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미레즈

“세 줄로 요약해줘”

 

 

연한 보라색 눈 위로 길게 지나가는 흉터가 눈썹까지도 이어져서, 그 두꺼운 눈썹에도 흠이 나 있었다. 새까만 머리는 하나로 모아 묶었더니 조그마한 꽁지머리가 되었다. 기르고 있는 건 아니고, 묶는게 흐트러지지 않고 좋아서 단발 정도 길이를 유지하고 있다. 활을 쏘기 편하도록 소매를 단단히 매어두는 장갑까지 껴서 옷 밖으로 내놓은 부분이 적지만, 원체 어두운 피부색이라 더 타거나 덜 타거나 티가 크게 나지는 않는다. 

 

산 미레즈 / San Mirez 

29세 M

신장 182cm 체중 보통

기사

 

축복

물의 축복. 물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고정시킬 수 있다. 크게 만드는건 어려워서 작게 만들곤 한다. 주로 화살 형태로 만들어 쏘는 방식을 사용 중이다. 비라도 오면 (산은 귀찮을지 몰라도) 비의 끝만 날카롭게 벼려내는 것도 방법이다. 강도는 금속에 가깝게 유지된다. 가능하기까지 오래 걸렸기 때문에 한동안 일반 화살을 쏘는 게 더 능숙했었다. 축복을 사용할 때면 발 밑이 젖는다.  

 

 

<성격>

3,4년 전까지는 애늙은이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정도로 또래보다 할아버지 같은 구석이 있다. 화를 내는 타입이 불과 얼음으로 나뉜다면, 산의 경우는 돌에 가깝다. 끓는 점이 높고, 말 수가 적으며 텐션이 낮다. 사람이 무른 것도 아니라, 꼬장꼬장한 것도 할아버지 같은 구석이다.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지만 고집은 확실히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게 제일이다. 그걸 이길 수 있는 건 교단에서 내려오는 일 정도. 차분한 성격이라 티가 안나서 그렇지 부딪히기 시작하면 귀찮은 사람이다. 물러서는 줄 알았더니 꾸준하게 찾아와 부딪힌다. 한 번 부딪히는 건 약하지만 꾸준하기가 대단해서, 집념에 혀를 내두를 정도. 다행인 건 그 정도로 노력하게 하는 일이 적다는 것. 반대로 같은 편일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귀찮음이 역방향일때는 거슬러오르게 되어도, 같은 방향일때는 유유자적 떠내려가버리기 때문. 

 

<기타>

 

세멘테리오에서 꽤 떨어진 동네 출신이다. 고아였던 것 같고, 본인은 기억도 못하지만 눈가의 상처도 그 시절에 생겼다고 한다. 고작 열 살짜리가 축복을 얻어 세멘테리오에 들어오면서부터 얼굴에 달고 있던 흉터가 대체 뭐였냐면, 빵을 훔쳐먹다 빵집 주인이 들고있던 빵칼에 베였다고 했단다. 산 본인은 그렇게 대답한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지만 빵을 훔쳐먹긴 했었던 것 같다는 모양. 

 

생일 미상. 생일을 모른다는 소리에 누군가가 그럼 교단에 온 날로 하자고 말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생일이 없다고 대답하지만, 굳이 그의 생일을 챙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7월 24마다 산을 찾아다닌다.

 

말이 길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그래서 용건이 뭔데? 라고 물었다가 구박 받은 전적도 많건만 변할 여지도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굳이 고르자면 듣는 쪽이라서, 대꾸안해도 옆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어린이들은 가만히 두는 편이다. 귀찮게 굴면 얄짤없이 두고 간다.

 

자주 사라진다. 시끄러운 자리를 피하는 건지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하지만, 조용한 곳에 혼자 있는 걸 목격당하곤 한다. 그래도 변명도 잘 안한다. 잠이 많아서 졸고 있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인용은 많이 한다. 어디 들어본 것 같은 의미모를 말을 툭 던지고 가는데, 출처를 밝히지 않아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수고스러운 타입.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 잘 잊어버리고 헷갈려한다. 고치려고 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 메모를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기억하는것이 맞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전제가 항상 있어서, 속이려면 충분히 속일 수 있다.

 

축복은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긷다 나타났다. 오래된 끈이 두레박에 담긴 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끊어졌으나, 다급하게 뻗은 손 안에 담겨있던 물만 덜렁 남아있었다. 두레박이 우물 안에 풍덩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그마저도 다시 흩어지고 말았지만. 

 

 

 

 

<스탯>

 

생명력  ◆ ◆ ◆ ◆ ◆ 

정신력  ◆ ◆ ◆ ◆ ◆ ◆ ◆ ◆

 

 

 

 

 

-

 

<신념>

Gers Veropis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려면... 말이 좀 길어질 것 같으니까 짧게. 희생이 따르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고 멋진 거고 숭고한 거라고 여기기에는, 너무하지 않나? 물론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까 그런 짓을 하는 거겠지.

 

 

<비밀설정>

간지럼을 많이 탄다. 축복을 사용할 때는 집중력을 많이 요구하는데, 특히 비오는 날은 혹시라도 실수하면 위험해질수도 있어 맨 살을 덜 내놓을 수 있게 꽁꽁 싸매 입는다.

 

살면서 애처럼 굴어본 일이 없었다. 기억도 안나는 어린 시절에는 알아서 삶을 구가해야했다. 교단에 와서도 혼나거나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가만히 있었고 이후로는 그게 익숙해졌다. 여전히, 곁에 사람 두는 방법을 모른다.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사는 사람.

 

교단에 들어와서 글자를 배웠다. 늦게 시작한 공부는 좀처럼 따라가기 어려웠고, 쓰는 것보다 읽는 걸 선호했다. 덕분에 아직까지 악필.