)
(물론 돌돌말이조안나도 챙겨서.)
노인:어, 어라? 이럴리가...
조안나:(돌돌)
아니, 저것은 보석의 빛에 의해 녹아간다고 해야할까요?
노인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비명을 지르지만,
보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손끝부터 팔, 어깨, 가슴을 차례차례 먹어 치웁니다.
조안나:우, 우아....
징그러...
마침내 바둥거리는 발끝까지 전부 삼킨 후 반짝.
최후의 빛을 뿜은 보석은 그대로 하얀 가루가 되어 사라집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주인과 해후를 나누듯이...
징그러...
이성체크! 0/1
조안나: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징그러!
이졸데:아오, 징그러!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노인이 없어져서 그런지, 이상하게 꿈틀대는 것같던 양탄자도 힘을 잃었다. 조안나를 슬슬 풀어준다.)
벽을 휘감던 음산한 기운도, 조안나를 살아있는 듯 감싸던 양탄자도 그 힘을 잃었습니다.
람람 (GM):BGM : https://youtu.be/YbOf3IgDpgg
이졸데:무슨 마지막이 이렇게 요란해? 이제 진짜 끝났나보네.
조안나:(양탄자에서 기어나와서 재채기를 몇 번 한다.) 아휴...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이졸데 러셀'의 몸도 조금씩 흐려지고 있습니다.
조안나:이게 다 뭐람? (아직까지 쥐고있던 신문지에 시선이 닿는다.)
이졸데:그러게나 말이다.
조안나:(흐려진 이졸데에 시선이 닿자 고개를 번쩍 든다.)
이졸데:너는 무슨 종잇조각을 그렇게 꽉 쥐고 있어?
점점 흐릿해지네. (조안나에게는 아마 내가 흐릿해지는 걸로 보이겠거니, 한다.)
조안나:이거? (슥 들어올리자마자 낯익은 이름이 눈에 닿는다.)
...
너,
... 사람 구한다고 달려들고, 앞 뒤 안 재고 용기 내는 일 내일 하루만 참을래?
이졸데:(계속 말해보라는 듯 눈썹을 까딱한다. 그러는 사이에 손가락 끝의 한 마디가 사라진다.)
조안나:...아니면 다신 너를 못 만날 것 같아서... (눈이 잘게 깜빡인다. 힘주어 든 고개로 마주한다. 눈가가 붉다.)
네 기억력이랑 별개로, 이렇게 되는 건 너무... 아쉽잖아. (신문을 건넨다.)
이졸데:... (이제 거의 반투명해진 손으로 신문을 받아든다. 1961년 내일의 신문.)
(이졸데가 늘 그렇듯이 읽는 속도는 느리다. 짧은 글을 읽는 와중에도 신발의 끝, 발등, 그리고 발목까지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한 건 했네? (그러면서 맥없이 종이를 놓는다.)
조안나:... 한 건 하지 말고.
(흐려져가는 얼굴을 마주본다.) 은행 근처로 안 가면 안돼?
나 닮은 사람도 찾아봐. 혹시 알아, 잃어버린 사촌일지..
이졸데:야, 조안나 럼펫. (그러면서 실없이 웃는다.)
조안나:왜, ... 이졸데 러셀.
이졸데:2021년 인간은 대체 얼마나 사는지 모르겠는데, 난 86살까지 산 할머니라곤 한 명도 본 적 없거든?
어차피 못 만나, 우리. (전생이니 환생이니 하는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뭐.)
조안나:내 주변엔 좀 있어. 옆 랩실에도 계신데, 명예 교수님.. (중얼거린다.)
그래도 당장 내일은 너무 짧잖아.
(입술을 꾹 짓씹고 있다가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그냥 그러겠다고 말하면 어디 덧나? 내일로 생이 끝나지 않을거라고, 조심하겠다고, 경찰 시험도 다음에는 통과하고, 사촌도 생기고, 가족도 생길거라고, 다시 못 만나도 잘 살겠다고 말해주면 어디 덧나!?
(씩씩대며 노려본다.) ... 너도 결국 이졸데야, 그렇지.
이졸데:아, 참. 이 주둥이가 진짜. (그러면서 자기 입을 찰싹 때린다. 정확히는 때린 것으로 추정된다. 손은 물론이고 이제 허리 아래는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그래, 걔나 나나 말뽄새는 거기서 거기겠지. 그러니까 내 말은... (천장을 잠시 올려다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내린다.)
가뜩이나 생각할 거 많은 애가 슬퍼하지 말라고. 내일 일 제대로 못할까봐 온 거라며, 너.
무모한 건 못 고치겠지만... 사촌 본받아서 이거보단 똑똑하게 굴어볼테니까.
조안나:... 약속한거야.
이졸데:그래, 약속.
조안나:넌, 네가 한 약속은 지키는 애니까. ... 믿을게.
이졸데:그래라.
조안나:(픽 웃는다.) 그으래.
이졸데:(잠시 생각한다. 내가 한 약속이라면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걔가 한 말 말이지.
'걱정된다'는 뜻이었을 거야, 원래는. 이졸데 데미우스 쪽팔리라고 내가 번역해준다.
조안나:...
허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목으로.
조안나:(고개를 내렸다가, 다시 든다. 미소를 머금고 마주본다.) 고마워. ... 잘가. 내 사촌.
'이졸데' 안의 허공은 점점 번져나가,
마지막으로는 웃는 얼굴마저 사라집니다.
그러나, 어쩐지 그 얼굴이 사라진 뒤에도
허공 속에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는 느낌이 들어요.
체셔캣의 웃음을 말하는 흔한 관용구들처럼요.
조안나:(가만히 이졸데가 서있던 자리를 바라본 채 서 있다.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지. 제 말마따나 기억력이 좋지도 않고. 잘.. 살았겠지.)
(한참 서 있다 돌아나간다. 나는 한동안 못 잊을 것 같아. 60년을 잊지 못하겠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그만큼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만큼 살아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 호텔 스미스에 머무는 동안에는.
어쩌면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
...
그리고 다음날 아침.
호텔은 유례없이 소란스럽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세상에, 들었어?"
"1101호실에 말이야, 누가 창문을 깨고 침입한 흔적이 있대!"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불안한 목소리로 숙덕거립니다.
직원들은 퀭한 낯으로 수습을 하느라 바쁘고, 가끔은 경찰들도 지나다니는군요.
언뜻 시무룩한 얼굴로 연행되는 괴한 둘을 본 것도 같아요.
조안나, 오늘의 조식은 잘 먹고 있나요?
조안나:(어제 일이 많았으니까... 양껏 먹는중!)
(계란 반숙 프라이 샐러드는 두 종에 스프, 빵, 베이컨...)
계란 반숙 프라이, 샐러드는 두 종, 스프, 빵, 베이컨,
호텔의 명물이라는 조그만 케이크까지.
알차게 아침을 먹고 있으면, 오늘따라 식당 자체가 조금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조안나:(뭐야...)
(두리번)
물론 그만한 사건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귀를 잡아끄는군요.
손님:야, 야. 나 어제 재밌는 거 봤다?
조안나:(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으려나..)
언젠가 조안나에게 옛 신문 기사를 물어다주었던, 바로 그 관광객이네요.
조안나:(떠벌이 가십걸이네.)(냠냠)
손님:그, 60년 전에 이 근처에서 강도단이 △△ 은행을 습격했는데...
무장을 엄청나게 했었는데도 사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나봐.
그게 왜 그랬다는 줄 알아?
어라, 줄거리가 조금 낯익은데요?
손님:글쎄, 이 호텔 투숙객 중 하나가 강도 모의를 들었다고 경찰에 미리 신고를 했다는 거야.
조안나:...
(포크가 멈춘다. 입꼬리가 길게 올라간다.)
손님:그래서 경찰이 진을 치고 있다가 무사히 잡긴 했는데, 대체 이 모의를 어디서 들었는지는 대답을 못하더래. 한동안 예언자라고 소문이...
그 뒤로는, 믿거나 말거나 식 가십거리로 대화가 이어집니다.
조안나:(몰래 큭큭 웃는다. 예언자 이졸데 러셀... 생각만해도 웃겨서 고개까지 절레절레 젓는다.)
똑똑하게 대처한다곤 했지만, 뒷일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분명하네요.
이졸데가 늘 그렇듯이 말이에요.
그리고,
띠링!
조안나의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합니다.
띠링!
띠링!
띠링!
조안나:(황급히 포크에 남은 걸 입 안으로 밀어넣고 핸드폰을 확인한다. 교수님인가?)
음, 좀 많이 오네요.
발신자는...
조안나는 사촌을 뭐라고 저장해뒀을까?
조안나:(ID六‍✈️ 라고 적힌 발신자를 보고 핸동을 멈춘다.)
[ID六‍✈️]에게서 여러통의 문자가 연달아 도착합니다
[뉴스 무슨 일?]
[뭔 일인데?]
[11층?]
[자냐?]
그러곤 답장을 하기도 전에...
띠링~ 띠리링~
조안나:(가만 내려다보다가 슬쩍 웃고 답장을 하려 휴대폰을 집어든다.)
전화가 울립니다. 아이고, 성질도 급해.
조안나:..하여간 성격 급해. (통화버튼을 누른다.)
어.
이졸데:어?
어는 무슨, 야. 무슨 일인데??
조안나:걱정은 됐나보다?
이졸데:무슨 인간이 11층 창문을 깨고 들어와?
조안나:덩치 큰 북실북실 2인조. (포크로 계란 반숙을 쪼개 입으로 넣는다.)
이졸데:......(Now Loading)
너... 몇 층인데.
조안나:6층.
이졸데:근데 어떻게 생겼는지는... (그래, 잡혀가는 걸 봤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얘 왜 이렇게 태연해?)
...별로 안 놀란 것 같다?
조안나:잘 기절시켰으니까 괜찮아.
이졸데:.................
네가?
조안나:음... 그땐 놀라긴 했지만. 잘 해결 됐어.
아니?
이졸데:...........
조안나:... 네... 유령이.
이졸데:그럼 누가? (;)
...
.........
(전화기 귀에서 떼놓은 푸우 표정)
...하여튼... 직접 마주쳤다고?
조안나:그래.
하나도 안 다쳤고, 이제 일하러 나가봐야돼.
그렇게 걱정되면 코빼기라도 비추든가.
이졸데:(뭐지? 이...)
(난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태연한 투는...)
...걱정된다고 안 했는데? (대박유치)
조안나:그럼 끊어.
이졸데:야!
조안나:나 아직 너 용서 안 했어.
이졸데:...(전화기 너머에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아니, 내가... ...뭘 그걸... (궁시렁궁시렁, 말할 때가 아닌 걸 알긴 하는 불만사항들이 대충 뭉개져서 사라진다.)
조안나:내가 끊어? (포크로 접시에 남은 풀떼기를 싹싹 모은다.)
이졸데:...알았어, 미안하다고. (그래, 내가 져준다, 져준다. 위험했던 것 같으니까 져주는 거다.)
일 끝나고 전화해.
조안나:(미소가 번진다.) 응. 5시쯤. 오늘 근무지?
이졸데:그렇지 뭐. 나도 이제 나가야 돼. (그 말처럼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조안나:조심하고.
이졸데:...어쩐 일로? (의외라는 투로 말했다가,)
...뭐, 그래.
조안나:... 그으래.
이졸데:(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표현이 나온다.)
얌체같이 일해.
똑똑한 애가 왜 요령을 못 부리냐. (안 되는 상황이 있는 거겠지, 나도 알긴 안다고.)
아침 많이 먹고.
조안나:(그 말에 풋 웃는다.) 아.. 그거 어려운데.
응. 먹고 있어. 너도 든든히 먹고.
대답 대신, 멋쩍은 헛기침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깁니다.
이졸데치고는 상당히 힘낸 아침인사네요.
당신을 놀라게 만든 호텔 스미스의 유령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갈라졌던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듯이,
헤어졌던 모든 인연도, 돌고돌아 자리를 찾게 되기 마련입니다.
서로에게 부딪히고, 깎여나가고, 그렇게 맞춰지는 것도 어쩌면 관계의 즐거움이겠죠.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조금 더 행복하고, 영리하게 보내도록 해요.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
무엇보다, 당신을 위해서.
ENDING. 호텔 스미스의 유령
클리어 보상 │ 이성 1d5
죽음을 막은 경우, KPC는 인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조금 더 생을 이어갑니다.
그것은 모두 당신이 준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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